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요건 미비 발령 무효

군사정권 시절 기자회견을 열어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이부영(79)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27일 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던 이 이사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인 1979년 11월 13일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긴급조치 해제와 언론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재판부는 2회 공판기일인 이날 증거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유사하게 처리된 다른 사건도 있고, 별도의 선고 기일을 정해 고령인 피고인을 다시 출석하게 하기보다 바로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에 적용된 계엄 포고는 당시 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검찰도 선고 전 최후의견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앞서 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故) 박세경 변호사에 대한 판단과 동일하다. 박 변호사는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지난달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전 최후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 사망 후에도 집권 세력이 유신체제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니까 이렇게라도 의사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수감 당시 겪었던 삼청교육을 언급하면서 "인간에게 할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자행됐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재판부의 판결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부당한 계엄령이나 헌법 유린 사태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부영(79)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 이부영(79)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 출신인 이 이사장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했다가 1975년 해직됐고, 14∼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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