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두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 모두 대진표가 완성되고, 본격적인 후보 경선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현 상황으로 보면, 역대 서울시장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새로운 인물, 정치적 신인의 등장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과거에도 보았던 사람들이 다시 경합하는, 아주 익숙한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도전하는 입장에 있는 야권도 10여명의 인물들이 나섰지만, 국민경선 중심의 경선룰을 채택하면서 정치신인들이 설 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무튼 양 진영의 대진표는 작년부터 이야기되던 후보군들로 짜여졌습니다. 하지만 정당내 경선이 시작된 2월부터, 지난 연말 연초에 비해 여론의 추이가 다소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여당은 수세적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었고, 특히 부동산 이슈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여파로 정권심판론이 크게 확산되면서 야당의 승리를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번의 큰 선거를 연이어 패배한 야당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선언과 함께 던진 야권후보단일화 논의는, 일거에 범야권 선거판의 구도를 선점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에 참여하겠다는 원샷경선 제안까지 했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즉각 거부하긴 했지만, 여전히 안철수 대표는 단일화의 중심에 있고 여야 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습니다.

2월 들어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 후보간 가상대결에서 안철수 우위 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여당 후보 1위 박영선 전 중소벤쳐기업부장관이 있습니다. 지난 달 26일, 후보들 중 가장 늦게 출마를 공식선언했는데, 어느 정도 컨벤션 효과도 있겠지만, 그 이후 박영선 후보를 중심으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전체적으로 그동안 약세에 있던 여권이 큰 고비를 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해석도 가능한 모습입니다.

우선 여야 후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이 안철수 대표를 앞서서 모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차범위 내의 결과지만 지난 연말 연초 ‘안철수 1위’ 현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 1월 30일-31일 조사
▲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 1월 30일-31일 조사

아시아경제에서 윈지코리아에 의뢰하여 1.30~31일 조사한 결과는 박영선 전 장관이 24.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2.4%였습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 4~6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박영선 25.8%로 안철수 19.5%를 6%p 이상 앞섰고, 나경원 12.9%, 오세훈 9.2%, 우상호 5.2%입니다. YTN-TBS의뢰로 리얼미터에서 2.7~8일 조사한 결과는 박영선 26.2%, 안철수 19.0%, 나경원 15.1%, 오세훈 9.4%, 우상호 7.7%입니다.

또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정하지 않는 ‘박영선-안철수와 국민의힘 후보’간 3자 가상대결도, 모든 조사결과가 박영선 우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의 “박원순-김문수-안철수”와 같은 구도면 여당 필승이라는 결과가 확인됩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는 “박영선 35.7%, 안철수 27.0%, 나경원 22.8%”였고, 오세훈 전시장을 포함할 경우 “박영선 37.0%, 안철수 29.6%, 오세훈 19.0%”입니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2.5~6일 조사는 “박영선 33.4%, 안철수 30.6%, 오세훈 19.8%”로 나타났고, 나경원 전의원이 포함되면 “박영선 34.1%, 안철수 30.6%, 나경원 18.5%”입니다. 마포 포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얘기처럼, ‘과거나 지금이나 3자구도에서는 야당이 필패’라는 사실을 여론조사가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가상대결 결과는 역시 여야간 1대1의 맞대결입니다. 지금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된다와 안된다는 의견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 이번에는 단일화 없이 3자구도가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왜냐 하면 야권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고 만일 후보 단일화를 안해서 졌다면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인데,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이렇게 단일화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 1대1 대결입니다. 여당 후보 1위인 박영선 전 장관과 야권단일후보의 대결인데, 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흐름상의 변화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1월 2일-3일 조사 
▲ 아시아 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1월 2일-3일 조사 

한달 전인 1월 2~3일,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한 조사결과를 보면, 야권단일후보 안철수 대표와 박영선 장관의 대결은 안 대표 47.4%, 박 장관 37.0%로 오차범위 밖에서 안 대표의 우위였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과 박 장관의 경우는 ‘39.8% 대 40.1%’로 박빙의 접전 양상이었고, 오세훈 전 시장과 박장관의 대결은 ‘43.9% 대 38.7%’로 5%P 이상 오 전시장이 앞서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최근 조사 중 이와 가장 유사한 결과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입니다. 안 대표와 박 전 장관의 대결은 ‘46.0% 대 39.2%’로 오차범위 내에 있지만 다소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나경원과 박영선의 경우는 ‘41.3% 대 41.1%’였고, 오세훈과 박영선은 ‘41.8% 대 40.8%’의 박빙으로 나타났습니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는 안철수-박영선의 경우 ‘46.6% 대 37.7%’로 오차범위 밖에서 안 대표의 우위였고, 오세훈-박영선은 ‘39.3% 대 42.3%’, 나경원-박영선은 ‘36.1% 대 43.1%’로 박영선 전 장관의 우세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와 박영선 대결의 결과가 반대로 나타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시사저널 의뢰로 조원씨앤아이에서 2월 1~2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박영선 전 장관이 41.0%로 안철수 대표 36.8%를 앞섰습니다. 박영선-나경원의 대결에서도 ‘41.7% 대 33.7%’로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YTN-TBS 의뢰, 리얼미터 조사,2월 7일-8일 조사
▲ YTN-TBS 의뢰, 리얼미터 조사,2월 7일-8일 조사

