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 국내선으로 몰려든 여객
LCC업계, 초특가 경쟁에 영업이익은 바닥
무착륙 여행, 기내 콘서트 등 치열한 생존 전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버티기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버티기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택시비 1만원이면, 왠만한 서울시내는 문제 없이 갈 수 있다. 만약 이 가격으로 제주도를 간다면 어떨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이 초특가 항공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익은 되지 않고, 최소 운영비 등을 위한 울며 겨자먹기 식 장사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1일~18일까지 전국 14개 지역공항 국내선을 이용한 항공여객이 총 356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동기 대비(122만명) 193%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9% 증가한 수치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국제선 운항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선으로 몰려든 것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오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국내선 항공 편도권을 운임총액 기준 9900원부터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티웨이항공은 4월 특가 프로모션으로 국내 8개 노선의 항공권을 편도 총액 1만원부터 판매했다. 진에어는 지난달 제주행 왕복 기준 국내선 1만원대의 항공권을 판매했다. 에어부산도 지난달 말 국내선 제주행 왕복 항공권을 최저 8200원부터 판매했다. 최근엔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특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시작한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통해 김포~제주 편도 노선을 2만5200원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커져가는 적자, 코로나19 직격탄에 4차 대유행까지

이같은 최저가 국내 항공편 티켓 경쟁에 항공사들은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적인 매출 증대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영업이익까지 수익을 내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실제 증권가는 진에어의 경우, 1분기에만 3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진에어의 적자폭은 지난해 1분기(313억원)보다 커진다. 티웨이항공도 314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 역시 지난해 1분기(223억원 적자)보다 악화된 실적이다.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제주항공은 1분기 영업손실이 62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적자가 지속되면서 재무상태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438.9%에 달했다. 이 외 진에어는 467.4%, 티웨이항공은 503.6%, 에어부산은 838.5%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LCC(저비용항공사)업계는 화물 운송사업 확대와 함께 무착륙 비행, 초특가 이벤트 등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을 하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급기야 제주까지 편도 3000원(청주~제주) 항공권도 등장하는 등 국내선 1만원 이하 초특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손실이 너무 커서 반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가로 국제 화물운임지수가 수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점 또한, LCC의 현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에 LCC업계는 비용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만 4차 대유행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더욱 암담한 현실에 놓여 있다.

더욱이 이미 고용된 조종사들의 자격 유지를 위해서라도 LCC업계는 초특가 경쟁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는 LCC는 정부에 조건 없는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LCC사장단은 지난 2월 정부에 공동 긴급 건의문을 통해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무담보, 장기 저리 조건으로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책 마련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LCC 관계자는 "LCC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빠른 시일 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니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폭넓고 현실적인 정부 지원이 조속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살아남기 위한 이색 전략

제주항공은 소속 승무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를 다음달부터 운영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K&홍대 1층에서 커피를 비롯해 불고기덮밥·흑돼지덮밥 등 기내식 인기메뉴를 판매한다.

진에어도 기내 콘셉트의 간편식 판매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했다. 기내식 컨셉 HMR '지니키친 더리얼'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 관악점에 팝업 스토어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6일 LCC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여행객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LCC업계가 나름 생존방정식을 찾고 있다. 에어부산은 오는 5월부터 김해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운항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무착륙 관광비행을 지방공항으로 확대해달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수용해 5월부터 무착륙 관광비행을 김포·대구·김해 등 지방공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서 5월 1일 첫 운항을 시작해 한 달간 총 7회 운항할 계획이다. 또한 김포공항에서도 5월 5일 첫 운항을 시작으로 6회 비행에 나선다. 기존 인천공항 4회를 포함해 5월 한 달 동안 총 17회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운항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 지역민들도 이번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통해 여행의 갈증을 해소하고 면세품 구매 기회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을 시작으로 다른 LCC들도 거점 공항에서 출발하는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 상품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기내 팬미팅 수요를 창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트로트 가수 김수찬의 기내 팬미팅을 위한 이색 전세기 편을 띄웠다. 해당 항공편 인천을 출발해 광주, 여수, 부산을 경유해 약 두 시간 반 동안 운항 후 인천으로 돌아왔다. 비행 중 기내에서는 가수 김수찬의 즉석 공연, 팬미팅 등 이색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여객수요 급감에 따라 신규 수요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기내 팬미팅 전세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 비행을 기획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비행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직격탄에 오너 리스크까지 겹친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30일 매각 공개입찰 공고를 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다음 달 20일까지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44대 항공기 중 일부를 반납할 예정이다. 고정비를 감안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기재를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도 지난 1월 보잉 두 대의 리스 계약을 종료하고 최근 같은 기종 두 대를 추가 반납했다.

아울러 정부와 산업은행은 항공사에 대한 추가 정책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들은 현 상황이 계속되면 올 상반기 이후 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유상증자와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자구책과 병행해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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