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생각을 대변인으로서는 압도적 정권교체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싶은데 이건 제 개인적인 표현인데.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표현을 쉽게 좀 쓰고 싶은데 그게 필요하다. 내년 대선에서 그러니까 보수와 중도, 이탈한 진보세력까지 아울러 승리해야지 이게 집권 이후에 안정적 국정운영까지 도모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거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것이 윤석열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면 자신이 처한 현실과 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국민의힘 국회 의석수가 102석. 지금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그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고 보수층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정권을 잡는다 해도 102석 짜리 여당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180석을 가진 여권 정치세력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윤석열 정권을 식물정권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대선에서는 물론이고 대선 이후에도 윤석열이 기댈 곳은 민심 밖에 없다. 어쩔 도리 없는 의석 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은 윤석열의 표현대로 ‘압도적’ 정권교체 밖에 없다.

대선 이후까지 내다보는 얘기를 성급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시작부터 이미 그 틀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윤석열이 정치를 시작하게 되면, 그가 어떤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정치를 하는 가에 따라 그 이후의 모든 것들이 정해지게 된다. 여기서 윤석열이 ‘진영의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대단히 나쁜 선택이다. 물론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대선에 뛰어드는 윤석열에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층은 안정적 지지기반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적극적 지지가 없이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윤석열이 정권으로부터 핍박당할 때 응원해주고, 대선주자가 된다고 하니 지지 의사를 표해온 많은 사람들이 보수층만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가 내로남불과 무능에 실망하여 이탈한 중도층과 진보층 일부 또한 그의 소중한 자산이다. 바로 그 점이 국민의힘에 있는 다른 대선 주자들은 갖지 못한 윤석열만의 힘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점에서 그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기대를 실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을 향한 지지세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민주당에 속한 대선 주자들에게 기대를 걸기에는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이반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가 되었기 때문에, 윤석열이 어지간히만 해준다면 그의 지지자가 되어줄 사람들은 아직 많아 보인다. 그러니 윤석열은 중도층은 물론이고 합리적 진보층 내에서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지할 명분을 줘야 한다. 아직 정치를 시작한 것도 아닌 윤석열이 잘한 것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문재인 시대가 낳은 카오스적 상황이 그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윤석열 본인의 몫이다.

그렇다면 보수층 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이탈한 중도-진보층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균형과 포용, 탈이념적 실용주의의 길을 갈 때 윤석열은 압도적인 승리도 가능하고, 집권 이후의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판단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압도적 대선 승리도 국민의힘만 갖고는 안되고, 집권시 안정적 국정운영도 국민의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02석 짜리 보수정당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선 이후 민주당의 합리적 정치인들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집권당을 내다보는 큰 그림 위에서 판단하는 능동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윤석열에게 국민의힘 입당은 안정적으로 대선을 치르는 기반이 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묶어두고 장차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장애가 될 측면도 있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는 시간을 두고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며 판단해 나가도 늦지 않다.

기존의 진영 정치의 관념과는 다른 새로운 발상이 윤석열에게는 필요해 보인다. 보수를 안정적 지지 기반으로 삼아야겠지만, '진영의 승리’에 갇히고 ‘진영의 대통령’을 꿈꾸는 것은 식물정권으로 가는 나쁜 길이다. 그동안 윤석열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진영 간에 정권을 주고받는 게임을 또 한번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은들, 진영 간의 또 한 번의 정권 주고받기로 끝나고 진영 대결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문재인 시대가 낳은 진영의 정치, 분열과 대결의 악순환을 마감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윤석열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일 것이다. 단지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데 있다.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를 생각할 때 비로소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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