YTN-TBS의뢰 리얼미터조사 결과도 그렇습니다. 박영선-안철수 대결은 ‘38.9% 대 36.3%’로 박 전 장관이 2.6%p 우세입니다. 박영선 대 나경원은 ‘39.7% 대 34.0%’, 박영선 대 오세훈은 ‘40.6% 대 29.7%’로, 모든 경우에 박영선 전 장관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1대일 가상대결에 대한 4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말씀드렸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조사방식의 차이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우세를 보인 한국일보와 문화일보의 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인 반면에, 박영선 우위의 시사저널과 YTN-TBS조사는 자동응답(ARS)방식입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여권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전화면접 방식에서 여권지지층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권이 수세적인 입장에 있는 선거에서 일종의 ‘샤이층’이 있다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안철수 대표와 박영선 전 장관의 여야 양자 가상대결 결과를 놓고 세부적으로 몇가지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상세 통계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문화일보 조사의 경우 후보들의 정당명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설문지 문항의 차이에 의해 조사결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선 연령대별 지지도를 보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지성향과는 많이 다릅니다. 먼저 20대를 보면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율이 박영선에 비해 아주 높게 나타납니다. 시사저널 조사는 양자가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보통의 경우 야당 지지율이 15~20% 뒤지는 것에 비해 이번에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당의 핵심지지층인 30, 40대도 다른 양상입니다. 30대를 보면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약간 앞서지만, 시사저널과 문화일보 결과는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40대는 박영선 후보의 지지율이 20% 정도 높지만, 한국리서치 조사는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30대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것은,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지지가 기존의 야권 후보에 대한 보수층 지지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0대는 과거의 40대처럼 진보와 보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합니다. 문화일보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우세지만 한국리서치나 시사저널 조사에는 10% 이상 박영선 후보의 우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50대는 아직까지 각축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문화일보 조사는 27%까지 차이가 납니다.

결국 20, 30, 40대의 지지율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안철수와 박영선의 대결을 가정하면 이들의 투표율이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층의 지지가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보는데, 그 동안 경험으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문화일보 조사는 안철수 대표가 소폭 우세지만,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박영선 전 장관이 15% 이상 우위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지만, 아직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또 한가지, 지지정당별로 충성도를 보면 여야 정당 지지자의 거의 80% 이상이 해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될 경우에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표를 얻는데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박영선 전 장관의 출마선언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가 훨씬 더 치열한 경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과거의 사람들이 다시 경합하는 선거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상징성 만큼이나 앞으로 전개될 선거전에 이목을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1일 경선을 통해 최종후보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박영선 전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양자대결로 굳어진 상황인데, 먼저 출사표를 던진 우상호 의원이 현재의 격차를 얼마나 따라잡으며 경선일까지 승부를 끌고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86세대의 대표주자이고,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 낸 원내대표인데, 본인의 이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단 두사람 만의 경합이지만, 치열한 토론과 정책 대결이 있는 경선을 통해, 야권의 단일화 이벤트와는 차별화되는 여당 선거전의 붐업과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관심은 야권후보 단일화에 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일정으로 국민의힘 내부경선은 3월4일 마무리됩니다. 예비경선을 통해 본경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는데, 계속되는 가상대결 여론조사 속에서 오신환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결국 나경원-오세훈의 맞대결이 당내 경선의 흥행카드가 될 전망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금태섭 전의원과의 단일화 카드를 던지면서, 최종적인 야권후보 단일화 수순을 두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본경선의 승자와 안철수 대표 간의 단일화 성사 여부는, 구도와 인물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마지막까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변수로 남을 것입니다.

선거 여론조사에 나타난 서울시민의 여론은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강세입니다. ‘정부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하게 50%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기류의 변화가 있고,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방역과 백신, 재난지원이라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조치와 함께,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는 대책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해가는 모습입니다. 40%선을 회복해가는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당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기반 위에,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가 그려내고 있는 서울의 미래 청사진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선거전 초반 필승의 기세를 보이던 야권은 점점 스탭이 꼬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한원전추진’ 의혹 제기에서 보듯이,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제기하는 이슈들은 ‘반정부’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줄곧 강조해 온 중도노선, 선거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 민심 장악 노력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서 야권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은 ‘야권단일화를 통해서 선거에 승리한다’는 그 이상의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시정의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제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 부산시장 선거를 포함해서, 선거의 구도와 이슈, 인물의 분석을 계속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위에 언급된 모든 여론조사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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