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에 관료 택한 文…‘안정화’ 인사에 금융위·금감원 관계회복 기대
금리인상 주장한 고 내정자…DSR 등 대출규제 속도낼듯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정은보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연합]
▲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정은보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연합]

 

[폴리뉴스 김서정 기자] 금융 양대사령탑이 동시에 교체된다.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로 분류되는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5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고 내정자는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 의견을 내며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그가 금융정책 수장을 맡으면 가계부채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각각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59)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표(60)가 내정됐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라인업이 행정고시 동기인 경제관료로 내정되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금융정책은 '개혁'보다는 '관리와 조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가와 금융권은 전망했다. '한솥밥'을 먹은 두 내정자는 서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양 기관의 관계와 역할을 명확히 정립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행시 동기인 고승범·정은보…금융·통화분야 두루 섭렵

고 내정자와 정 내정자는 28회 행시 동기로, 둘 다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 등의 요직을 거친 재무관료 출신이다. 두 내정자는 1990년대 중반에 재경원에 함께 몸담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은행·비은행 과장(고 내정자)과,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정 내정자)으로 서로 호흡을 맞췄다.

2010년 이후 금융위 '한솥밥'을 먹은 시절, 두 내정자가 잇따라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는 두 내정자가 모두 정통 금융관료로 비슷한 경력을 밟은데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여서 업무 협의·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관료 출신 수장을 기대한 금감원은 특히 반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시민단체나 학계 출신이 아닌 금융 관료로만 금융당국 지휘부가 구성된데 대해 '안정적' 인사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 내정자가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받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첫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관리형 금융 수장을 낙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 내정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의 완전한 극복, 실물부문·민생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도 내정 소감에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하며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현시점에서 금융감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빚투 등 한계몰린 부채부터…가상화폐 투자 보호정책 등

한편 고 내정자 앞에 산적한 과제가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빠르게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제도화 등이 꼽힌다. 가계부채 관리는 이미 금융위도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안 중 하나다. 그러나 유동성 팽창, 주택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좀처럼 고삐가 잡히지 않았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2009억원 늘었다. 1년 전에 비하면 9.5%나 늘었다. 제2금융권까지 고려하면 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 상반기 증가율은 연 환산 8∼9% 수준으로, 목표치를 맞추려면 연 3∼4%대로 관리해야 한다.

'영끌'과 '빚투'로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에서 폭증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자산시장의 거품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이러한 우려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고 내정자는 7월 금통위에서 위원 7명 가운데 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정부 대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금융안정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5월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강연에서도 민간부채와 부동산 금융 증가 속도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를 비롯한 비은행권 가계 신용대출 급증도 지적했다.

금리인상 주장한 고 내정자…DSR 등 대출규제 속도낼 듯

이미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실수요와 무관한 관련 대출은 더 깐깐하게 점검·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금융위의 기조와 고 내정자 개인의 성향이 더해져 앞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고 내정자는 이날 금융위를 통해 배포한 내정 소감문에서도 "코로나19 위기의 완전한 극복, 실물부문·민생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제도화·입법도 시급한 과제다. 9월 25일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개정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9월24일까지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 4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외한 수십 곳이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해 줄폐업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의 피해 예방과 제도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3개월간 공석이던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정은보 원장과 함께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제재 절차 등을 완료하는 것도 고 내정자의 현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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