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타성이 아닌 '꼰대의 지혜'로 민주당 반전을...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14일 첫 청와대 회동에서 당 쇄신과 당청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14일 첫 청와대 회동에서 당 쇄신과 당청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연합뉴스)

1980~2000년의 민주화운동 시절에는 정치9단이란 말이 유행했다. 수십 수 앞을 예상하고 바둑을 두는 바둑 9단에 비유하여 미래정치 상황을 예상하고 정치 수순을 전개해 간 김대중, 김영삼 등 3김씨와 같은 고수 정치인을 정치9단이라고 했다.

한편 19세기 유럽 혁명기에는 ‘대중 추수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다. 미리 앞서가는 전략 없이 대중 인기에 급급해서 대중 요구에 뒤따라가는 정치인을 칭할 때 썼던 개념이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 몇 단이나 될까? 대중 추수주의인 것은 아닐까?

최근 대선,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민주당 전략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자폭” 때문이 아닐까? 촛불혁명 이후 민주당이 거둔 승리와 안정성은 민주당이 능력으로 만들어 간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즉 민주당의 ‘비역동성’은 4.7. 보궐선거 전후에서부터 형성되었다기보다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는데 환경이 좋아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최근 들어 야당 ‘국민의힘’의 “자폭”이 약화되니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민주당의 “비역동성”이 오래된 관행과 습관이라면, 이를 바꾸고 혁신하는데 강력한 추동력과 아픔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역동성에 민주당 내부는 익숙해져 편안해 하는 듯하다. 장기수가 감옥 생활에 익숙해져 감옥에서의 습관을 혁신하고 정상적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면 강력한 의지와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듯이 민주당이 만약 혁신하고자 한다면 강력한 의지와 명료한 전략이 필요하고 또 몸서리치는 아픔을 감수할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의 상황을 보면, 윤석렬, 이준석의 등장 등으로 상황이 불투명하게 전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대중 관심의 증대는 지지도의 증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잘 되면 대선 승리로 연결될 것이다. 물론 상황 전개가 대중을 실망하게 하는 궤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전략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운좋게도 인기있는 정치 드라마를 전개하고 있다. 즉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뭔가 좋은 결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갖게 하는 정치 드라마를 그런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즉 당 대표 선거, 대선 후보 등장 과정에서 대중들이 관심, 호기심을 갖고 관람/참여하게 하는 ‘정치 현장극’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감독도 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 보기에 따라서는 검증되지 않은 그래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러면서 캐릭터가 서로 확연히 다른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일단 관객의 관심을 받는 개봉에는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다. 물론 흥행의 성공은 가봐야 한다.

한편 민주당을 보자. 국민의힘의 정치 형태가 현장극, 드라마 같다는 인상을 준다면, 민주당의 정치 형태는 정치 서비스 마케터들의 세일즈 활동 같다는 인상을 준다. 같은 회사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임원들이 동일한 회사가 제작한 비슷한 상품(정책, 인물 이미지)을 각자 포장하면서 고객 타겟층 전략에 따라 세일즈하는 듯한 인상이다. 경력이 사장까지 했는가, 아니면 임원까지 했는가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범주의 인물, 즉 소비자의 눈에는 차별성이 없는 상품들이다.

비문, 친문의 차별성 정도는 있는데 현재는 1인 정도만 차별이 있는 듯하다.

정치대중을 “공정성, 정의감 등의 사회적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적 참여자로 보지 않고 “합리성에 기반한 개인적 정책 소비자”로 보는 정치마케팅론은 1990년대에 유행하던 것으로 구시대 전략이다. 민주당이 보여주는 대선 후보의 활동은 이러한 구시대의 마케팅을 연상시킨다.

촛불혁명을 보자. 그 사람들이 이기적 합리성 때문에 거리에 나왔나, 아니면 공정성-정의감의 사회적 본성에서 거리에 나왔나?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정치적 상황극을 만들기 위한 의지, 전략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극이 우연히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내부 구조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촛불 때와는 정반대로 민심의 공격 화살은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아니라 현실의 여당인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심의 주공격 방향이어서 지지도가 줄어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전략도 위기감도 없이 타성적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당은 '필패의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가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의 반전과 파이팅을 기대하면서 “꼰대의 타성”이 아닌 “꼰대의 지혜”를 몇 가지만 이야기 하자.

선거에서 당의 역할과 후보들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입장”을 상기하자.

정치를 마케팅이 아닌 현장에서 전개되는 드라마, 상황극에 비유한다면, 그리고 그 드라마 전개 과정을 통해 관객인 유권자가 “공격 대상을 잘못 잡은 불합리한 공격성”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정의감의 사회적 본성”을 회복하도록 흥미와 감동을 주고자 한다면, 민주당은 대선에서의 당 지도부의 역할과 후보군들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입장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드라마에는 감독도 있어야 하고 주연도 있어야 하고 조연도 있어야 한다.

대선에서 감독은 당 지도부다. 당 지도부는 대선 시기 상황극의 시나리오를 짜고 주연을 모으고 조연을 배치해야 한다. 주연들은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게 캐릭터가 다양해야 한다.

