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 갈등 불씨…조업 재개하지만 절반만 가동
르노삼성, 지난해 적자…임단협 갈등까지 길어져 진통
법정관리 들어간 쌍용차, 기술력 한계로 경쟁력 떨어져
“노사 협력 등으로 생산비 절감해야 위기 극복”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견 3사인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경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견 3사인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경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견 3사인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경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년간 차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 더해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어려움이 커졌다. 중견 3사의 몰락으로 현대차‧기아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혁신’은 더욱 늦춰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GM, 7년 연속 적자…비정규직 직고용 문제 해결해야

한국GM은 지난해 3,1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2013년 1조865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로 2014년부터 7년간 누적 3조3,9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총 14만5,103대가 수출되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나서 실적이 악화했다. 이로 인해 미국 본사에서 '철수' 경고까지 나왔다.

올해는 비정규직의 직고용 문제가 변수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8년 폐쇄된 군산공장 도급직원 148명을 포함, 1,700여 명의 직원을 직고용하라고 명령했고, 한국GM은 1~2심에서 거의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 확정시 한국GM 전체 직원의 19%에 달하는 1,700여명을 고용해야 한다.

이에 한국GM은 2019년 중앙물류센터인 인천물류를 폐쇄했고, 최근에는 제주와 창원에 추가로 물류센터를 폐쇄하는 방안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GM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고용 정책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협력업체 고용까지 고려한다면 30여만개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만큼 정부와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경영감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에 노-노 갈등까지 겹쳐

르노삼성도 2016~2017년 매년 4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7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르노삼성 노조도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도 노사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6일 부산공장, 19일 전국 영업·서비스센터에서 각각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23일에도 부산공장에서 8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노조는 부분파업과 관련해 “2020년 임단협에서 본교섭 8차, 실무교섭 6차까지 무려 9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사측이 제시안을 공개하지 않고 시간만 끌면서 노조를 기만하고 있다”며 “고용안정위에서 논의되는 순환휴업자 복직과 직영사업소 정상화 방안에 대해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적자경영에 책임이 있는 사측(경영진)이 노동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2교대 근무 확대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소수노조는 이와 같은 파업 단행에 부정적이다. 르노삼성의 노조는 기업노조(1969명),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42명), 새미래노조(113명), 영업서비스(41명)로 구성돼 있다.

새미래노조는 “21일 교섭 대표 노조가 8시간 전면파업을 했지만, 파업 참여율은 28%에 불과하다”며 “노사 분열로 3년째 정상적인 경영과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8년 동안 과도한 고정비 절감으로 생산을 강행한 르노그룹과 르노삼성 경영진에 대한 조합원의 불만으로 역대 최장시간 파업을 진행했고, 협상보다는 파업을 일삼는 교섭대표 노조의 무능력한 정책과 협상력으로 회사와 노조의 미래마저 존폐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법정관리 들어간 쌍용,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에 한계

쌍용차는 12년 만에 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LOI)를 약속한 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는 첫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1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데, 쌍용차는 현재 차의 경쟁력도 마땅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도 갖추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1500억 원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2016년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내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벤츠 등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경유차 퇴출 바람이 거세졌다. 디젤 게이트 이후에는 고출력 엔진 기반의 가솔린 SUV 판매량이 늘어났다. 디젤 위주의 SUV에서 강세를 보였던 쌍용차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경쟁 업체는 SUV 전기차까지 출시했지만, 쌍용차는 전기차는 커녕 SUV시장에서 빼앗긴 점유율조차 되찾지 못했다. 

쌍용차의 존속 여부는 늦어도 6월 중 판가름 날 전망이다. 조사위원이 회생 가치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생절차를 진행하지만 청산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쌍용차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면 회사 회생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중견 3사가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반도체 대란’까지 겹쳐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결국 생산력을 끌어올려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쌍용차는 조금 케이스가 다르지만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주요 R&D(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라며 “노사가 협력해서 적절한 비용구조를 만들어내 높은 생산성만 담보되면 R&D 기능과의 연계를 통해 치고 나갈 여지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단순히 임금을 떨어뜨리라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거나 스마트팩토리 등을 구축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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