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에만 소상공인 약 5만 6000명 "서울 25개구 가장 많아"
남원호 회장 "실질적인 소상공인 도움 위해 지원센터 설립"

 

남원호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 회장. <사진=김현우 기자>
▲ 남원호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 회장.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약 5000개의 인쇄업체가 몰려있는 서울시 중구 충무로. 이 곳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맹공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인쇄산업체 외에도 중구에만 약 5만 6000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12월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평생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섰다. 

40년 넘게 중구 인쇄거리에서 인쇄업을 해 온 김모(63)씨는 현재 중구 상권의 상황에 대해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명함·청첩장 등을 쓸 일이 없으니 주문 건수가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약 70% 줄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대면 접촉이 없으니, 명함도 없어지고 공연장과 영화관이 문을 닫으니, 포스터와 템플릿도 사라졌다"라며 "결혼장도 열지 못하니까 예식장 업체들의 청첩장, 식권 인쇄 주문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쇄소 사장 이모(48)씨는 "35년을 여기서 일했는데 가게 월세를 못 낼 정도로 일이 없기는 처음"이라며 "거리 통행량도 예전의 반도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은 당장 내일 아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한다며, 하루 빨리 시급한 대책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기자는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직접 팔을 걷어붙인 남원호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쇄 업계에서만 43년을 일 한 남 회장은, 대한인쇄기술협회 수석부회장과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서울인쇄조합)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후 지난 2018년부터 중구소상공인특화산업단 단장, 사단법인 서울시소상공인특화산업협회 회장 등을 맡으며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써왔다.

남 회장과 황일하 센터장, 김정태 선임연구원으로 구성된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는 중구 소상공인과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 발전위원회를 두고 중구 관내 소상공인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구청 차원 긴급 운영자금 프로그램”

남원호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인쇄조합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그는 퇴임을 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지원센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퇴임 후) 서울시 인쇄조합 이사장으로서 하지 못했던 일을 되돌아봤다"면서 "당장 먹고 살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많은 소상공인을 보게 됐다. 이에 서울소상공인협회를 조직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본격적으로 소상공인 분들을 돕기 위해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하는 사업은 코로나19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구체적으로는 금융지원"이라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구에 소재한 자영업자들이 이미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중구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보면,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영세성이 지속되고 과당경쟁과 취약한 경쟁력으로 생존율이 저조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상황이 안 좋았다. 그런데 코로나19 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몰려오니, 장사가 안 되고 이자 부담까지 지속되고 있다. 임차료, 대출금 상환 등의 비용지출 증가와 경영난으로 차입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고용지원금 등은 소상공인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남 대표는 소상공인들에게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구청에서 신용보증재단과 업무 협약을 통해 50억원을 출연(금품을 내어 도와 줌)하면, 15배인 750억원의 금융 대출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이 가능해지면 3천만원씩 2500곳, 156억원을 출연하면 3000만원씩 7800곳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000만원 씩 2만 3400곳의 업체에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또 "소멸하는 재난지원금이나 고용지원금과 달리 해당 금융 지원은 소상공인들이 상환하기 때문에 나라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서 “죽어가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행 상황은 어려운 상태다. 남 회장은 중구청에 해당 내용을 건의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 했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 중에 금천구가 40억원, 광진구도 20억원을 출연했다"며 "(중구청이 출연금을 지원해) 소상공인에게 적어도 1000만원이라도 지원하게 되면, 적어도 3개월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 회장은 "금액적인 지원이 소상공인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것은 맞지만, 상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업종별 특화산업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화산업 조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발전 위해 스마트앵커 등 도심 속 업종별 특화산업 모색해야"

중구는 인쇄, 봉제, 조명, 가구, 철공 등의 업체들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남 회장은 스마트앵커 등 지역 내 특화산업 조성을 위한 사업에 대해 언급하며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정책 설계와 민간의 전문성을 결합한 실행으로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은행과 대학,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와 같은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남 회장은 "업종별, 시장별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 교육을 진행하고 관공서에 관련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라면서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법무, 행정, 노무, 세무, 특화 교육을 통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감염병 경제에 정책자금 수혈과 자영업자 교육, 창업지원 등 전문 종합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내 특화산업육성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한편 서울 중구에는 인쇄업 거점시설인 '인쇄 스마트앵커'가 건립될 예정이다. 스마트앵커 사업은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대화된 작업환경을 갖춰 기획부터 생산, 유통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협업시스템을 지원하는 체제다. 

중구는 지난해 7월, 인쇄업 스마트앵커의 위탁개발 수탁대상자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최종 선정했다. 건립될 인쇄업 스마트앵커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제조 인프라와 협업시스템을 갖춘 생산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인쇄업의 기획·생산·마케팅이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인쇄업 스마트앵커는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6-3-4구역(중구 마른내로 85-5 일원)에 위치한 1200㎟ 규모의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조성된다. 지하 5층~지상 12층으로 연구개발(R&D) 시설, 시제품제작실, 공장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 지난 12월 7일 설립됐다. <사진=김현우 기자>
▲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중구소상공인지원센터. 지난 12월 7일 설립됐다.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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