인증서 사용은 비슷할 듯, 하지만 발급 과정 차이 많아…금융서비스 이용 매우 불편

 카카오페이인증서는 ‘나만의 카카오톡 지갑’에 딸린 인증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증서 유효기간이 2년이어서 매년 발급 받는 공인인증서보다 편하다.
▲  카카오페이인증서는 ‘나만의 카카오톡 지갑’에 딸린 인증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증서 유효기간이 2년이어서 매년 발급 받는 공인인증서보다 편하다.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내년 1월부터 연말정산과 정부24 등 공공 분야 서비스에서 공인인증서 대신에 카카오와 패스 같은 민간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바뀐다. 그런데 민간인증서를 쓰면 공인인증서보다 얼마나 편리해질까. 민간인증서 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정안전부는 2021년 1월부터 주요 공공 웹사이트인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국세청), 정부24 연말정산용 주민등록등본 발급서비스(행안부), 국민신문고 민원·제안 신청서비스(국민권익위원회)에서 기존 공인(공용)인증서 외에 다양한 민간인증서(전자서명)를 이용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9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보안성과 안전성이 높은 5개 민간전자서명 사업자를 선정했다. 바로 카카오와 통신사PASS(ATON, KT, LGU+, SKT), 한국정보인증(삼성PASS), KB국민은행, NHN페이코다. 

이에 기자가 카카오와 통신사PASS(KT), KB국민은행, NHN페이코 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앱을 설치하고 인증서를 발급받고, 사용을 시도해봤다. 삼성PASS는 갤럭시폰에서만 실행할 수 있어 갤럭시폰을 사용하지 않는 기자는 시험할 수 없었다. 

통신사PASS는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을 할 경우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 통신사PASS는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을 할 경우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페이인증서(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설치한 상태라면 다음 과정이 간단하다. 다만 카카오톡이 설치돼 있지 않으면 카카오톡 설치부터 진행해야 해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는 카카오톡을 설치한 뒤부터 말한다. 

카카오톡에서 오른쪽 하단에 ‘…’ 아이콘을 클릭하면 ‘더보기’ 메뉴가 나온다. 여기서 상단에 ‘안전하고 간편한 지갑을 만들어 보세요 +’를 클릭해서 지갑을 설치하면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바로 ‘나만의 카카오톡 지갑’이 만들어진다. 지갑에 딸린 인증서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양한 곳에서 카카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인증서 유효기간이 2년이어서 매년 발급 받는 공인인증서보다 편하다.

카카오는 현재 200곳과 제휴해 민간인증서 중 가장 제휴처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연금공단, 병무청, 국세청 등에서 문서확인에, 일부 보험사에서 보험료조회, 일부 쇼핑몰에서 아이디와 비번찾기에 활용되고 있다. 

페이코인증서는 페이코 가입부터 인증서를 발급까지 3번 이상 본인인증을 거쳐야 했다. 
▲ 페이코인증서는 페이코 가입부터 인증서를 발급까지 3번 이상 본인인증을 거쳐야 했다. 

 

통신사PASS는 통신사별로 다른 PASS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다. 기자는 KT알뜰폰을 사용해 KT PASS앱을 설치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다시 PASS 인증서 서비스를 발급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회원가입할 때 입력했던 정보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 왜 같은 정보를 계속 요청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통신사를 옮긴다면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점도 우려된다. 다만 비밀번호를 숫자 6개로 설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기억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인증서 유효기간은 2년이다.

페이코인증서는 페이코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다. 먼저 페이코 회원가입을 하는데, 기자는 전화번호를 이용했다. 이때 인증확인을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본인인증을 하는데,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인증확인을 한다. 회원가입을 마친 뒤에 다시 페이코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때 다시 본인인증 과정을 거친다. 본인인증을 3번 이상 진행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인증서 유효기간은 2년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다. 앱 설치 뒤에 KB모바일인증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진행과정이 7단계일 정도로 확인단계가 많다. 인증서 유효기간은 1년이다.

삼성PASS는 갤럭시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앱으로 설치돼 있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의 설정 메뉴에서 별도로 선택하며 진행해야 하는 서비스로, 처음 사용하려는 이용자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인증서를 설치해야 한다.

기자가 민간인증서를 시험한 21일부터 23일까지 해당 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는 공공사이트를 찾지 못해 민간인증서 사용 시험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다만 카카오 인증서를 국민연금공단에서 증명서 발급에 이용할 수 있어 시험해봤다.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인증을 간단하게 통과했다. 다른 민간인증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인증서 발급 단계가 7단계로 발급이 까다롭다. 
▲ KB국민은행은 인증서 발급 단계가 7단계로 발급이 까다롭다. 

 

23일 기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SC제일은행에서 카카오 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증과정이 매우 복잡했다. 이미 카카오 인증서를 갖추고 있음에도, 계좌번호 인증을 거쳐야 했다. 이뿐 아니다. 다시 핀테크인증서 이용 등록을 하도록 요구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OTP가 없으면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다. 공인인증서보다 더 불편했다. 시험 당시 OTP가 없었던 기자는 결국 도전을 포기했다. 

이 같은 시험을 고려하면 인증서를 실제 사용할 때 나타나는 편리성에서는 민간인증서간 차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증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여러 번 본인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통신사PASS와 페이코인증서는 불편했다. 그리고 KB국민은행은 단계가 많고,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떨까. 민간인증서가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나 공공서비스에 아직 도입되기 전이어서 편리성에 대한 체감이 아직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직장인 강모(45)씨는 “민간인증서로 편리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쓸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뭔가 더 복잡하기만 하다. 아직은 기존 공인인증서만 쓰고 있다. 당분간은 이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에서 민간인증서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자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많이 쓸수록 편리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리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민간인증서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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