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정의당, 국민의힘 등 모두 강력 반발 "즉각 철회해야"
與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할 수 없도록 수정 의견"
최형두 "가장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억지로 넣다 보니 자기모순에 빠져"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재갈 물리기법'이라 평가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수정안을 내놓으며 8월통과 강행의지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계와 야당은 독소조항을 문제 삼으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등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책임을 물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 의견을 지난 12일 밝혔다.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박정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의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적용에서 제외하도록 수정하겠다"고 했다.

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위 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겠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위헌 비판을 받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액을 언론사 '매출액'으로 하는 조항은 남겨 놓았다.

또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수정안은 '하나 마나'로 비판을 받고있다. 공직자나 기업인의 가족 등이 우회적으로 제도를 악용함으로써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의·중과실 추정의 원칙도 여전히 논란이다. 그동안 법안에 입증 책임의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분쟁 시 언론사가 입증의 주체가 되고, 이로 인해 '감시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민주당은 '입증 책임'이라는 표현을 법안에 명기함으로 모호함을 해소한다 밝혔지만, '허위' '조작' '악의' '고의' 등 여전히 사안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어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런데도 박정 의원과 김의겸 의원은 "이달 안에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를 분명하게 밝힌 상황이다.

◇ 언론단체, 세계신문협회도 강력 반발..."지적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강행처리 명분 쌓기"

이에 언론계는 강력히 반발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먼저 국내 언론 현업 4단체는 오늘 더불어민주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에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4단체는 공동 입장문에서 "12일 언론 현업 4단체 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박정 문체위 간사, 김승원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비공개 면담했다"고 말했다.

공동 입장문에 따르면 이들 4단체 대표들은 면담에서 민주당에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과 언론의 자본·권력 비판·감시 기능 위축, 위헌 가능성 등 광범위하게 문제점이 제기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중단과 국민공청회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 4단체는 "이와 같은 민주당의 입장에 언론 현업단체들은 강력한 항의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문제적 법안의 강행 처리 중단과 국민공청회 개최 요구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나온 독소조항 일부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강행처리 명분으로 삼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꼼수를 중단하고 국민공청회 등으로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시민 언론 피해 구제 강화와 언론자유와 책임을 담보하는 균형적 대안을 차분하게 만들어 보자는 현업 언론인들의 요구에 당장 응하라"라고 거듭 촉구했다.

지난 12일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전 세계 60여개국, 1만5000여곳의 언론사가 가입) 세계신문협회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통해 우려를 발표했다.

◇ 국민의힘에 이어 정의당까지 강력 비판..."일부 수정이 아니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해야"

국민의힘에 이어 진보 야당인 정의당 마저도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시사에 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문체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장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이 부분을 민주당이 억지로 넣으려다 보니까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해법은 간단하다. 위헌 요소가 있는 부분을 빼면 다 해결될 일이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갑작스레 언론중재법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이 신설되어 공직자가 입증해야 할 허위보도, 현실적 악의를 언론사가 책임지도록 슬쩍 입증책임을 전환했다"며 "삽화등이 기사내용과 다를 경우 고의중과실로 보고 언론사에 5배 징벌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은 너무나 속셈이 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 또한 지난 12일 "최근 몇 년간 언론보도의 최대 피해자는 저 윤석열이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국민은 활용하기 어렵고 권력자는 악용하기 쉬운 법안"이라면서 이같이 적었다.

그는 "여권 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독소 조항'들로 가득하다"라며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손해액의 최대 5배 이상 추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에 대해 고의 중과실 책임을 면하려면 부득이 취재원과 제보자를 밝혀야 한다"라며 "제보자는 자신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제보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언론사는 책임을 부인할 것이고 법적 책임은 취재 기자에게 떠넘겨질 것"이라면서 "결국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젊은 기자들이 권력을 비판하려면 수십 억원의 배상 책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권력자에게만 편한 법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 재갈 물리기법은 폐기 대상"이라며 "언론 자유, 국민 알권리 신장 등 방향으로 정리되는 게 당연한 도리이고 국민의힘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일부 수정이 아니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일방적 강행처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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