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상황 별도 카메라로 노동자에게 직접 촬영 지시…업무만 늘고 사고 시 사측만 유리

지난해 12월23일 포스코 금속노조와 시민단체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는 국회 정문 앞에서 포스코 직업성 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맨 오른쪽이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비상대책위의 수석부지회장. 한 지회장은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노동자 감시가 더 심화되고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대정 지회장>
▲ 지난해 12월23일 포스코 금속노조와 시민단체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는 국회 정문 앞에서 포스코 직업성 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맨 오른쪽이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비상대책위의 수석부지회장. 한 지회장은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노동자 감시가 더 심화되고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대정 지회장>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포스코가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CCTV 등을 통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노동조합 측은 산재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도 아닐뿐더러 사고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행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비상대책위 한대정 수석부지회장은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CCTV 확대에 대해 “노동자들을 괴롭히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라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지 말고 설비나 환경 면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회장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는 사업장에 CCTV 설치를 확대할 뿐 아니라 작업 과정을 별도 카메라로 촬영해 녹화본을 제출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한 지회장은 작업을 촬영하라는 지시 때문에 일이 더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한 지회장은 “전기‧기계 정비 작업 쪽에서는 한 자리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공구 들고 다니면서 계속 이동해야 한다”며 “물 배관이 터지는 등 하루 5건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때마다 옮겨 다니며 계단도 없는 10층 타워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 지회장은 “사측에서 촬영분을 보고 영상 안에 작업 현장이 잘 안 담겨 있으면 뭐라고 한다"며 "그런데 작업하다 보면 계속 이동하고 움직여야 해 삼각대로 고정시킨 카메라에 모든 작업을 다 보이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한 지회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냐”라면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보면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화장실에 갈 수도 있는데, 일일이 간섭하고 문제를 삼아 정직‧감봉 등 징계를 내린다”고 말했다. 안전을 구실로 사실상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길들이는 기제가 매순간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 지회장은 "자기가 작업하는 일상을 8시간 동안 계속 찍는다면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딨겠냐"며 "그것도 본인이 아닌 남이 보관하는 데다 당신 잘못을 찾겠다는 건데 작정하고 찾으면 뭐든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초점 맞추려는 의도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 지회장은 “산재는 설비가 노후화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체나 수리 주기가 몇 년인지 보고 설비 점검을 하거나 예산을 적게 줬다든지 담당자가 다른 쪽으로 편성했다든지 따져봐야 하는데, 그저 노동자한테 덮어씌우려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지회장은 지난해 11월 작업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25톤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를 예로 들었다. 한 지회장은 “공문이 왔는데 ‘앞으로 2륜 오토바이나 자동차, 전동킥보드를 타고 오지 말라’는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고 말했다. 한 지회장은 “교통사고든 산재사고가 나면 무엇이 문제인지 위험성 평가를 하는데, 물론 노동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전날 과음, 과로를 했다든가 착오가 있었다든가 행동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노동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 지회장은 “교통사고가 났는데 정상적 도로가 아니라 물건 하역이 혼재돼있어 화물차나 2륜차 등 통행로 구분이 모호하다든가 또 야간 출퇴근 시간이었을 때 조명 조도가 낮았다든가 하는 설비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간에 안개가 많이 낀다든지, 낡은 설비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했다든지 관리나 주변 환경적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회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지 말라고 하는데, 여의도의 3배가 되는 땅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반문했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부당한 상황에 대해 신고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회사 측에서 감봉·정직 등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 생계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 지회장은 “징계를 받으면 호봉이 누락돼 10년이면 돈이 약 5000만원 차이가 난다”며 “현장 노동자들이 고액연봉자도 아닌 데다, 특히 일용직이나 일반 하청 같은 경우는 잔업으로 먹고 사는데, 기본임금이 150만원도 안 되고 수당이 붙어도 겨우 최저임금 넘어가는 정도라 식구들을 먹여살리기에 빠듯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하고도 불이익을 받을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사정이다.

특히 산재 사고가 났을 때 촬영영상을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한 지회장은 “포스코에서 그 촬영분을 우리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보여달라고 요구하면 녹화가 안 되어 있다고 발뺌한다”며 “결국 자신들이 유리한 자료만 갖다 쓴다”고 말했다. 산재를 입증하는 자료로 CCTV 영상이 쓰일 수 있다는 사측 주장과 배치된다. 한 지회장의 발언들을 관통하는 한 문장은 이렇다. “돈 들어가는 건 다 빼고 사람한테만 문제를 삼는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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