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김능구와 이강윤의 여론조사 대해부, 오늘은 이강윤 KSOI 소장님과 함께 민주당 예비경선 이후 큰 변화를 보이는 여론을 짚어보고, 그것이 가진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회복했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레임덕 없는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차기 대선에의 영향은?

이강윤: 오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도 저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실 최근 몇 주 동안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좋아질 만큼 뚜렷이 기억되는 정책적 효과나 드라마틱한 무엇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4차 팬데믹으로 인해, 대통령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방역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민심이 조금이라도 나빠질 상황인데 과연 무엇때문일까, 이런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4주 연속으로 긍정평가는 높아지고 부정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한두 개의 정책 효과나 감동 이런 것 보다는, 심리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인 정치적 지지가 적어도 4월 7일 재보선 시점에 비해서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대선이 실질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결집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쪽은 이미 4.7 재보선을 정점으로 어느 정도 결집이 됐다면, 참패의 무력감으로 느슨해져있던 현 집권 여당 측 지지자들의 결집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레임덕 또는 그와 비슷한게 와서 좋을게 하나도 없기에,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능구: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날개 없는 새처럼 떨어질 것 같았는데, 그게 멈추면서 오히려 상승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서 대선을 체감하기 시작했고, 지난 재보선 참패의 충격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씀입니다.

이강윤: 한 말씀 덧붙이자면, 이건 수치로도 입증이 되는데 이른바 범진보권 사람들의 정치적 응답, 발언이 늘어났습니다. 저희가 TBS하고 6개월째 매주 금, 토요일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자신을 진보층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응답률이 늘었어요. 응답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에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것인데, 그 숫자를 대략 진보 30, 보수 30, 중도 40 정도로 봅니다. 진보라는 응답이 가장 낮았을 때가 4.7재보선 참패 직후 첫 번째 주인데, 그때 24.8%까지 떨어졌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기자들에게 배포한 조사치에서 진보라는 응답자는 32.8%로 나왔습니다.

제 기억으로 32.8%면 최대치입니다. 보수가 30.6%. 중도는 33%쯤 되는데, 진보가 가장 낮았을 때인 24%대 중반과 비교하면 8%p가 높아진 겁니다. 이 말은 한두달 사이에 없던 진보가 갑자기 생겼다는게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 참패로 인한 약간의 무기력감, 실망감에서 벗어나, ‘아니다, 이제 다시 뭉쳐야겠구나’라는 생각들이 높아진 응답률로 나타난 것입니다. 절대적인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응답률이 늘어난 것이고 발언을 다시 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 결과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4주 연속 긍정은 늘어나고 부정은 좁혀 들어서 지금은 오차범위 이내로 들어왔어요. 어떤 여론조사는 우열을 가릴 수 없게 1~2%차로 딱 붙어있습니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평가가 높았던 것이 작년 하반기 중반 즈음인데 약 9개월 내지 10개월 만에 다시 비등하게 왔다고 볼 수 있죠.

김능구: 코로나 4차 유행과 35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도 대선은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미 보수는 결집했고 그 결집된 세력이 정권 교체를 위해 이준석 당대표 카드를 선택했듯이, 이제 시작된 진보의 결집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대통령 직선제 이후 마지막 1년 차의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레임덕이 없는 거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봐야죠. 대부분 대통령이 언제쯤 탈당하나. 이것을 고민해야할 시점인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강윤: 7~8개월 정도 남겨두고는 실질적으로 식물 대통령으로 들어가잖아요.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다 그랬습니다. 그래서 준거할 마땅한 틀이 없긴 한데, 레임덕에 빠지지 않은 대통령 하에서 치르는 대선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겠죠. 7~80%를 상회하는 취임 때의 압도적 지지는 아니지만, 레임덕에 빠지지 않았단 이야기는 집권 여당이 정국 주도력을 잃지 않았고 수세에 빠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집권 여당을 계승하겠다고 표방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이전처럼 레임덕 하에서 치르던 선거와는 다른 굉장히 좋은 조건에서 게임을 한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김능구: 사실 임기 마지막 해 청와대 정무 수석이 별로 할 일이 없는데, 이철희 수석이 큰소리를 쳤어요. 마지막에 이정도 지지율이면 어느 주자도 대통령한테 맞서기란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이강윤: 구심점을 가지고 가니까 원심력이 작용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45%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맞서서 득 될게 별로 없기 때문이고, 대통령 인기에 일정 부분 편승해야 하는 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능구: 아무튼 레임덕 없는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과연 그것이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계속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후보 지지율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봐야하는데, 어쨌든 큰 틀에서는 지금 양강구도에 변화가 생긴 거죠.

