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이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
美, 백신접종률과 경기부양안 등 '바이든, 취임 후 성과 부각에 집중'
전문가 "백신이 트럼프 시절 소프트파워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밤(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민주주의(국가)의 무기고였던 것처럼"이라며 "미국이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년여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확산을 빗대어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코로나19 전쟁에서) 백신은 최대 보급의 성취 중 하나"(one of greatest logistical achievements)라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에 수송된 3억 1500만도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성과를 내세웠다. 

바이든은 또 "우리의 필요에 맞게 우리의 백신 공급을 충족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백신 상황이 타국 지원이 가능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인도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그는 '미국 구조계획'이라 명명된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전염병 대유행 경기부양안, 2억회 이상의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극복을 자신의 성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은 백신 패권주의에 젖어있다. 백신이 어떤 것보다 중요한 외교 정보라는 차원에서 미국이 '소프트파워(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트럼프때의 소프트파워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백신'이라는 의미고, 이를 통해 중국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은 약 90개국에 자국산 백신을 수출하거나 지원했다.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에도  백신 지원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또한 70여개국에 러시아산 백신을 공급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중국 러시아와의 백신 외교 전쟁에서 서방국들이 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으로선 백신 외교가 실패하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든은 이날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무리하며 "시진핑 주석에게 충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막기 위해 유럽에서의 나토(NATO)처럼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주둔군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란과 북한의 핵을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동맹들과 밀접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 백신 수급 관련 논란에 대해 “여유가 있을 때는 모든 나라가 협력을 말했지만, 자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연합도 국제공조도 모두 뒷전이 되고 국경 봉쇄와 백신 수급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재 백신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란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이었다고 내다봤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방역 실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이 백신 자국 우선주의를 벌일 거란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소위 K방역의 성과 때문에 그동안 백신 도입에 소홀하면서 나타난 논란의 원인을 이제와서 미국에 돌리는 것은 외교적으로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3일,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금지하게 된다면 ‘깡패들이 하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약사들과) 계약된 게 있고 또 언제까지 납품하겠다는 약속도 있다”며 “만약 미국이 금수조치를 취한다면 그걸 가로채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게 가능하겠는가. 이건 깡패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이 보유한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나라에 보낼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 내 접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백신은 미국인들만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인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30일 동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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