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내 스타트업인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최대 데이팅앱 '틴더' 등을 운영하는 매치 그룹에 약 1조9330억원으로 매각됐다. 사진은 하이퍼커넥트 사무실 전경.  <사진=하이퍼커넥트>
▲ 지난 10일 국내 스타트업인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최대 데이팅앱 '틴더' 등을 운영하는 매치 그룹에 약 1조9330억원으로 매각됐다. 사진은 하이퍼커넥트 사무실 전경.  <사진=하이퍼커넥트>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최근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승기류를 이어나가려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로의 진출폭을 넓히고, 동시에 국내시장에서 작은 M&A가 많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일 토종 스타트업인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매치 기업에 매각된 데 이어,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데이팅앱 ‘틴더’ 등을 운영하는 매치 그룹이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조 933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이 55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매각된 사례로 2019년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 7500억 원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숙박 O2O업체 여기어때가 4000억 원, AI 스타트업 수아랩이 2300억 원에 매각됐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자체 경쟁력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 IT 매체 CB인사이트(CB Insights)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이 500개로 집계됐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은 11개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국내 업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세계에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언어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에다, 국내 VC(벤처캐피탈)들이 글로벌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아 생태계 구성원 간 글로벌 교류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생태계에 더 많이 노출되고 교류가 늘어야 투자도 받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또 “스타트업은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해 성장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더 큰 자본 조달이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를 해도 현재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하는데, 해외에서는 기업의 인적‧기술적 자원, 성장성을 국내 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면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창업 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우라고 권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사례도 있지만, 대체로 지역적으로 나눠져 있어 국내 내수시장만 보면 확장성이 없다”면서 “글로벌에서는 기업의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해외시장에 접목해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의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퍼커넥트는 외국인 이용자가 99%이며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보통 기업가치가 약 1000억 정도 된 후에야 매각이 이뤄지는데, 그 전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모를 불릴 수 있도록 작은 M&A들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해외 진출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사례는 소수인데, 지금의 분위기가 탄력을 받으려면 국내시장에서 M&A가 빈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실장은 "스타트업의 본질은 빠르게 창업하고 시장 테스트를 거쳐 모험적으로 도전하고 성장성을 입증 받는 것"이라며 "이것이 새로운 경제모델의 원동력이므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주된 수단이 상장, IPO로 미국에 비해 M&A 관련 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우리나라 문화상 기업들이 M&A이라 하면 한 발 더 도약하는 기회로 보기보다 회사를 뺏긴다는 인식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기부 등에서 독려하고 있는 데다 최근 기업들의 경우 M&A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긴 했는데, 아직 전통적 기업들의 인식은 과거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