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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김은경의 블랙리스트,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다.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에서 이들은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런 단죄가 있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장면이 생겨났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인사 가운데서는 첫 구속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판결이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청와대와 김 전 장관 측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사찰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기소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그러한 주장은 일면 수긍할 측면도 있지만, 재판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또한 엄하게 처벌해야 할 사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정치적 사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정권으로부터 배제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사표를 강요하여 물러나게 한 직권남용 행위였다는 점에서는 닮은 꼴이다. 이 사건은 2017년 말~2019년 초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균형인사비서관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해 그중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후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들 임명을 위해 6개 기관, 17개 자리의 채용에 불법 개입했다는 내용의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공모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내정한 후보자가 임명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리는 등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공무원 등에게 신분 또는 임기가 보장되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그같은 직권남용 행위가 이전 정권보다 더 심각한 것이었음을 지적했다. “공공기관운영법이 시행된 이후에 이 사건과 같은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설령 이전 정부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범행이자 타파해야 할 불법적인 관행"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정부 산하기관은 물론이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이전 정권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에 새 정권의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광경을 오랜 세월동안 지켜봤다. 그러니 정권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수많은 자리들은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것이고,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논공행상의 잔치판이 벌어짐을 의미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광경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 과거 정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촛불 정부’임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까지도 당당하게 그런 배제와 낙하산 인사를 거듭해온 것은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으라는 소명을 부여받고 출범했지만, 결국 자신들조차 그 기득권의 늪에 깊이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면 언제나 정권의 담당자들은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들을 중용하는 것은 잘못이 아님을 강변해왔다. 그러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렇다고 해서 임기가 남은 사람들에게 사표를 강요하고 채용비리를 저지르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자기 사람들 챙기기에 갇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잘못된 관행에 법원이 일대 경종을 울린 셈이다. 진즉에 그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결단을 내렸다면 역사에 남았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이전 정부들과 같은 반열이 되어 법의 심판을 받은 광경은 매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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