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취임 후 윤석열과 갈등 점화..수사지휘권 발동·징계 청구 초강수
尹 '정직 2개월' 효력 정지 결정, 사실상 秋 판정패...갈등 봉합 무산
문 대통령 법무장관 인선, 與 검찰개혁TF 출범...검찰개혁 시즌2 박차
2020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대 정치사건 중 하나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지난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생결단식 싸움도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개혁 과업 완수를 향한 정부 여당과 검찰의 새로운 갈등 재연이라는 '검찰개혁 시즌 2'가 개막하게 된 것이다.
추 장관은 올해 1월 3일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내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수사로 35일만에 낙마하자, 그 뒤를 이어 더 강력한 검찰개혁 과업 완수를 목표로 추 장관이 수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당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검찰의 칼끝이 정권의 심장부를 향하던 때였다.
추 장관은 취임 5일 만에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 일명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대검찰청 간부들을 교체했다. 대검은 추 장관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명을 거역했다고 반박했다. 이를 계기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시작됐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올 여름들어 극으로 치달았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둘러싸고 추 장관이 헌정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는 과정에 한동훈 검사장과 친분을 들며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이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추 장관은 또 한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옥중 편지가 나오면서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해당 의혹을 제대로 수사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수사 지휘대상에 윤 총장 배우자와 장모가 연루된 사건을 모두 포함시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는 그간 추 장관이 보였던 행보에 대한 윤 총장의 반격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윤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추 장관의 조처가 부당하다고 했다. 이에 추 장관은 지난 11월 24일 윤 총장이 6가지 비위 혐의가 있다며 윤 총장을 징계에 회부하고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다.
바로 대리인을 통해 직무 집행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윤 총장은 일주일 만인 12월 1일 직무배제 효력 정지를 일부 인용한 법원 결정에 따라 업무에 복귀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지난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심의 끝에 윤 총장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2개월 정직' 징계가 확정됐지만, 윤 총장이 법원에 집행정지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24일 심문을 거쳐 이를 받아들였다. 임명권자를 향한 소송까지 불사하며 윤 총장이 25일 검찰에 복귀하자, 1년여간의 추-윤 갈등은 봉합이 아닌 사실상 추 장관 판정패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사람이 사실상 봉합의 선을 넘어서면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새로운 법무부 장관 인선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협조 관계를 통한 후속 검찰개혁 작업, 일명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오자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통한 수습에 나섰다. 인사권자로서 사과 의지를 드러낸만큼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추 장관 교체 등 후속 인선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두 차례나 윤 총장 징계에 제동을 걸어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사과가 나왔던만큼 추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주 검찰개혁TF를 출범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회는 국회대로 검찰의 엄중한 비위 부분에 대한 재발 방지와 검찰개혁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법무부의 징계사유에 대단히 부적절하고 비위가 있다는 식의 법원 판단이 있었던만큼 검찰개혁TF가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진행되던 일련의 사건들이 추-윤 갈등으로 비화돼 장기화 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졌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이 51.4%로 반대 41.2%를 앞섰다. 하지만 공수처 개정안 처리 직후인 12월 14일 이후에는 같은 업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잘못한 일'이라고 한 응답자가 54.2%, '잘된 일'이라고 한 응답자는 39.6%로 나타났다.
임기를 7개월여 남긴 윤 총장이 여전히 임기를 채울 의지를 내보이는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내년 1월 초 시행된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1월 중에는 처장을 임명하는 등 3월 전후로 조직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활동에 따라 새로운 갈등의 재연이 아닌 검찰개혁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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