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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김진욱 공수처, 박범계 법무부의 숙제

정치적 중립과 공정함이 생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또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두 사람의 기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권이 국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환경을 감안하면 특별한 돌발 변수가 부상하지 않는한 두 후보자의 임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여권이 말하는 ‘검찰개혁 시즌2’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돌아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검찰개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에 온 나라가 갇혀버렸다. 당초 검찰개혁의 과제는 국민적 합의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조국 사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들어선 이후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검찰개혁이냐 검찰장악이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었다. 마침내 추미애 장관에 의한 윤석열 총장 징계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무리수들로 인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연결되기에 이르렀다.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하려던 추 장관이 거꾸로 홀로 사퇴하게 된 상황은 그간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두 기관의 수장이 새로 지명됨에 따라 2020년에 겪었던 혼돈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국민적 동의 위에서 제반 개혁을 추진할 것인가는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 출범하는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일은 일차적 과제이다. 두 차례에 걸친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야의 극한적 대치 장면은 공수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양분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는 공수처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다행히도 김 후보자는 정치적으로 중립 성향이며 이념적으로도 중도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도 공수처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굳이 비토해야할 인물은 아닐 수 있다. 수사 경력이 짧다는 한계와 외부에 휘둘리지 않을 조직 장악력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김 후보자가 보완해가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일이다.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새로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 있는 공수처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여야와 국회의 책임이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게 된다. 공수처법에는 검찰과 경찰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했을 때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되어있고, 중복수사시 공수처장이 요구하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되어있다. 공수처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사건을 덮을 수도 있고 만들어낼 수도 있는 구조이다. 과거의 검찰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공수처에 대한 견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공수처장이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공수처는 정치적 편향 논란 속에 언제든지 휘청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는 윤석열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온 바 있다. 만에 하나 공수처가 여권 정치세력의 요구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면 공수처는 시작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정치적 중립의 정신으로 공수처 인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김 후보자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 다음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행보도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이다. 퇴임한 추미애 장관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악화되었던 상황이기에, 박 후보자는 당장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의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정권의 안전을 위해 검찰을 장악하는 식의 변질된 검찰개혁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검찰개혁을 의미한다. 추미애식 검찰개혁은 오직 윤석열 몰아내기에 몰두하다가 민심도 잃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더는 그런 실패와 민심이반을 자초하지 않는 리더십과 능력이 박  후보자에게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총장과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윤 총장은 7월까지의 임기를 다 마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까지 또 다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피로를 재연할 뿐이다. 이제는 박범계 후보자와 윤석열 총장이 어느 정도는 협력적인 관계에서 검찰개혁을 함께 추진해 가는 통큰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발의한 검찰청 폐지 법안이나 공소청 신설 법안 같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과격한 법안들을 접도록 설득하는 것도 박 후보자의 몫일 것이다. 추 장관이 이미 실패한 노선을 박 후보자가 반복하는데 그친다면 문재인 정부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의 갈등과 혼돈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생각한다면 박 후보자는 노선의 전환을 담대하게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가지, 박 후보자가 이런 일도 돌아보기 바란다. 윤석열과의 싸움에만 갇혀 있었던 추미애 장관은, 그런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끝내 아무런 말도 없이 장관직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감염 위협 앞에서 법무부가 재소자들에게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은 방역 인권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다.  재소자들이 갇혀있는 그곳에는 국가가 없었다. 더 이상 그런 장관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새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기다린다. 새해에는 공정함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모든 기관들이 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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