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윤석열 관계개선 파탄, ‘검찰개혁 시즌2’에 尹역할 없어, 신현수 검찰 창구로 부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표명을 두고 논란과 해석이 분분하다. 신 수석 사의 표명 이유를 두고 언론이 여러 설을 내놓지만 명확하게 가려진 것은 없다. 또 신 수석 향후 거취문제, 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역할에 대한 의견도 난무하다.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드러난 활동을 하지 않는 민정수석을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도록 한 환경을 먼저 짚어야 하며 그 토대 위에 사의표명을 촉발한 검찰 고위직 인사가 갖는 의미를 봐야 한다. 또 이 사태는 일회적 해프닝이나 완결형이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됐고 앞으로도 진행될 검찰개혁 대전의 한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신현수 수석의 발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지속된 ‘검찰개혁 대전’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반발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검경수사권 조정,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의 난제를 풀었다. 그리고 집권 5년차를 맞아 검찰과의 ‘확전’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했고 이를 위해 기용한 인사가 신 수석이다.

문 대통령이 1월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향후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서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한 것은 신 수석에게 이 역할을 맡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정권과 지난 4년 간 길고도 긴 권력투쟁을 벌인 검찰은 그동안 내부에 쌓인 문제가 심각해 문 대통령의 이러한 뜻을 수용할 태세가 못됐다. 게다가 임기 5개월 정도 남긴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 ‘적(敵)’을 상대해야 하는 ‘검사 내전(內戰)’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윤 총장 징계사유 중 ‘판사사찰 의혹’은 서울고검의 무혐의 처리로 넘어가는 모양새이지만 ‘채널A사건 관련 감찰과 수사 방해 의혹’은 윤 총장 목에 걸린 가시다. 이를 해결 못하면 법원의 2개월 정직 징계 본안 소송에서 패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제기된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장모 등 가족비리 수사도 걸려 있다.

2월7일 발표된 검찰고위직 인사의 정치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 윤 총장이 박범계 법무부장관과의 인사 협의에서 이성윤 중앙지검장 교체와 채널A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 복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장관으로선 윤 총장 요구를 수용하면 전임 추미애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추진 등 모든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신현수 수석은 박 장관과 윤 총장 간에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려 했지만 양쪽에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문 대통령은 신 수석에게 의견을 묻기보다는 본인의 판단으로 인사안을 재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신 수석은 ‘자신의 역할은 없다’면서 사의를 표명 했을 개연성이 높다.

신현수 복귀 ‘윤석열과의 관계개선 포기’ 의미, ‘검찰개혁 시즌2’에 검찰 창구역할 할 수도

신 수석의 사의표명 이후 언론보도 등을 통한 논란 확산은 검찰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따라 진행됐다. 신 수석은 검찰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사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 전달된 메시지들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법무부와 청와대의 갈등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언론보도들을 보면 신 수석 사의표명 직후 박 장관과 문 대통령이 ‘신현수 패싱’을 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이 인사안을 신 수석과 협의 없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재가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러면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인사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신 수석이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청와대에 복귀할 시점부터 언론보도는 박 장관이 신 수석 뿐 아니라 문 대통령까지 패싱하고 이성윤 지검장 유임 인사를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보도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이미 망신창이가 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부활시켜 ‘조국 라인’에 의한 인사라는 해석까지 도출했다.

그러나 장관이 검찰고위직 인사에서 대통령을 패싱한다는 것은 절차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검찰개혁을 지난 4년 동안 실질적으로 주도해왔고 책임졌던 당사자가 문 대통령이란 점을 복기하면 ‘문 대통령 흠집 내기, 망신주기’의 의도가 담긴 과도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원인인 ‘윤 총장의 인사 요구’의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윤 총장의 ‘이성윤 찍어내기 요구’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선 짚지 않았다.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와 함께 검찰 내부에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월성 원전 등 정권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장을 유임한 것이 타당하다면 채널A사건 등 윤 총장 관련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이성윤 지검장 유임도 마찬가지로 바라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윤 총장의 ‘이성윤 찍어내기, 한동훈 복귀’라는 인사요구에서 출발했지만 이 요구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언론들은 눈을 감았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신 수석의 복귀는 윤 총장 체제에서의 청와대와 검찰 간의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는 의미다. 즉 자신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얻어 민정수석직을 계속 수행하게 될 경우 차기 검찰총장 체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윤 총장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신 수석 복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검찰개혁 시즌2’다. 신 수석은 검찰출신으로서 검찰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하며 일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연동돼 신 수석은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통로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조직에게 윤석열 총장은 지금의 ‘검찰개혁 시즌2’를 막아내는데 걸림돌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의표명 이후 신 수석에 쏠리는 정치적 무게가 커진 것이다. 

윤 총장은 지금 180여석을 확보한 집권여당과 대척점에 서 있다.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야권의 대선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윤 총장이 여당을 상대로 검찰의 입장을 정교하게 대변하고 이해를 관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여당 분위기는 윤 총장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다.

신 수석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검찰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검찰조직은 여권의 ‘검찰개혁 시즌2’ 추진에 속이 타들어가지만 윤 총장을 앞세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청와대 내에서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 수석의 역할이 절실하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시즌2’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은 청와대다. 검찰로서는 신 수석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검찰 고위직과 중간간부급 인사에 대해 검찰조직 내부는 조용하다. 반면 범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신 수석에 대한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