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주의,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 선택해야”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이 20일 취임하면서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 미국 우선주의 페기 등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이 20일 취임하면서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 미국 우선주의 페기 등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미국 우선주의 폐기, 경기회복을 선언했다.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재정 정책 추진과 다자무역 체재 복귀, 친환경 산업 확대가 한국 경제와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취임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와 협력할 것”이라며 “평화와 발전, 안전을 위해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국제사회에서 힘으로 주도하지 않고 모범으로 세계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립주의 정책에서 변화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에 있는 '대통령의 방'에서 대통령 취임 서명, 장관급과 차관급 내각 지명 문서 등 3건에 서명하면서 대통령 임무를 시작했다. 

미국 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연방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학자금 대출의 원리금 상환 일시 중단,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및 협력 재개, 주택 임차인 강제 퇴거 및 압류 유예 연장,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이슬람 국가 여행 금지 해제,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 중단, 인종적 형평성 제고를 위한 범정부 계획 착수, 성 정체성 및 성적 성향에 따른 차별 방지 등 17개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선언함에 따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파리기후변화 협약 재가입으로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관련 산업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지난 7일 발간한 ‘미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호전되면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미국 대상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이 경기에 민감해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해외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무역 체재 복귀를 위해 철강 수입규제와 관세부과 조치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한국의 철강 수출에 긍정적”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해 수입관세와 제재 조치가 지속되더라도 반도체 같은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 계획 달성을 위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국내 배터리, 태양전지, 태양광모듈,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품목 수출에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미국 중심으로 다자무역 체재를 개편하면 외국 기업들과 무역 갈등을 계속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도 미국 현지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거나 자동차·철강, 화학·반도체 같은 산업 분야에서 노동과 환경 기준이 강화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에 서명하며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에너지가 개발해 운영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베론1A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한화에너지>
▲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에 서명하며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에너지가 개발해 운영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베론1A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한화에너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수출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19일 발간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외교를 중시한 다자주의적 통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 협력하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통상 정책이 안정화되면 기업 수출 환경도 안정적으로 바뀌며 호전돼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과의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상지원센터는 “미중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을 겨냥한 추가 관세 등 미국의 대중 통상 압박이 계속되면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술 패권주의”라며 “미국이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체계를 중국을 배제하며 만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전략을 펴던 한국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문성 교수는 “아직은 기술적으로 배울 게 많은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중국에는 수출 대신 내수 시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타고, 소비재 중심 수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환경에서 초점을 두면서 성장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등 환경 관련 수출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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