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과 민심의 괴리 극복이 최우선 과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대표는 개성이 무척 강한 정치인이다. 그래서 때로는 돌출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세를 무작정 따르지 않는 소신형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를 가리켜 ‘범친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친문 주류들과는 생각의 결을 달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그러하다. 당내 친문 정치인들은 좀처럼 꺼내지 않았던 얘기들을 모처럼 한다.

"검찰·언론개혁과 민생이 동반해서 가도록 할 것이다." 이는 ‘중단없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외치는 강성 친문들을 향한 속도조절의 메시지이다. 민생을 우선하지 않는 어떤 개혁도 정치적 피로증만 유발한채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4.7 보궐선거 참패의 교훈을 그는 알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매서운 회초리를 내린 민심을 잘 수용해서 민주당이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국민과 소통을 확대해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 같지만 요즘 민주당 안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말들이다. 그동안 민주당에는 문자폭탄을 앞세운 강성 친문들로 인해 하나의 목소리만 허용되는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이는 ‘민주주의’가 없는 민주당이라는 힐난을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송 대표가 취임 후 내놓은 일성들은 긍정적이다.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극복하는 한편,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토론되는 민주적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일은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시급한 과제들임에 분명하다. 또한 고용진 대변인 내정에 이어 윤관석 사무총장이 유력하다는 보도는, 주요 당직에 무계파 의원들을 중용함으로써 친문 일색의 당 색채를 엷게 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송 대표가 꺼낸 말들이 구두선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것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자리에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포진해 있고, 5인의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친문으로 둘러싸인 지도부 안에서 당을 이끌고 가야 하는게 송 대표의 처지이다. 더구나 민주당 안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성난 민심을 자극하는 강성 친문 정치인들의 발언이 멈추지 않고 있다. 당장 1위로 당선된 김용민 최고위원은 ‘민심’을 말하는 송 대표 면전에서 ”당심과 민심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개혁을 멈추지 말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말을 했다. 송 대표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광경은 다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매달리다가 갈등만 유발하고 민심을 악화시킬 위험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2위로 당선된 강병원 최고위원은 당 일각의 종부세 완화 주장을 비판하며 부동산 규제완화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 역시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등 돌린 부동산 민심을 수용하지 않는 강성 친문들의 전형적인 입장으로, 그동안의 자성 모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버릴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민들이 뭐라고 한들, 당심과 민심이 심각한 괴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강성 친문 정치인들만 모르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4.7 선거의 참패 이상으로 그것을 더 설명해줄 방법은 없다. 민심이 집권세력에게서 다 떠나가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생각이 곧 민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한 궤변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당을 추스리기 위해 송 대표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정과 결단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송 대표가 강조한 ‘당이 주도하는 당청관계’는 자신들의 내부 관계이니 알아서들 할 문제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심각한 문제는 민심에 맞서는 모습의 집권 여당, 민심을 반영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외골수 집권 여당의 모습이다. 한쪽 극단으로 치우쳐있는 민주당을 균형의 미덕을 아는 여당으로 만들려면 송영길 대표가 용기 있는 조정자가 되어야 할 때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대선정국을 맞게 되는 민주당에게는 아마도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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