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정당 지지율을 보겠습니다. 재보선 때 한참 기세를 올린 국민의힘 지지도가 획기적인 상승은 아니더라도 상승 국면으로 가지 않을까 봤는데 오히려 하락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재보선의 승리가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답변은 7%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실정에 대한, 흔히 말하는 정권 심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굉장히 당혹하면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그나마 후보단일화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당대표선거에서는 다들 ‘윤석열을 데려오겠다’는 경쟁이 붙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강윤: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정당 지지도가 가장 엎치락 뒷치락이 심한 대목인데, 전화로 묻는 ARS 방식과 사람이 전화를 거는 전화설문 방식으로 나누면, 두 가지의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ARS로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낮고 국민의힘이 높게 나오는데, 가끔 엎치락 뒷치락도 합니다. 그런데 전화설문 방식으로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앞섭니다. 4.7 재보선 때도 차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조금은 앞서 있었습니다. 최종 결과는 크게 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그래서 ARS로 하느냐 전화방식으로 하느냐가 그럼 왜 이렇게 다르냐. 뭐가 다른 것이고 어느 방식을 믿어야 하느냐. 한발 더 나아가서 ‘여론조사 믿을 수 있는 거야’, 우리가 ‘ARS인지 전화설문인지 까지 늘 꼼꼼히 따져서 챙겨서 봐야 하는 거야’, 이런 반응들이 당연히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김능구: 여론조사를 조사하는 차원에서 상세히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윤: 한국만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우선 ARS 방식의 특징은 정치적 고관심층들이 끝까지 응답해내는 비율이 높습니다. 사실 귀찮고 시간이 1~2분 안에 끝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의 디테일한 사적정보를 대답하거나 버튼으로 눌러야 합니다. 학력이나 직업, 나이, 거주지 이런 것 대답하기 싫은 사람들도 있는데, ‘대통령 후보 누구를 지지하세요’, ‘정당은 어디를 지지하십니까’, ‘이번에 공수처가 1호 사건을 지정했는데 적절하다고 보세요’ 여기까지는 대답하시다가 맨 마지막에 ‘선생님 성향을 좀 여쭙겠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딱 끊어버리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면 조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응답률은 끝까지 완료를 해야하는 건데, ARS는 응답률이 8%면 굉장히 높게 나온 것입니다. 저희 KSOI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평균 6.4%가 나오는데, 다른 ARS 기관들은 심지어 2.5% 밖에 안 나오는데도 있습니다. 선거 때는 1%까지도 나오는데, 1천명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만통을 해야 되니까, 비용의 문제지만 여론조사를 어디까지 신뢰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비해 사람이 전화를 걸어서 하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기계와 이야기한다고 하면 시민들이 더 싫어하시나 봅니다. 전화면접은 보통 응답률이 12%~13%정도 나올 만큼 응답률 자체가 상당히 높은 거죠.

결국 ARS는 정치적 고관심층들이 여론조사에 성실히 응함으로써 자기가 속해있는 정파, 또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파를 확실하게 하나 쯤 더 밀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귀찮은 것을 참고 끝까지 응답을 한다는 겁니다.

제가 조금 전에 10주 간 응답자 성향을 잠깐 말씀을 드렸는데, 이건 10주가 그렇다는 것이고 그때 그때의 정치 형국에 따라서 숫자는 당연히 달라집니다. 4.7 재보선으로 집권여당이 크게 지고 나니까 민주당 지지자나 범 진보층, 개혁·변혁을 희망하는 층에서는 응답률이 더 떨어져 버립니다. 정치적 실망감을 여론조사 응답 거절로 표현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응답률 자체가 줄어드니까, 아무래도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도 늘어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도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중도층의 경우에도 요즘 집권여당이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야당을 지지해주면 국민의힘이 올라가는 거고, ‘국민의힘이 왜 이래’하고 반응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선거는 크게 이겼는데 그 뒤로 하는 것들을 봤더니 박근혜, 이명박 탄핵 가지고 다시 시비를 붙고 나오는데, 다시 옛날 구태정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홍준표 의원의 복당문제를 놓고 지그락재그락 하는 것, 그리고 최근까지 당을 대표하고 꾸려왔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나가자마자 온갖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늘어놓고 또 일부에서는 그것을 들이받고 하니까, ‘저 집안은 왜 저래.’ 그래서 실망하는 것도 생깁니다. 그러니까 재보선 이후로 국민의힘이 제법 올라갈 것 같았는데 그 선을 유지하다가 오히려 하락 추세입니다. 중도층이 그때 그때 어느쪽 입장을 취해주느냐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는 보수가 진보 보다 몇 %포인트 앞서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11개월 후에 치러질 대선까지 각 당이 자기 자신의 변혁을 통해서 그리고 정책 등을 통해서 바꿔 나가고자 노력하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팩트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좋다는 말씀입니다.

