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마스크는 계속 착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마스크는 계속 착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달 중순, 의료진을 대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마스크를 섣불리 벗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 예방접종센터에서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 소재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운영병원, 생활치료센터 내 의료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예방접종 목표와 순서, 백신 도입, 유통 관리 같은 사항이 알려졌다. 여기서 확인된 정부의 목표는 올해 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집단면역은 지역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항체를 가져서 바이러스가 더는 전파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최원석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게 돼 면역력이 없는 사람도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집단면역 자체가 바이러스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신은 100% 면역력을 형성하지 못한다"

먼저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10일에서 14일이 걸린다. 이 기간이 지나야 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 하지만 백신 종류마다 맞아야 하는 횟수와 면역력이 달라진다.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두 번 접종해야 항체가 생성된다. 기간도 첫 번째 접종 후 최소 3주가 지나야 2차 접종을 할 수 있다. 면역력은 화이자가 95%, 모더나가 94%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70%다. 중요한 건 어떤 백신도 100%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 지속 기간도 논란이 있다. 영국 레스터대 바이러스학자인 줄리안 탕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환자와 백신 종류에 따라 면역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말하기 어렵다"며 "아마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백신을 접종해도 바로 면역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2회 접종으로 진행되는 백신은 약 3~4주 내로 두 번째 접종을 받아야 한다. 탕 박사는 "백신을 맞고 하루 뒤나 일주일 뒤에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 감염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한테 옮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2회 접종을 다 맞은 뒤에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앤드류 배들리 미국 마요 클리닉의 분자 의학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계속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며 "다만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코로나19 면역이 아예 없는 사람보다는 바이러스 양이 적어 덜 아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공급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조제 마누엘 바우티스타 스페인 마드리드 복합대학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다차원적인 바이러스"라며 "환자마다 다른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도 유사할 것으로 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면역 효과가 아주 잘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완전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 이다. 바이러스 재생산과 전파를 100% 끊지는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도 미접종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라며 "마스크만이 주변 사람들을 감염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집단면역 90% 넘어도 마스크는 써야 한다

국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전염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선 전체 인구 중 최소 60% 이상이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면역이 전체 인구 중 60% 이상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마다 집단면역의 정도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연구소장은 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집단면역 기준과 관련된) 진짜 숫자가 무엇인지는 모른다"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멈추려면 인구 90%에 항체가 형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집단면역 형성 기준은 감염병마다 차이가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높을수록 집단면역 기준은 높아진다. 또 전파력은 '감염 재생산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당 지수는 감염병 확진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감염 재생산지수가 2이면, 1명이 2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감염 재생산지수로 집단면역의 형성기준을 산출한다"며 "코로나19는 감염재생산지수 변동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감염 재생산지수는 발병일, 확진일, 신고일에 따라 계산하는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면서 안심할 수 있는 집단면역 수치는 정학하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확실하게 정해진 집단면역 형성 기준이 아직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공식적인 종식 선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생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전염을 완전히 막기 위해 85%~90%의 집단면역이 형성되더라도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마스크는 착용해야 한다"며 "백신도 100%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과 직결되는 문제다. 추가로 코로나19 백신은 지금껏 사용해보지 않은 개발법으로 나온 백신이다. 데이터도 없다. 결과도 종식 선언이 나오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결국 백신이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지 못하면 전 인구가 백신을 접종 받아도 바이러스가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면역력을 제대로 얻지 못한 사람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연구 결과는 백신이 바이러스 전염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와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100% 전염 차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라일리 에든버러대 교수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고 면역력을 가질 때까지는 백신 접종자도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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