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네이버가 16년만에 ‘실시간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 소통 통로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오는 25일부터 실시간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4일 밝혔다. 모바일 네이버홈의 '검색차트' 판도 함께 폐지된다.

검색 플랫폼으로 출발한 네이버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키워드를 입력하도록 도왔다. 나아가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포착해, 2005년 ‘급상승검색어’ 서비스를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실시간으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 순위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절대적인 검색이 아닌, 검색 빈도 비율이 얼마나 상승했느냐를 기준으로 따진다.

이용자들은 재난이나 속보, 중요 사건 등 지금 빠르게 알아야 할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알 수 있고, 동시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와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첫 화면에 실시간검색어 구간을 배치해 이용자들이 포털에 접속하자마자 바로 그 검색어를 클릭하도록 유도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년 설문조사에서, 69.5%가 포털을 이용할 때 실시간검색어를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이용자들을 오래 붙들어놓을수록 광고 수익은 상승했다. 오늘날의 네이버를 있게 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힌다.

실시간검색어의 순기능은 시민들이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심사를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공론장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참여·개방·공유’라는 기치하에 시민 참여형 서비스들이 생겨났는데, 이 같은 흐름 속에 실시간검색어 서비스도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실시간검색어 종료 결정에 민주언론연합(이하 민언련)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표현하는 인터넷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은 “한국 시민들의 커뮤니티 채널이 상대적으로 막혀있던 때, 실시간검색어가 생겨 그때그때 여론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방침에 대해 “인터넷 공론장에서는 시민들이 이야기하려는 욕구가 있는데, 공론장을 줄여나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네이버는 그 전부터 토론 공간이나 연예·스포츠 뉴스의 댓글, 일부 정치·사회면 댓글도 언론사 입장에 맡기겠다며 없앴다. 송 위원은 "이번 실시간검색어 폐지도 그 같은 흐름 속에 하나로 봐야 한다"며, "이용자들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자사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만 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실시간검색어는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찬반 양측이 검색창에 각자의 키워드를 띄우며 세 대결을 벌이던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은 "'소수의 사람이 여론을 조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인터넷 공간은 본래 시끌시끌한 공간으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필터링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은 이어 "전국민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는 네이버는 사회적 책임이 크고 인터넷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렇기에 정책 결정에 투명성이 있어야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내부 검증이나 방향성에 대해 자문을 받고 공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측은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며 "‘데이터랩’을 통해 실시간검색어가 담당했던 기능과 유사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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