김능구: ARS에 정치 고관여층 참여비율이 높기 때문에 ARS와 전화면접은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말씀인데, 저는 30년간 선거를 해오다 보니까 조금 다른 경험도 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당시에는 전화면접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때는 ARS가 응답률이 낮다는 이유로 조사 자체에 대해서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강윤: 미국에서는 뉴스 전문 채널 CNN이 아예 ARS 결과는 방송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그랬었습니다.

김능구: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주요 매체들은 전화면접 한 것을 주로 보도했는데, 당시 여당 이명박의 한나라당이 20%정도 앞섰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 시장, 경기지사, 인천 시장 등 수도권 민심이 결과를 좌우하는 건데 모두 20%씩 앞섰습니다. 그런데 저희 폴리뉴스가 당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지금 여의도연구원과 공동으로 ARS 조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사결과가 전화면접 조사와는 전혀 다르게 나왔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는 전부 각축이었고 그야말로 딱 붙었은 결과였어요. 그 다음 지자체 후보는 제법 인구수가 있는 예를 들면 지금은 다 100만 이상 된 그런 곳을 중심으로 38군데를 조사했는데, 민주당이 거의 다 앞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때 이재명 지사가 성남 시장 선거를 이기는 것으로 발표를 했었습니다.

실제 결과는 어찌 됐느냐 하면 저희 조사가 그대로 들어맞았던 겁니다. 서울은 오세훈 후보가 이겼지만 0.6% 차이로 이겼고, 인천은 송영길 후보가 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겼는데, 그래서 그 선거 막판에 저를 고발했었습니다. 의도를 갖고서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중앙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준 데이터하고 기초 데이터를 더 달라 해서, 두 가지를 검찰청에 넘겼더니, 이분들이 일주일 열심히 보더니 ‘혐의 없음’으로 끝났습니다.

이강윤: 공부하고 들여다보면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덧붙이자면 조사 시기가 굉장히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고, 조사 문항, 그리고 단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영향이 있는데, 후보 단일화 때 지겹게 듣는 말이 적합도와 경쟁력입니다. 이것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양, 사활을 걸고 도저히 양보 못할 것처럼, 그래서 이번에 안철수, 오세훈 때도 그랬듯이 결국은 네가 주장하는 적합도, 우리가 내세우는 경쟁력 두 가지 다해서 평균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적합도나 경쟁력은 실은 그렇게 큰 차이를 안 미칩니다. 그냥 그 단어에 자기확증편향을 가지고 꽂혀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러이러하게 되어있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을 때, 이러이러하게 되어있다는 부분은 100% 가치중립적인 팩트로만 채워져야 합니다. 거기에 가치지향적인 것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것이고 잘못된 설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그런 게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김능구: 요새는 잦아들었지만 이전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워낙 군사 독재라든지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체제에 살다 보니까, 사람들이 전화면접을 할 때는 상당히 여당에 가깝게 응답을 한다는 것이었고, ARS는 거기서 자유롭기 때문에 당시 야당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겁니다.

이강윤: 그래서 샤이보수나 샤이진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을 잡아내는 것은 ARS가 좀 더 정확한 것이 맞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때도 여실히 드러났고, 우리도 박정희 중앙정보부 시절, 막걸리 집에서 정치적 이야기를 했다가 붙잡혀가고 했던 굉장히 안 좋은 기억이 아직도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무엇에 대한 소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혹시라도 무슨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일말의 두려움 같은 것들이 연로하신 분들께는 아직도 일부 남아있습니다.

정리하자면 ARS에 의해서 빚어지는 약간의 왜곡은 있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참여하는 계층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또는 국민의 정확한 축도(縮圖)가 아니라면, 그것은 조금은 바이어스가 들어간, 진짜 민심과는 다른 여론조사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자 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