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
고민정 “머리 숙여 사과”
‘피해호소인’ 주장한 나머지 인사들 여전히 ‘묵묵부답’
박영선 공식 사과에도 파장 일파만파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사진=연합뉴스>
▲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사진=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에서 2차 가해 중단과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민주당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 추문으로 시작된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박원순 악재’가 덮치면서 민주당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에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 '피해호소인 3인방'으로 불리던 고민정 의원도 18일 사죄했다. 

그러나 ‘피해호소인’ 이라는 용어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남인순, 고민정, 진선미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당시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해찬 전 당대표 등도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사용해 ‘2차 가해’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영선 “진심으로 위로…제가 모든 것 짊어지겠다”

박영선 후보는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를 꺾고 범여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시간은 김진애 후보와의 시간이니 여기서 종료하자”고 말하며 즉답을 거부했다.

이후 박 후보는 17일 저녁 피해자 기자회견 10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후보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로 생각한다.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며 사과했다.

박 후보는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됐다. 맞다. 제가 후보”라며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달라”고 적었다.

이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기자회견에서 “지금 (박영선)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며 박원순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주도한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을 지칭한 것에 대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피해자 정상 복귀에 최선 다할 것” 사과
‘2차 가해’ 민주당 인사 징계 여부에는 ‘침묵’ 일관

민주당 지도부도 사죄했다. 그러나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로 2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 인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을 향해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께서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냈다”며 “다시 한번 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당이 부족했다”며 소속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과 성 비위 무관용 원칙을 견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은 피해자가 더 이상 무거운 짐에 눌리지 않고 아무 불편 없이 일상으로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피해자가 요구한 2차 가해 의원들의 징계 요구, 특히 ‘피해호소인’ 호칭 논란과 고소사실 유출 의혹 중심에 섰던 남인순 의원의 징계 요구에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고민정 “머리 숙여 사과…대변인직 내려놓겠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을 빚었던 고민정 의원은 18일 입장을 밝혔다. 고 의원은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해야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엄마로서 함께 보듬어야할 아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숱한 날들을 지내왔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말씀드린다”며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이 괴로운 날들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참회했다. 
 
한편, 이낙연 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당시 고 박 전 시장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우리 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해 또 다른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낙연 위원장 역시 당시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지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낙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드린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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