흔들리는 윤석열 지지세, 이강 일중을 넘어 3강 체제를 이끄나?

이강윤: 윤석열 예비후보가 검찰 총장을 그만 둔 뒤 한동안 30% 중후반대를 구가할 때는 여야 모두를 아울러서 일강 일중 다약 이랬습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죠.

김능구: 재보선 한 달이 지난 이후 그리고 최근 지지도의 변화까지 보면, 저는 명확하게 ‘이강 일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부분은 있지만, 윤석열 후보와의 다자구도에서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앞선 결과도 있거든요.

다만 최근에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예비경선 과정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지율 하락이 있었고,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도 보합내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강윤: 윤석열은 6월 말 정치참여선언 이후 첫 주 조사 때는 오히려 상당히 빠졌고 이후 3주 째 횡보하고 있습니다. 이재명은 주춤 또는 하락하는 모습인데, 최근 3주 동안의 하이라이트는 이낙연 후보의 비약적인 약진입니다. 과거 여유 있던 1위로의 회복가능성을 조금은 시사하게 하는데, 이게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가 그의 마지막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낙연은 왜 이렇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모아야겠죠.

김능구: 간단하게라도 한 사람 한 사람씩 네 명을 짚어봤으면 합니다. 여권은 완전히 이재명 지사로 굳어지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예비경선 이후 이재명과 이낙연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습니다.야권에서는 최재형을 짚지 않을 수 없어요. 야권 후보 일약 3위로 올라섰더라고요. 정치 참여 선언 한지 불과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여야 합쳐놓은 데에서는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바로 다음 4위입니다.

먼저 윤석열 전 총장을 보면 지지율이 횡보한다고 했는데, 행보는 정말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강윤: 지역도 만나는 사람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전 UN 사무총장을 만난 건 굉장히 갸우뚱해지는 대목이었는데, 아무튼 많이들 만나고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시더라고요. 그런데, 자신만의 구체적 정책은 아직까지 기다려준다 치더라도, 반 문재인 말고 ‘당신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 없습니다. 윤석열의 시대정신이란게 처음 정치 데뷔선언 자리에서 말했던 ‘공정과 법치’ 였습니다. 법치야 다 알고, 공정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윤석열 표 공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날 당장은 아니어도 지금쯤은 아젠다가 나왔어야 합니다. 공정이란 것이 오래전부터 수많은 정치인들이 내걸었던 슬로건이기 때문에 ‘나의 공정이 무엇인지’를 소상하게 알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것에 대한 구체적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죠.

김능구: 이재명이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후 경기도의 모토로 내건 것이 공정 경기이고, 이번에도 공정성장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그 핵심을 기본소득으로 제시했죠. 어쨌든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지금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서는 금방 지적하신대로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책의 브랜딩, 자기의 정치적 철학과 노선의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러 교수를 만나는데 사실 교수들은 브랜딩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아진다고 해서 브랜딩이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이강윤: 정책이란게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고액 과외해서 에센스만 뽑아서 쓸 수 있으면 누가 못하겠습니까? 더군다나 특수부 검사로 20여년을 일관한 분이 직무상 얻은 노하우나 세계관은 국정 경험과는 정말 많이 동떨어져 있죠.

김능구: 홍준표 대표가 가끔씩 옳은 지적도 많이 합니다. 검찰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경륜은 국정에 비하면 1%도 안 된다고 했어요. 특히 중수부는 정몽헌 회장의 비극이 있음만큼 재벌 회장도 벌벌 떠는 곳인데, 그런 생활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따뜻한 이미지를 내보이고자 여러 군데 가서 젊은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어려운 분들 이야기도 듣고 합니다.