착하고 행운이 있는 주연만이 아닌 악역의 주연, 불운의 주연도 있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친문 일색의 후보군을 정리해서 친문과 비문, 정치인 출신과 비정치인 출신, 검증받은 자와 검증이 불확실한 자, 행운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주연과 불운의 가능성도 있는 주연, 친문과 일전도 불사하는 캐릭터의 주연 등등 다양한 정치 성향의 주연들, 즉 후보군을 감독의 시각에서 구성해 관전의 호기심을 높여야 한다.

지도부의 역할은 공정한 관리자, 심판관이란 안이한 타성부터 혁파해야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공정한 관리자가 아닌 현장극의 감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선 경선에서 2002년 ‘노무현’을 탄생시킨 국민경선만큼은 드라마틱해야 한다.

친문 일색의 민주당은 다양한 비문, 강경 비문, 온건 비문 등등을 “의도적으로” 포용하는 후보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민주당 밖의 후보 즉 비정치인 후보나 민주당과 다른 성향의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 나서도록 “의도적으로” 작전을 짜야 한다.

예를 들면 민주당 밖의 비정치인이 후보로 등록하면 30대 이하 후보에게 20% 가산점을 주는 방법과 같은 우대정책을 써야 한다.

공정한 심판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 내부 인사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것의 동의어에 불과하다. 드라마 흥행에 필요한 주연이라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180일전으로 되어있는 경선연기도 불가피하다.

셋째, 지지자 확대를 위해서, 같은 성향층 집단 내의 개인들을 설득하는 방법과 다른 성향의 지지층 집단들을 결합하는, 즉 집단들을 결합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같은 성향의 지지층 집단 내의 개인을 끌어당기는 전략은 감정적(직감적) 도덕감정에 호소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결정하는 개인보다 신속히 의사 결정하는 개인이 이타적 결정을 많이 한다. 감각적, 정서적 호소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반면 성향이 다른 집단층들을 결합시킬 때는 생각을 해보도록 하고, 설득논리를 제시하는 도덕적 이성에 호소해야 한다.

내집단/외집단을 구분하는 인간 성향은 무의적적 본능으로 유전된 것이다. 모성애가 강한 어머니도 외부집단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적개심을 갖고 있다.

같은 정치적 성향층은 하나의 내집단을 형성하면서, 다른 성향층, 특히 대립적 성향층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집단적 공격성을 표출한다. 이러한 공격성의 표출은 내집단을 결속시키지만, 중간층 즉 비대립 정치성향층에서 ‘집단적 거부감’을 유발하여 결국 선거 패배를 초래한다.

동일한 정치성향층이 하나의 내집단으로 공유하는 이러한 “외집단 적개심”은 본능적인 것이기에 도덕감정이 아닌 도덕적 이성에 의거해 추론할 때 극복될 수 있다.

정당 지도부는 도덕적 이성에 호소하는 설득전략으로 강경 지지층이 집단적 적개심을 강하게 표출하여 중간층을 이탈시키지 않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넷째, 민주당의 경우, 강경 친문 성향층 집단의 관리 전략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 생각된다.

다수 표를 얻어야 하는 경선 후보가 표 획득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책임, 즉 친문 강경세력을 설득하는 책임을 1차적으로 담당할 수는 없다.

경선에서 표 획득 부담이 없는 지도부가 정치적 부담을 담당하는 ‘악역’을 해야 할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비문 성향층 대중과 왜 손잡아야 하는가. 강경 친문 성향층을 표적삼아 공격하는 경쟁적 정치세력층, 즉 외집단인 강경보수 성향층의 전략적 공격에 강경 친문세력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가”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강경보수세력의 전략에 말려들어 집단적 공격성을 표출하다가 양비론과 보수언론 등등의 “허위(약올리기, 이데올로기 등)공격”의 덫에 걸리지 않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경 친문성향에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허위공격”에 집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선거를 필패로 이끌 것이다. 선거에는 진실만이 통하지 않으니 “전략적 대응”이 필요함을 지지층을 대상으로 도덕적 이성을 기반으로 설득하고, 또 “교육”해야 할 것이다.

“강경 친문 집단은 비문 중간 집단을 의식하면서 강경 반문 국민의힘 세력들의 ”전략적 강경 공격“에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득을 민주당 지도부는 용기있게 전개해야 한다. 솔로몬의 우화에서 나오는, 친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가짜 어머니에게 양보했다는 “인간애의 전략 논리”를 친문 강경 집단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선의 비극은 친문 강경 집단에게 대선 패배 책임을 덧씌울 가능성이 크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 역사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추구할 때, 강경 호남지지 집단은 수구세력집단들의 정략적인 “억울한 지역차별 공격”를 정권교체를 위해, 즉 중간층과 결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감수했다. 한마디로 호남 유권자는 그냥 전략적으로 침묵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다.

민주당의 집권은 당 지도부의 감독으로서의 사명감과 전략, 그리고 친문 강경지지층의 ‘전략적 대응’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재원

 (사) 공유경제연구원 이사장

고령화사회희망재단 상임이사

 전 국가정보원 비서실 서기관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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