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박덕흠 등 이해충돌 사건 때마다 여야 "입법 필요" 한목소리
지난해 6월 권익위 정부안 제출·의원안 4건…정무위 관련 논의 없어
민주당 뒤늦게 조속한 통과 약속…사태 방지 위한 총괄 TF도 구성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이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LH공사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가 꽂아둔 팻말이 나무 묘목 앞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이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LH공사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가 꽂아둔 팻말이 나무 묘목 앞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 부지 땅 투기 의혹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 10년 가까이 계류 중이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일찌감치 통과됐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악재에 이제서야 조속한 입법 처리를 약속하며 법안 제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앞서 정부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으로 발의했지만,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법률만 담고 이해충돌방지 관련 조항은 빠진 채 2015년 입법화됐다. 당시 국회는 이해충돌의 적용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제외시켜 버렸고, 통과된 법안은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고 있다. 시민단체는 당시 법률안의 핵심이었던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이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국회 통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2013년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해 온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6월에도 이 법안(정부안)을 일부 수정해 다시 발의했다.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공기관 등의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걸려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 즉 '이해충돌'을 예방하고 관리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사후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해당 법안은 재산상 이익 취득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한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을 적용하면 LH에서 신도시 조성 사업 등과 관련된 종사자는 해당 지역에 토지를 소유하면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또 해당 직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땅을 매입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는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 등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활용했는지 '규명'하고 처벌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만큼 일찌감치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면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안 1건 외에도 21대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유동수·박용진·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원안 4건 총 5건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 중 일부는 지난 2월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끝났다. 앞서 지난 2019년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 사건과 지난해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대 공사 수주' 의혹 사건 때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여론이 들끓었지만 여야 모두 구호에 그쳤다.

실제 지난달 16일과 1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해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배 의원은 "권익위에서 제출한 이해충돌법안이 상정됐는데, 상정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일부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국회가 기득권을 여전히 지키려고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도 "이해충돌방지법이 국민적 관심사인데 다뤄지지 않아서 유감"이라며 "특히 이 법이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기 때문에 서둘러 심의하고, 필요하면 공청회도 하고 제정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LH 터지자 조속한 법 통과 약속 

하지만 이번 LH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약속하며 법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통과에 적극 나서겠다"며 "우선적으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입법이 결실을 보게 된다면 공직사회의 부패가 방지되고 공정한 질서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발의했던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10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법 통과 지연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이해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공정경제3법 등 여러 중요한 입법 사안들이 있어 순위가 밀려 늦어지게 된 것"이라며 "LH 사태에 대해 야당에서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신속히 처리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도 1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LH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이해충돌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국회법개정안 등 입법과 정책을 총괄하는 TF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대행은 "부패 근절의 핵심은 다시는 투기를 꿈꿀 수 없는 빈틈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부패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3월 안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10일 논평을 내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 제정을 약속해왔는데,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국회 정무위원회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사는 오늘이라도 당장 공청회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논의와 관련해 상대방 정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며 "법 제정의 책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있으며, 김태년 원내대표는 '결과'를, 국민의힘은 협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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