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7 재보선의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최종적인 투표율과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의 분포를 가늠할 수 있기에, 4월 7일 당일만큼이나 투표현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 그 흐름과 현재의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지난 달 초 당대표를 사퇴하고 민주당의 선거 총책으로 나선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국민 앞에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실패를 인정하는 사죄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여당에서 돌아선 민심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촘촘하게 발표되는 공약도, 야당 후보에 대한 네가티브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으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서둘고 있지만 국민들의 냉담한 시선은 가실 줄 모릅니다. 심지어 29일부터 시작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선거 풍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총선과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급기야 이낙연 대표가 ‘국민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면서 대응의 기조를 전면적인 사죄로 바꾸기에 이른 것입니다. 김태년 당 대표 권한대행도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4월 1일 어제부터 재보선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었습니다. 마지막인 31일까지 많은 조사결과가 쏟아졌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면. LH사태의 영향 속에 야권단일후보 선출에 성공한 야당의 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시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30일부터 31일 조사한 결과는, 오세훈 57.5%, 박영선 36%입니다. 21.5%p의 격차가 확인됩니다. 박영선 후보는 40대와 50대에서 오차범위 내의 우위를 보였지만, 다른 연령층에서는 오세훈 후보에게 큰 격차로 뒤졌습니다.
같은 기간 뉴스1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조사한 결과는, 오세훈 46.7%, 박영선 31.3%의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15.4%p의 격차인데 최근 조사 중에서는 그래도 차이가 좁혀진 결과입니다. 40대에서 박영선 후보가 52.6%로 31.3%인 오세훈 후보를 앞섰을 뿐 다른 연령대에서는 크게 뒤진 결과를 보였습니다. 지지층의 결집도를 비교해보면 진보층의 박영선 지지도는 65.8%인데 보수층의 오세훈 지지도는 75.2%로 나타났습니다. 선거결과를 좌우할 중도층의 경우 오세훈 후보 지지가 52.9%인 반면 박영선 후보 지지는 23.7%로 두배 이상의 격차를 보입니다. 지지층의 결집도, 중도층 지지도의 차이가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15%에서 20% 정도를 앞서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불과 1년전 총선에서 여당을 밀어주었던 표 가운데 29%가 오세훈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0일 31일 조사한 결과인데, 작년 4.15 총선 당시 민주당 지지자 중 60.4%만이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여권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집권세력의 윤리와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고, 그 결과 이른바 촛불동맹에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합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박형준 후보에 대해 연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박 후보와 김영춘 후보 간의 격차는 요지부동입니다.
프레시안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8~29일 조사한 결과는, 박형준 후보가 57.9%, 김영춘 후보는 31.5%를 기록해서, 격차가 26.4%p입니다. 같은 기간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도 박형준 56.7%, 김영춘 34.5%입니다. 1주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김영춘 후보의 지지율이 5.2%p 올라간 결과인데 격차는 여전히 22%p 이상입니다.
재보궐 선거 전체의 구도는 언제나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의 대결이고,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보궐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경우 선거전 초반에는 팽팽하다고 할 정도의 분위기였지만, 3월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정권심판론이 대세를 이루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터진 LH사태는 그동안 억눌려온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과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적 화두에 불을 붙였습니다. 민심이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28~29일 조사한 서울지역 조사에서는 국정안정론이 24.7%, 정권심판론은 48.8%입니다. 부산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프레시안-KSOI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58.9%로 국정안정론 31.0%를 크게 앞서 있습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율이 근접해가는 이른바 ‘골든크로스’ 추세를 기대했던 민주당이지만, 예상 외로 냉담한 민심 속에서, 이제야 ‘정말로 위기’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입니다. 여권 전체적으로, 재보궐 선거의 결과를 떠나, 이대로 가서는 내년 정권재창출이라는 절대 과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의 기자회견에는 이런 위기의식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열망’, ‘압도적인 의석을 주신 국민의 뜻’,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묻고 또 묻겠다고 했습니다.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간절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문득 지난 총선 결과 여당 의석이 ’180석이 아니라 과반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그 이후 집권여당이 너무 강경일변도 아니었나 생각되는 겁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죄와 함께, 잘못된 모든 것을 드러내고 그것을 뿌리뽑아 개혁할 수 있는 정당은 그래도 민주당임을 호소했습니다. 보궐선거의 지지를 부탁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가 내년도 대선의 아젠다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선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 표명임과 동시에, LH사태를 전화위복으로 만드는 험난한 여정을, 여당이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보여집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의 사죄에 대해서도, ‘선거를 앞두고 체면치레로 실패를 자인하는 행위’라면서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전월세 계약과 관련하여 경질된 김상조 정책실장과 임대차3법 발의자인 박주민 의원을 두고는 ‘내로남불’의 위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으로서는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LH사태의 태풍 속에 정책도 인물도 잘 보이지 않는 선거가 되었지만, 선거는 투표함을 열 때까지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승리를 자신하는 순간 오만함을 지적하는 것이 유권자의 눈입니다.
부산의 경우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록한 40%대 지지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서울은 승패가 뒤집어지긴 어려운 분위기지만, 그 격차가 5% 이내일지, 또는 5%~10%, 10% 이상인가에 따라 결과가 갖는 함의가 달라질 것입니다.
여권 내부에는 수세에 몰리는 이유가 지지층의 결집 여부에 있는 것인지, 중도층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인지, 지금도 치열한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결과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되는 대목입니다. 여론조사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될지, 여당이 보다 근접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지켜보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4월 7일이 재보궐 선거의 본 투표일입니다. 폴리뉴스는 지난 총선에 이어서 개표방송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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