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LG화학과의 소송전 마무리한 뒤 합작법인 설립 적극 추진
양사 공동 투자해 60GWh 규모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 짓기로 합의
“미국 시장,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우호적이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배터리 분쟁을 마무리한 뒤 적극적으로 합작법인 설립에 투자하고 있다. 포드 이외에도 현대차∙기아와도 미국 내 배터리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체적인 배터리 공급역량을 확보하는 경우까지 고려해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이노,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협력 ‘가속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포드와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美 조지아에 합산 22GWh규모의 1, 2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약 10GWh규모의 1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이 공장은 미국 내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 생산 규모 면에서 가동 중인 단일 공장 중에서 가장 크다.

2공장은 약 12GWh 규모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완공해 2023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 F-150 순수 전기차에 공급된다. 이번 합작을 통해 만들어지는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가 향후 생산할 연산 60GWh와 합치면 미국에서 포드에 공급하게 되는 배터리만 연산 70GWh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포드는 전동화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동차 기업의 하나로, 이런 포드와 협력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서 현대차∙기아와의 배터리 생산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 기아의 전기차인 EV6에는 SK이노베이션이 납품한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생산을 비롯해 2025년까지 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최근 발표했다. 

당장은 韓-美 양국 ‘윈윈’…”결국 미국도 잠재적 경쟁자” 지적

SK의 이 같은 합작법인 투자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천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한 사전 조치로.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현황에 대한 정밀 검토를 지시했다. 그에 따라 미국 정부가 배터리를 적극 육성 품목으로 밀어주고 있고,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보조를 맞추는 양상이다.

지난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36.5%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일본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특허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양국 배터리 기업의 도전에 직면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배터리 분쟁에 합의해 미국 내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뒤 포드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방미 기간인 22일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도 이 시기에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 양사가 양국 대통령의 배터리 산업 육성 의지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적극적인 합작법인 설립 투자는 미국 내수시장을 선점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에, 향후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와 같은 기술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김민지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자체적인 공급역량을 확보할 경우, 우리는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를 시장에서 맞아 경쟁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이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결국 리스크가 큰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한 세대 앞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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