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원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 손익으로 계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의식이 필요

'인천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단식 농성 중 - 단식 44일 차 인천작가회의 이재용 평론가님 심명수 시인님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 '인천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단식 농성 중 - 단식 44일 차 인천작가회의 이재용 평론가님 심명수 시인님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의 철거와 보존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와 개발조합, 인천시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인천시가 3,183가구 31개 동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동구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재개발조합 측은 교회가 재개발지구 요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먼저 철거를 하고 후에 표지석 설치와 이전 부지를 제공하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교회 측은 교회 건물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향토유적(쌍우물)이 보존돼 있고, 일꾼교회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여 산업유산 기념 시설로 지정하여 보존해야 한다고 맞섰다.

문화유산 보존을 원하는 이들과 재개발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차 심의에서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여 교회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표지석이나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달아서 이 사업을 승인하고 지난 7월 19일 정비구역 지정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인천시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규탄과 교회 보존의 당위성을 알리는 릴레이 단식과 1인 시위 등으로 들고 일어났다.

89개 인천 시민사회단체는 '인천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21일 발족하고 철거 계획이 담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인가 고시를 철회하고 교회의 산업유산 보존 방안을 논의할 민관협의체 구성할 것을 요구하며 범시민 서명운동과 항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는 교회 건물을 ‘인천시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조합이 재개발 사업을 강행할 경우 사업 시행계획인가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인일보 8월 3일 자 보도에 의하면 “각종 도시개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심의 기구인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문화 분야 위원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이어 “30명의 위원 중 8명은 공무원과 시의원 등 당연직 위원이고 나머지 22명은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위촉됐다. 민간 위원 중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이들은 3명으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서해문화 소속 인사들이 맡고 있다.”며 “사실상 인천의 역사·문화 자산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낼 만한 전문가들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호황과 맞물려 인천 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해짐에 따라 앞으로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와 같은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일꾼교회 보존의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기조로 보도했다.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이 그 도시의 문화자원이다. 그러나 많은 재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가치의 충돌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해충돌은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며 수많은 회의와 논쟁과 갈등은 그 모든 것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문화자원의 가치에 대한 사전 조사와 평가를 거쳐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크든 작든 역사적 의미가 담긴 문화자원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 손익으로 계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는 어떤 곳인가?

일제 강점기부터 있어 왔던 동일방직(일제 때는 동양방적)에서 소위 ‘똥물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탄압이 있었을 때 아직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투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인천산선(일꾼교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일제 강점기부터 있어 왔던 동일방직(일제 때는 동양방적)에서 소위 ‘똥물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탄압이 있었을 때 아직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투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인천산선(일꾼교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꾼교회는 대지면적 190㎡(57평), 지하 1층 지상 2층의 작은 교회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공개 기도회를 여는 등 유신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조지 오글 목사(1929~2020)가 1961년 초가집에 세운 인천 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바로 일꾼교회 자리다.  한마디로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경인 지역 노동운동의 성지다.

황재철 인노협 초대의장과 인천지역 노동운동 원로 지도자들은 지난달 26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현 일꾼교회) 건물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인천산선을 이렇게 묘사했다.

“설립 당시 인천항 주변 부두와 공장 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간다운 권리와 노동법에 보장된 권리 의식을 일깨우며 활동을 시작한 우리나라 산업선교회 효시였다.

80년 광주의 학살 소식을 인천지역사회에 알려 나갔을 뿐 아니라 85년 대우자동차 노동자 투쟁과 87년 6월 항쟁,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지원한 노동자들의 사랑방이자 피난처이고 인쇄소이기도 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을 벌였던 조지 오글 목사뿐 아니라 그의 애제자였던 조화순 목사, 이곳에서 노동 간사 역할을 했던 김근태 전 국회의원 등이 국가 훈장 무궁화훈장을 받게 한 곳이다.“

삽화=인천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 삽화=인천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