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8월 24일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야 대선주자 경선'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김능구 : 마지막 주제로 대북 외교전략을 보겠다. 한미군사훈련에 즈음해서 남북통신선을 열었다가 닫고 김여정은 상당히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등 북한의 태도는 조금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아프간 상황에 매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성 김 대표가 들어와서 ‘한반도의 중요한 순간’을 언급하기도 하면서 마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뭔가 다시 작동하는 듯한 느낌도 주었는데, 여기에 대해 살펴보자.

차재원 : 제가 한반도의 화해 협력과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번에 남북통신선이 회복됐다가 다시 차단되는 과정을 보면서는, 다소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삼국시대 제갈량이 맹획을 7번 잡고 7번 놔주면서 남만을 복속시켰던 전법을 7종7금이라 한다. 통신선 회복 문제를 가지고 마음대로 남북관계를 흔드는 것이 북한판 7종7금의 모습으로 비친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남북통신선이 회복되면서 일각에선 상당히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거쳐서 바이든까지 포함한 남북미 간에 뭔가 진전이 있을 거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남북통신선을 회복시켜서 우리한테 엄청난 선택의 짐을 지운데 불과했다. ‘한미군사공동훈련을 할 건가 말 건가’라는 이슈를 던짐으로써 남남갈등 더 나아가서는 한미갈등까지 만드는 상황을 초래했고, 그 상황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우리를 자기들 마음대로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인 내년 3월 쯤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도 있지만, 그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정치적인 동력 자체가 많이 소실됐다고 보인다. 그와 아울러서 사실 미국도 발등에 불로 떨어진 게 북한의 핵문제가 아니다. 당장 아프간 문제가 있고, 코로나19 문제, 중국과의 패권경쟁 등이 있다고 본다면 미국의 대외 정책에 있어서 북한핵은 상당히 뒤로 밀려있다. 성 김이야 자신이 한반도 특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의미부여를 하지만, 미국은 현재 실질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정치적인 힘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은 임기말이고, 앞서 이야기했던 북한의 그런 태도 등으로 인해 국민적 지지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이 현상이 상당 기간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황장수 : 최근에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 그리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이야기를 미국 쪽에 강하게 어필했는데, 성 김이 왔다 가는데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아프간 때문에 관심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래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결의안을 체결하겠다는 부분을 주목해봐야 하는데, 북한이나 미국과 관계 없이 선언적 의미의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 된다.

아프간에서는 미국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미국이 미처 철수도 하기 전에 카불에 탈레반이 입성했다. 8월 31일까지 철수시한인데, 그 과정에 월남전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좋지 않은 그림이 더 나올 수 있다. 바이든한테 이것은 굉장히 치명적이 될 거고, 나이 문제도 있지만 이걸로 인해 사실상 바이든 재선은 어려워질 거라고 본다. 46년 전 베트남에서 겪은 충격을 미국 사람들이 다시 겪고 있는 거다. 2조 달러와 2,500명이 죽고, 우방군 3,500명까지 죽고는 저지경이 돼서 나왔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탈레반과 미국 전쟁의 종결을 보면서 일종의 자신감을 획득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보인다. 그래서 남쪽에서 UN사를 해체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는 쪽에 보다 더 주도적으로 갈 수 있고, 남쪽을 상대로 제한된 규모의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저는 있다고 본다.

홍형식 : 저는 조금 다른 입장인데, 지금 북한은 역으로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보인다. 그런 긴장과 불안이 대남·대미 강경 발언들로 나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은, 전쟁을 그만둔다는 것과는 별개로, 철수하는 모습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바이든이 위기에 몰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놓고 본다면 미군의 전체적인 힘은 동북아로 이동해서 집결하고 있다. 파이브아이즈 영미권 함대를 축으로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전력을 거둬들여 동북아로 이동하는데, 그 타겟이 대만이랑 중국, 한편에서는 북한으로 모아져 들어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북한은 대단히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항공모함 하나만으로도 북한의 공군전력을 압도를 해버리는게 현실적인 차이라면, 불안함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남한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남한은 중재도 못하는데, 엄청난 전력이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오는 사실에 북한으로서는 민감하고 부담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에 더해서 경제문제, 식량문제가 산적해있는 상황은 아주 예민한 반응을 초래하게 되는데,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한반도의 평화 중재자 역할을 못하는 거다. 따라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태에서 다시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양면작전으로 성 김을 파견하고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대선 이후까지 그 긴장관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문제를 대선의 소재로 잘못 활용했다가는 여나 야나 유불리를 섣불리 계산하기도 어렵게 될 거다.

김능구 : 운전자론을 다시 언론에 부각시킨 것은 이준석이다. 최근 이준석 당 대표가 ‘경선 버스를 출발시키려고 했더니 누군가 운전대를 뽑아가고 없더라’라고 말했는데 비유를 잘 든 것 같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운전자론을 이야기했을 때 우리나라의 운전대를 누가 뽑아가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해보는데, 여하튼 문재인 정부로서는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리라고 본다. 문 대통령 본인이 비서실장이었고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그 해, 12월 선거를 두 달 앞둔 10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었다. 그래서 박지원 국정원장도 아마 그 부분에 전력을 기울일 것인데, 이 부분을 풀어가는 핵심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해 갈 것이냐 하는 것이 하나이고, 그것과 상관없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부분으로 좁혀지지 않겠나 싶다.

북이 아프간을 보고서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조심할 수도 있는 양 측면이 다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우리의 어떤 노력보다도 북한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가 볼 때, 현재 미국은 북핵문제에서는 급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딘가에서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한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조정해서 잘 균형잡힌 대북 외교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론 그렇게 가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제 각 대선주자들도 남북관계와 북핵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온 국민들이 함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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