이강윤: 그건 좋은데, 한 번씩 나만의 정치적 특징과 정책적 대강은 밝혀주면서 가야됩니다. 브랜드화된 정책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윤석열 하면 이뤄지는 담론의 대부분이 와이프가 어떻고 장모가 어땠고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밤에 누구를 만났고, 골프를 쳤니 안 쳤니, 이러고 있거든요.

김능구: 그래서 이재명지사가 시험을 치라고 하잖아요. 답안지를 내놓고 평가도 받고 그 다음에 부족한 점은 다시 더 공부해서 또 내놓고 해야합니다. 사람들이 지적하는 과거 일에 항변만 해야하는 상황은, 자기의 미래를 안보여주니까 감당해야 하는 자업자득이란 겁니다.

그러면서 굉장히 불안합니다. 사실 민주당 예비경선에서도 1위인 이재명 지사한테 불안한 이미지를 주려고 여타 후보들이 공격을 했듯이, 그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가지는 불안감, 이 불안감이 플랜B를 작동하게끔 만들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강윤: 넉 달 동안 견고하게 유지되어온 유일한 1위인데, 불과 3~4주 만에 한 차례 하락 후 횡보 내지는 미미한 하락 조짐을 군데군데 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지뢰밭 가운데 서있는 거예요. 그렇게 윤석열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는 한계를 자신이나 남들이 느끼게 되면서, 플랜B로서 최재형 예비후보나 유승민 등등의 기존 후보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재명, 이낙연 등 여권의 후보한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까 윤석열이 정체 내지는 하락 조짐을 보임으로써, 그동안 윤석열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타가 공인해왔던 이재명 이펙트가 조금 줄어들고 ‘꼭 이재명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김능구: 그 점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의 하락으로 일강에서 이강으로 바뀌었지만, 바로 ‘이강 일중’이라는 이낙연 후보의 지지세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여권에서 ‘윤 전 총장을 막을 사람은 이재명지사 밖에 없다, 왜냐하면 파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꿩 잡는 게 매’라고 대체로 이재명 지사가 되는 것을 모두 기정사실화했지 않느냐 싶은데, 여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데 윤 총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겁니다. ‘윤 전 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든 것은 추미애, 나아가서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런 말이 있는데, ‘지금 이낙연 후보의 상승을 가져온 것은 윤석열이다’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강윤: 오늘 7월 19일 현재로 나온 각 여론조사 기관의 업데이트된 결과를 보면, 윤석열이 이재명에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서있고, 이재명과 이낙연 사이도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어요. 윤과 이낙연은 아직 오차범위 밖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2% 떨어지고 이낙연 후보가 2~3%올라간다면, 현 3주간의 추세로는 이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이는데, 세 사람이 모두 오차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그것은 ‘일강 이중’ 또는 ‘이강 일중’이라고 표현해도 되고, ‘삼강’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정도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상승 끝선이 살아있는 이낙연계가 조금 더 여지가 많다고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

김능구: 과감하게 예측을 해본다면, 일강 일중 다약에서 이강 일중 다약으로 가다가, ‘삼강’ 구도로, 트리플 구도로 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강윤: 저는 2주 후 쯤에는 그럴 가능성이 제법 생길 것 같다고 봅니다. 저희 기준으로 치면 차후 조사보다는 차차후에, 최소한 이재명이 현 수준을 유지해준다는 전제하에 윤의 하락과 이낙연이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습니다.

윤석열과 최재형, 꽃가마는 있을까?

김능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잠깐 짚고 가죠. 입당을 빨리 했습니다.

