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단체가 자조금 만들어 물량 잡아주는 등 자율적 수급 조절 필요"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수산물 코너. <사진=김미현 기자>
▲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수산물 코너. <사진=김미현 기자>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씨는 며칠 전 장을 보러 마트를 들렀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주 사 먹던 채소와 달걀 가격이 몇 주 째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어쩔 수 없이 장을 봤지만 최소한으로 선택했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로 서민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농축수산물 등은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안 살 수 없는 생활필수 품목인 만큼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식품물가 상승률은 9.7%로 2011년 8월 11.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2% 올랐다. 2011년 2월 17.1% 오른 이후 10년 만에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이는 겨울철 한파에 따른 채소류 작황 부진에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달걀 가격 상승과 설 명절로 인한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면서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대파 가격은 지난해보다 227.5%, 전월보다 53.9% 껑충 뛰었다. 1994년 5월 291.4%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실제 가격을 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 사이트에서 10일 소매가(상품) 기준 대파 가격은 1㎏에 7455원으로 확인됐다. 최고 가격은 1만 83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대파 가격인 2187원과 비교하면 3.5배나 뛴 수치다.

'금(金) 달걀'로 불리는 달걀 가격도 만만치 않다. 달걀 가격은 특란 중품 30개 기준 7644원으로 지난해보다 41.7% 올랐다. 지난해 가격 5272원과 평년 5246년보다 2500원가량 올랐다. 

쌀(12.9%), 고춧가루(35.0%), 양파(71.2%), 마늘(39.6%), 시금치(41.3%), 감자(31.4%), 고구마(49.4%), 미나리(17.4%), 호박(15.9%), 버섯(15.7%), 사과(55.2%) 등도 줄줄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71% 이상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실제 서울에 있는 중소마트와 대형마트 농산물 가격을 보면 물가 상승을 더욱 체감하게 만든다. 마트 관계자가 지금까지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으로 지목한 대파는 5990~6480원, 달걀(특란 30입)은 8990원~9660원 선에 팔고 있었다.

대파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 소비자 정 모 씨(50대)는 “대파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오른 것 같다. 식생활이 생계와 가장 가까이 연결돼 있다 보니 (물가가 비싸) 살기가 힘들 정도다”며 “그래도 외식하는 것보다는 싸기 때문에 (장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 이 모 씨(60대)는 8000원가량의 손질된 생선을 가리키면서 “요즘에는 만원으로 반찬 하나 사면 끝난다”라면서 “계속 마트를 돌면서 가격을 비교하며 사고 있는데 비싸서 조금밖에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요즘 농산물 가격이 다 1.5배에서 2배까지 올랐다. 그래도 필수재료니까 고객들이 사긴 하는데 양은 많이 줄었다”며 “대파가 지금 수확이 안 되고 있다. 지역별로 하우스를 바꿔가며 주문하고 있는데도 물건이 안 들어오고 있다.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달걀·채소류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과 수급 여건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분 방출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일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농축산물 가격의 조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최근 높은 가격이 지속되는 계란, 채소류, 쌀 등을 중심으로 수입 확대, 생육점검 강화, 정부 비축·방출 확대 등 맞춤형 수급 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앞으로 농수산물 가격 전망에 대해 “생산이 많이 되는 5~6월쯤 되면 가격이 안정될 예정”이라면서 “대파 가격이 최근 폭등한 이유는 수급조절과 관리가 안 돼서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생산자 단체들도 자조금 등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며 물량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조금은 단체가 특정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은 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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