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발적 참여와 인센티브로 불평등 해소 주력”
국민의힘,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과 기업 이간질 우려”
사전 준비 부족으로 여론은 부정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 필요성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 필요성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기여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정치권과 경제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공론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막아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13일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1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낙연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당과 정부는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플랫폼 경제 시대에 적합한 상생협력모델을 개발하자”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수 측 야당인 국민의 힘과 진보 측 정의당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11일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포퓰리즘에 의존한 정책에 혈안이 돼 피해 입은 국민과 이득을 본 기업을 이간질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범여권에 속하는 정의당도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착한 임대인’ 정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지금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연대를 제도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기업에게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눈치 보기에 바쁜 실정이다. ‘자발적으로’ 이익공유에 나서라고 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을 보면 여당에서 기업에게 압력을 넣는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 관련 기사에도 대부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용자 ‘7ani****’은 댓글에서 “말은 자발적이지만 그걸 받는 기업들은 삥 뜯으러 온 깡패 만난 거다”고 지적했으며, ‘pws0****’은 “말이야 자발적 참여지. 반 강제 아니냐. 아님 니들 다 죽어”라고 말했다.

“부유세나 사회 연대세 등 정공법 필요”

정의당의 주장처럼 실제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자발적 이익공유제는 한계가 크다. 자발성으로 참여를 권하면 그만큼 실효성을 확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압박 또는 관제 기부 위험도 있다”며 “자발적 참여라는 우회 방법보다는 부유세 또는 사회 연대세라는 정공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 입법 추진을 위해 이미 법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11년 2월 23일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도록 하되,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당시 이익공유 방법으로 판매수입공유제와 순이익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 등이 제시됐는데, 대기업과 정부, 당시 여당(현 국민의 힘) 내부에서 반발이 커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이익공유제를 포함시켰고,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에 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조정식 의원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을 발의했다. 사전에 계약으로 협력이익공유를 확정해 이에 참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 정부가 세금 감면과 정책자금 우대, 동반성장지수 가점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협력이익공유제의 성공적인 사례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어려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국의 항공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엔진개발 비용을 고민하다, 엔진부품 생산 협력사에 투자를 받고, 판매수익을 나누고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던킨도너츠는 원재료 가격 폭등과 공급부족에 대처하려고 유통조합이 선정한 제조업체로부터 협상된 가격에 따라 매년 소요량의 70%를 구매하되, 급격한 가격변동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세계적인 ESG경영 움직임에 빅테크‧플랫폼 기업 참여해야”
우리나라는 과거에 큰 가뭄이나 수해 등이 발생하면 국민성금 등을 통해 국가적 고난을 다함께 공유하며 국난을 극복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정경유착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세금에 준하는 ‘준조세’ 성격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로 정부 주도로 국민성금을 강제할 수도 없어 준조세 성격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국내에서 재벌 기업들은 탈세 등 그동안 보인 잘못된 행태로 인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경제를 발전시키며 국가가 어려울 때 성금 등으로 국난극복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낙연 대표가 제시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재벌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과 배달의민족과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비대면 경제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최고기록을 계속 써나가고 있다. 

이들이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반사적 이익을 얻은 만큼 수익의 일부를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기업,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생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이제 벤처기업이 아니다”며 “은둔형 CEO로 숨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SK는 그룹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10대 그룹 중 주요 그룹은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주요 화두로 언급했다. 세계적으로도 ESG 경영이 기업에서 핵심 경영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하는 ESG 등급 환경 부문에서 네이버는 B+를 받았고, 카카오는 C를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크게 성장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 기업에서 ESG 경영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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