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선후보들, 여가부 폐지 공약 제대로 냈으면”
당내 반발…조수진 “분열의 정치 하지 말아야”
민주당·정의당 일제히 비판 “여가부 존속 필요”
여성단체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조성우 인턴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여성부가족부 폐지를 언급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까지 해당 사안을 거론해 사실상 국민의힘 대선 공약으로 공론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BS 인터뷰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저는 나중에 저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여성가족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 여성가족부는 사실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가졌다. 이렇게 해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불공정에 대해서 감수성을 가지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오전 유승민 전 의원이 SNS에 올린 여가부 폐지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모든 사업은 여가부 아닌 다른 부처가 해도 잘할 사업들입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 당내 반발…조수진·윤희숙 여성 의원들 반대 목소리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조수진 의원은 SNS를 통해 “1995년 말 기자가 됐지만, 당시 최종 면접에서는 여성이 뽑히지 않거나, 한 명가량만 뽑혔고, 당연시됐다”라며 “여성 할당제는 여성을 무턱대고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성별이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양성평등’이 목표다”고 말했다. 또 “분열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분열을 꾀하는 것, 분열을 획책해 이익을 취하려는 작태, 이것은 더 비판받아야 한다”고 발언하며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도 여가부 폐지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윤 의원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칼로 자르듯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가부가 민심을 잃은 이유는 성추행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윤미향 사건처럼 여성계에 일어난 일을 은폐·축소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저는 ‘양성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위원회를 올리는 대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여가부가 맡은 청소년·다문화가정, 성폭력 해결 보조 같은 문제들의 공백이다.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구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여가부 폐지보다는 새로운 개편을 주장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관광업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관광업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정당과 여성 단체도 일제히 비판…“극우포퓰리즘 회귀 멈춰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주장에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여성가족부의 역할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혹시라도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됩니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와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할 분야들이 많습니다.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여성가족부의 지향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들을 위해 구현돼야 할 가치입니다”라고 견해를 나타냈다.

정의당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여가부 폐지가 국민의힘 당론이라면 망조입니다”라며 국민의힘에 즉각 반발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어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공식화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며 “남녀갈등과 분열을 먹이 삼아 정치적 생명력을 지속하는 것은 극우 포퓰리즘을 스스로 자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변화를 지향하는 국민의힘이 다시 극우포퓰리즘으로 회귀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폐지한다”고 말하며 “유승민 전 의원은 ‘모든 사업이 여가부 아닌 다른 부처가 해도 잘할 사업들’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고 되물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양성평등 정책을 조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즉 위원회가 권고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해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있어야만 성 평등 정책이 가능하다. 양성평등 시대를 여는 데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라며 유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여가부는 이러한 폐지론에 대해 “정책효과가 부족한 것과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7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 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했다”며 “(여가부 폐지론은)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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