이강윤: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없었을 뿐더러 윤석열처럼 해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윤석열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비주의, 확인도 부인도 없이 NCND로 끌고 가는게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면, 최재형 예비후보는 그럴 단계가 아니죠. 일단 자기가 만든 지지세가 크지 않고, 여러모로 정치에 참여하게 된 동기도 다릅니다. 윤석열은 탄압 받아서 그리고 국민들이 호출해서 할 수 없이 나왔다는 것이고, 최재형은 잘 하고 있던 감사원장, 나가라고 어느 장관이 쪼은 적도 없고 청와대에서 쎄게 누른 적도 없는데, 본인이 국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제 발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사정기관이자 독립기구인 현직 감사원장이 이래도 돼?’라는 것이 계속 따라붙을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의지도 모르겠고, 여러 가지 점에서 이 분은 빨리 입당을 해서 당과 결속관계를 높이고 윤석열과 모든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일주일 전 조사에 의하면 범 보수권에서 최재형 예비후보는 4.0%였느데, 이번 주에는 9.2%로 두 배가 넘습니다. 그래서 범 보수권에서 윤석열, 홍준표 다음에 최재형입니다. 그런데 범 진보 5명, 범 보수 5명만 뽑아서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를 하면 최재형이 4위로 올라섭니다. 범 보수 2위였던 홍준표는 6위에 불과합니다.

김능구: 제가 KSOI 조사한 것을 보니까 전체적으로는 그러한데, 국민의힘 지지층만 보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3위가 아니라 2위입니다. 그리고 보수로 봤을 때도 근소한 차이지만 11.3%, 홍준표 의원이 11%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되고, 실제로 인지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인데 벌써 윤석열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본인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고, 아마 그만두고 나서 그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입당의 길을 가느냐 라는.

이강윤: 놓여있는 객관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윤석열의 길로 가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죠. 그리고 이 분이 의사결정능력이나 소통자세가 굉장히 빠르더군요. 뭔가 빨리 빨리 움직이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존재감을 알리는데 아직까지는 성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김능구: 윤도 마찬가지이지만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같은 이런 분들, 정치를 하지 않고 바깥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국민적인 각광과 지지를 받은 사람들한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결심만 해주십시오, 나머지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꽃가마를 태웁니다. 그런데 꽃가마 탔다가 폭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만큼 조심스러운 일인데, 얼마 전에 한 기사를 보니까 석동연이라고 지검장 출신으로 부산에서 국민의힘으로 출마했던 분인데, 이분이 최재형 전 원장님께 드리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더라고요. 정권교체된 다음에 선배님 할 역할이 너무나 많은데, 지금 나오셔서는 쉽게 말해 진탕 밭에 빠지게 되어 있다. 요건데 이번 대선은 참으시라고 말했다가 삭제했어요.

저도 거의 반년 전 윤석열 총장이 직을 그만두기 전부터, 최재형 감사원장을 이야기하면서 이분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윤 총장은 너무 불안하고 리스크가 많으니 이분이 돼야 한다고, 거기에 목 매달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결정을 안 한다면서 어떤 사람이 저에게 물어보길래, 제가 보기에는 ‘정치인으로는 조금 맞지 않는 코드 아니냐’는 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결심을 하고 바로 입당을 했는데, 어찌 보면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당이란게 녹록치 않거든요. 아무리 지지율이 5%밖에 안 되는 후보들이라고 해도 그 분들은 다 20년, 30년 이 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고, 광역단체장도 하고 뭐도 하고 다 해본 사람들입니다.

최재형 예비후보의 입당을 이준석 당대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환영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캠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좀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이런 시기에 라인을 잘 타야 된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그것을 뚫고서라도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면 뭔가 세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준석 대표, 박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준석 대표, 박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강윤: 그 속도는 굉장히 빠르리라고 보는데, 다만 어느 지점에서 벽에 부딪히고 멈출 텐데 그 지점이 어디일지가 궁금합니다.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 전 김 대표께서 ‘꽃가마 탔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특히 이 나라에서 슈퍼 갑, 슈퍼 리치, 슈퍼 웰씨로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대개 사법고시 패스하거나 실패를 별로 안 해본 사람들일수록 꽃가마에 타려고 하고, 떨어지고 나서 빚내서 자기 식솔들, 주변의 운동원들 먹여 살리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대개 꽃가마 체질인데, 지금부터 한 25년 전까지는 꽃가마 데뷔나 꽃가마 정치가 통했어요. 그런데 지금 꽃가마는 설령 태운다해도 그 사람에게 프리패스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그것을 용납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꽃가마 탔다고 계속 끝까지 가마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최재형 이분이건, 윤석열 전 총장이건 간에 꽃가마는 없다. 그리고 꽃가마를 기대하는 한 메인이벤트, 본선에서는 조금 힘들지 않겠느냐, 이런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이재명 다움, 이낙연 다움, 여기에 더 보태져야 할 것은?

