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연업계 상반기 매출 952억 6800만원, "직전 해 하반기 매출 대비 절반 수준"
문화지구 지정된 대학로, 임대료 상승에 이중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 대학로 일대의 소극장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하반기에는 6780편이 무대에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639편만 올랐다. 25%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 대학로 일대의 소극장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하반기에는 6780편이 무대에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639편만 올랐다. 25%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관객과의 평균거리 150m. 평균 관객 수 150명. 티켓 평균 가격 15,000원. 대극장의 상업성을 지양하고 예술성을 추구하며, 관객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그곳. 소극장이다.

대형 배우들과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큰 꿈을 지닌 배우들의 작은 숨소리와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소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플레이더씨어터'. 사진은 인기 연극 '나만 빼고'를 공연했던 공연장의 모습. 텅 빈 객석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플레이더씨어터'. 사진은 인기 연극 '나만 빼고'를 공연했던 공연장의 모습. 텅 빈 객석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답‘이 안 나오는 그들의 현실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있는 대학로. 이 일대엔 약 150곳의 소극장이 있다. 그중 연극 ‘나만 빼고’를 기획하고 있는 박상협 플레이더씨어터 대표를 만났다.

너무도 뻔하지만, 물을 수 밖에 없는 질문 “요즘 어떠냐”. 그는 “소극장 연극업계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원래 어려운 시장이다. 어려웠던 곳이 더 어려워진 것”이라며 힘없는 표정을 지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학로의 소극장 평균 관객석은 약 150석인데, 코로나19 대확산 이전에도 적으면 50명, 많아도 100명 사이의 관객이 찾는다. 티켓 한 장 평균 가격이 1만 5000원 남짓. 50명이 찾으면 75만원의 수입을 번다. 하지만, 하루 대관료가 평균 50만원이다. 공연 한 번에 대략 25만원 정도의 수입이 남는다. 그마저도 배우 출연료로 지급되면, 상업성을 포기하고 오직 꿈만 쫒아야 하는 현실이다.

박 대표는 “이제 더 힘들게 있나 싶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평균 50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주셨지만, 지금은 많아야 20명 남짓 찾아오신다”며 “그래도 공연할 땐 모두가 즐겁다. 관객분들이 웃어주시고 재밌게 보고 가 주신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바로 옆 공연장에선 다음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엔 기대감이 가득했고, 책임감이 보였다.

배우들의 고통도 심각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항상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대에 서는 것만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무대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무대에 서서 관객과 대면하는 것이 연극배우 생명인데, 코로나19가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공연을 쉴 때는 주로 대리운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는데,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술자리가 줄면서 일거리도 줄었다"며 "쉬는 동안 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전보다 일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업계는 상반기 매출로 952억 6800만원을 기록했다. 직전 해 하반기 매출액 1900억 1천만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작품도 직전 해 하반기에는 6780편이 무대에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639편만 올랐다. 25% 수준으로 하락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학로 거리. 평일 오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학로 거리. 평일 오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문화지구 지정된 대학로, 임대료 상승에 이중고

지난 2004년 대학로는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문화지구는 문화시설과 문화업종의 육성, 그리고 문화적 특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야기하며 공연업계엔 이중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더 올라갔다”며 “티켓은 과거나 지금이나 1만원 남짓 받고 있는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돈이 더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규모 공연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임대인에게 대관료를 지원해주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소극장 중 좌석 수가 100석 미만인 곳은 보증금 1억, 월세만 400만원이다. 100석 이상일 경우 보증금은 같고 월세가 1200~1400만원이다.

대부분 100석 이상의 소극장인데, 월세를 내려면 공연마다 만석을 채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공연업계 입장에선 어려운 구조다.  

일각에선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할 때, 소극장을 보호하고 육성해 우리나라의 공연 예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극장 비율은 문화지구 지정 이전 대비 약 11% 감소했다. 31%에서 20%로 줄었다. 땅값은 매년 10% 이상 상승했다. 임대료도 126%가 증가했다.

소극장의 메카 대학로의 미래도 불분명했다. 이곳에서 터를 잡았던 소극장들은 서울 북쪽 문화지구 밖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한성대입구, 구로구 등 대학로 대비 임대료가 30~60% 저렴한 곳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박 대표는 “대관료 걱정 없이 우리가 만든 ‘작품’만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 작품이 알려지기까지는 최소한 2년~3년이 걸리는데, 노력도 못 해보고 대관료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정부 차원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좌석의 30% 입장 가능’ 조치도 업계의 큰 타격이 됐다. 평소에도 커지고 있던 적자는 이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달 29일 서울연극협회(협회)는 재난지원금에 예술인단체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냈다. 협회 측은 “제작비에 대한 손실과 관객 수입의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단체가 떠안고 있다”면서 “제작비 손해가 막대하다”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예술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공연장 대관료 사업 등  운영비와 대관료를 지원하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 지원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올 들어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광·공연예술업계에 선별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한정된 재원으로 가장 많이, 가장 깊게 피해를 본 계층을 선별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는 실용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박 대표는 “상대적으로 유명한 대형 극단과 순수예술 업종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다”며 “지원 금액이 적더라도 다양한 공연장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5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문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고충을 청취하기 위해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온라인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단체가 저작권 징수나 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또한 공연장에서 대규모 확진 사례가 없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방역수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 위원장은 "문제점에 대해 관계기관 협의 등으로 좀 더 나은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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