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을 앞두고 견고해보였던 이재명 1위의 구도가 ‘대선주자 윤석열’의 등장과 함께 요동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전 총장을 1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갈 곳을 모르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대 정서가 윤석열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든 모습으로 보입니다. 오늘 정국진단은 전격 사퇴가 야기한 윤석열 현상의 배경과 전망 속에서, 윤석열 지지율에 담긴 국민들의 기대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의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의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이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3월 1일입니다. 3일에는 대구시장의 환영 속에 대구고검을 방문하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부패완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합니다. 상당히 치밀하게 기획된 수순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볼 수 없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퇴의 변이라기 보다, 누가 보든 전격적인 대선출마 선언이라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대선주자 윤석열’ 등장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사퇴 바로 다음날인 5일 TBS 의뢰로 KSOI가 조사한 윤석열 전 총장의 대권후보 지지율은 32.4%였습니다. 문화일보 의뢰로 리얼미터가 6~7일 조사한 결과는 28.3%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각각 24.1%와 22.4%로 2위입니다. 최근 10%대 중반에서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던 윤석열 지지율이 단숨에 30% 내외로 수직상승한 것입니다.

사실 작년 여름부터 야권주자 1위로 나선 윤석열이 언제 사퇴할 것인가는 정치권 안팎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의 갈등이 부각되며 지지세가 공고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추 장관의 퇴임으로 ‘압박받는 자’, ‘정권의 대척점’ 이미지가 사라지고 지지율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선택은 시기만 남은 것이었습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옷을 벗을까’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는데,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움직임에서 명분을 찾았습니다.

그 시점이 왜 3월 초인가 하는 것은 예정된 정치일정으로 해석이 가능할 듯합니다. 4.7 재보선을 한달 앞두고 있고, 내년 대선까지 딱 1년이 남은 시점입니다. 중대범죄수사청의 설치는 여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을 뿐, 실제 성안된 법안내용도 없다고 합니다. 검찰총장이라는 당사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기에 부적절한 상황인데, 현 시점의 중요성 때문에 사퇴의 명분으로 중수청을 끌어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거꾸로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에서 중수청을 밀어붙인 것이 윤 총장의 사퇴를 앞당겼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퇴직후 1년간 검사와 법관의 공직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부분이 대선출마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점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윤석열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대선까지 가는 정치권의 가장 큰 분기점 4.7 재보선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태려 할 것입니다. 재보선 이후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해, 사퇴의 명분을 극대화하고 그 힘을 배경으로 4.7 재보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보입니다. 기획된 사퇴를 주도한 윤 전총장 주변의 인물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검찰 파괴와 법치주의 훼손 시도에 사퇴로 맞선 검찰총장,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정과 정의의 상징적인 인물로 윤석열 전 총장을 부각하고자 할 것입니다. 공직자의 한계를 벗어난 만큼, 영역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행보와 발언도 예상됩니다. 최근 이슈가 된 LH공사 사태를 두고,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다’라면서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공정과 정의의 아젠다로 사안을 끌고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재보선까지는 밖으로 드러나기보다 몸을 낮추는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권주자 1위의 자격으로, 현안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조사에 따라 긍·부정이 갈립니다. 앞서 언급한 문화일보-리얼미터 조사는 대권도전이 적절하다는 답변이 47.2%, 적절하지 않다가 45.7%였습니다. 뉴스원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7~8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0.4%인 반면 적절하다는 응답은 37.5%에 그쳤습니다. 사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46.8%로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대권주자로서 윤석열을 보는 시각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주목하는 이면에는 충청 지역 대통령을 기대하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서울 태생이지만, 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지역에 아직도 파평 윤씨들이 많이 산다고 합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의 사퇴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과 함께, 문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나와 국민의힘은 윤석열에게 주저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4.7재보선 이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데, 윤석열을 통한 충청대망론이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김종필 총리, 이회창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이 연상됩니다.

또 하나는 제3지대 빅텐트론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있는 김한길, 정동영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주목받고 있고, 국민의힘 내부의 검찰 출신 현역들도 개인적인 인연이 각별하다고 합니다. 그 밖에 특수통 검사 출신 그룹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현역들이 모이면,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반문텐트’를 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 나선 안철수는 제3지대를 대표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시장이 된 후에도 국민의힘에 합류하기보다, 윤석열 전 총장과 연대하여 제3지대를 더 크게 확장하는 이른바 빅 텐트를 통해, 대선을 앞둔 정계 개편 내지는 단일화를 주도하려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지지율 변화에서 나타나듯이, 현재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스스로를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이 윤석열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득권과 싸우는 이미지와 포지셔닝이 당분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겠지만, 급등한 만큼 급락의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야권의 대권주자 윤석열에 대한 견제는 이미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이 제3지대 후보로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 그리고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진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제1야당의 입장에서는 독자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 윤석열에 대한 구애도 지속할 것입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홍준표, 유승민 등 기존 야권후보군은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않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을 밀어냄으로써 야권 분열의 단초를 만들었다’며 윤총장이 정권의 의도대로 움직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 후보군은 윤석열의 지지세에 갇혀서 5% 미만에 머무는 입장이기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비판과 검증의 주역을 자처할 수도 있습니다.

여권은 윤석열 전 총장의 사퇴 직후 강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현재는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하는 분위기입니다. 문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기소 완전분리에 대한 속도조절을 당부한 배경에는, 적어도 윤 총장의 사퇴와 그 파장이 4.7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보여집니다.

대선주자 1위 윤석열의 지지세는 4월 재보선 이후 여야 정치권의 격변기를 거쳐야 확인될 수 있습니다. 재보선 결과에 따른 야권의 변화 가능성 만큼이나 수많은 변수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권의 대척점에서 얻을 수 있었던 지지세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대권주자로서의 적합성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청사 출발 전 인사하는 윤석열 <사진=연합뉴스> 
▲ 청사 출발 전 인사하는 윤석열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검찰 경력 외에 정치와 국정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만 경제와 외교 등 국가수반의 영역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의와 공정을 시대정신으로 이야기하고 본인을 그 대변자로 자처하지만, 윤석열 휘하의 검찰이 우리 역사의 이면에 뚜렷이 새겨져 있는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공정’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식으로 정치행보를 선언하는 바로 그 때, 그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것입니다. 대권주자 1위 윤석열의 변신과 도전, 과연 어떤 모습일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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