김능구: JTBC가 정치부 회의 때 기자들이 분석을 하고 나서 마지막 슬로건으로 정리를 잘 하더라고요. 오늘 윤석열, 최재형에 대한 분석은 ‘꽃가마는 없다’라는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이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이야기인데요, 이낙연 대표 측근 중의 한 명이 제 친구라 한 번씩 자연스럽게 통화를 하는데, 이전엔 다급함 일색이었지만 요즘 목소리에 힘이 좀 생겼습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갈급해져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쨌든 이낙연 후보가 이번 예비경선 TV토론 때 본인이 보여줄 모습은 다 보여줬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경륜과 품격, 안정감, 그리고 예리하게 한 마디 콕 짚을 때 어떤 사이다보다도 톡 쏘는 맛 같은 것.

이강윤: 총리 시절 대정부 질의 답변 때, 사이다 답변이라고 했고 거기서 포인트를 많이 땄었습니다.

예비 경선에 임하는 이재명 후보의 스탠스는 본인이 결정했건 주변에서 얘기를 드렸건 간에 대단히 잘못 됐던 것 같습니다. ‘일단 무성의해 보였고, 정책은 과거의 이재명과는 달리 허술했다. 예측 가능한 질문이었을 텐데 의외로 부실했다. 어떤 몇몇 짜증나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간 비아냥거리거나 건방져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게 대강의 총평 아니겠습니까?

아마 바꿀 겁니다. 이분이 워낙 순발력이 좋고 원래 토론에 강하잖아요. 이재명하면 떠올랐던게 아주 강렬한 인파이터 아닙니까? 상대방을 귀찮게 하고, 뭐 하나 물면 놓지 않는 그 특유의 파이팅은 살아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예비 경선 토론보다는 훨씬 더 딱 부러지게 분명하고 선명하게 해야하겠지만, 토론에 임하는 태도나 1위에게 가해지는 온갖 집중 공략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만 더 겸손하게 대응해야 할 겁니다. 자신이 뭇매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넘어가면 크게 나쁘진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김능구: 제가 볼 때 이재명 지사에게 예비경선은 한 마디로 1위 후보의 자만, 오만이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1위 후보로서의 스탠스, 그 부분에 있어서 혼돈이 있던 것 아닌가 싶은데, 제가 듣기로는 기존에 측근에서 보좌하던 사람들하고 국회에서 많이 합류한 의원들 간에 어떤 전략적인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국회에서는 가급적이면 좀 더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쉽게 말해서 이제 반환점 돌았다는 컨셉이었지 않나 보입니다.

이재명 지사도 어쨌든 인파이터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피곤함이 있고, 후보 되고 나서 본선에서 싸우려면 많이 끌어안아야 하니까 그런 스탠스를 보인 것을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재명다움을 잃어버렸다는 거죠. 포용을 보이면서도 이재명다움을 잃지 않아야 했는데, 그게 제일 흔들렸던게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 가지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처음에는 찬반이 비슷하다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70%까지 올라갔습니다. 당장 재원상으로 언제부터 얼마로 시작해야할지는 정할 수 없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지지여론이 높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기본소득 자체를 공약이 아니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공정 성장의 목표를 말하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간장게장론까지 언급했지만, 그걸 아니라고 부정한 순간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당혹했고 그에 따라 공격이 집중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본인 특유의 순발력은 다 사라지고 토론회가 ‘이재명이 뭐 실수하나’, ‘뭐에 또 코너에 몰리나’ 이런 식으로 진행된 거죠. 끝난 직후에는 마치 그게 ‘전략적인 결정이니까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하다가, 도저히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전략적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바꾸겠다고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1위 후보의 자만과 오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여권의 경쟁은 이낙연, 이재명 양강 구도로 볼 수 있을텐데, 제가 들은 바로는 전국적으로 흔히 말해서 시민운동을 했다든지 민중 운동을 했다든지 지역운동을 했다든지 이런 분들은 대체적으로 이재명 지사 쪽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다시 말해 ‘그래도 이재명이 촛불 정신을 지켜주고 촛불 혁명을 계승할 개혁적인 후보다’라고 보는 겁니다.

이것을 이낙연 후보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까 말한 대로 경륜과 품격, 안정감을 주는 것에는 성공을 했고 특히 호남에서 지지율이 이제 오차범위 내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면, 민주당 지지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개혁세력한테는 정확하게 어필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이 지금 이낙연 후보에게 필요한 대목 아닌가 봅니다.

이강윤: 여론조사 수치 관점에서 명백한 팩트는, 최근 2주 내지 3주 동안 이재명 예비후보는 주간 단위로 한 번에 2~3%p씩 최소한 2번 빠졌습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3번 빠지기도 해서, 최근 3주를 묶는다면 약 7~8%p가 하락했어요. 그리고 그것보다 많거나 그 정도를 이낙연 예비후보가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한 때 18%p까지 벌어졌던 지지율이 지금 3.6%p까지 좁혀 들었습니다.

이재명의 지지층은 상당히 충성도가 높고 다른 후보에 비해 결집도가 강합니다. 그래서 크게 빠지는 일은 없겠지만 하락 지점을 여기서 붙잡아주는 모멘텀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브레이크를 잡아서 하락세를 막고 횡보를 한 두 번 하다가 다시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쪽으로 물꼬를 틀지 않는 한, 상승세가 살아있는 이낙연 예비후보와의 싸움이 의외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역은 이낙연 후보에게 그대로 적용이 되겠죠. 그래서 요즘 민주당 권리당원의 40%가 있고 자신의 출신지이자 정치적 근거이기도 한 호남에 집중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능구: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부분은 KSOI의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진보세력의 응답률이 좀 올라갔다고 했는데, 그 진보세력을 보면 이재명과 이낙연의 지지율이 45.3% 대 29.8%입니다. 15%p 이상 차이 납니다. 전체 지지율은 27.5%대23.9%로 4%p차이가 안 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층에서는 44.2% 대42.0%로 2%p 차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의 유권자한테는 15%p 이상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한테 밀린다는 겁니다.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지지율 60~70%받을 때 총리를 했습니다. 추미애 후보 같은 경우 이낙연 후보가 ‘당 대표로서는 빵점이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여기에서 분명한 이낙연 본인의 개혁 컬러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보입니다.

이강윤: 진보권에서 약 16%p 차이가 나는데 이 차이는 좁혀지기 힘들 겁니다. 상대적으로 이재명에 대한 로열티,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들이 있고. 아까 말씀하신 사회운동이나 이런 쪽에서 행동으로 운동을 하신 분들,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표명하는 분들에서는 월등히 이재명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지금 이 숫자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이낙연 쪽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이재명을 다시 견인하는 지지층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이재명에게 실망했다고 이게 빠져서 이낙연이나 다른 사람에게 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이것의 간극을 어떻게든 좁히려고 애를 쓰겠지만, 제1의 방점을 여기에 두어서는 가성비가 높지 않을 것이고, 이낙연만이 갖고 있는 장점에서 무언가 좀 더 많은 포인트를 올리려고 애를 써야 할 겁니다.

김능구: 정리하자면 ‘이강 일중 다약구도’가 이후에 ‘삼강 구도’가 예상된다는 이야기고, 윤석열, 최재형 예비 후보한테는 꽃가마는 없다는 말씀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재명의 이재명다움, 이낙연의 이낙연다움이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개혁 세력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가에 달려있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오늘 여론조사 대해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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