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컷오프, 여론조사 100%→80% 줄이고 당원투표 20% 반영키로
본선에서 여당후보와 붙었을 때의 경쟁력 측정하는 문항 논의 예정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기로 했다. 당초 1차 컷오프를 100% 여론조사로 정하기로 했는데, 이 비중을 80%로 줄이고 20%는 책임당원 투표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국민의힘은 '역선택 논란'과 '정홍원 선관위원장의 사퇴 소동', 역선택 반대 후보들의 '경선 보이콧' 결사항전 등으로 위태롭던 당내 갈등을 겨우 봉합하고, 7일 공약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 버스를 가동하게 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약 7시간 회의를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1차 경선에서는 당원 의사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20%의 당원 투표를 반영하고, 최종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라 여론조사 50%와 당원 50% 비율을 유지하되, 여론조사에서 본선경쟁력을 득점한 비율대로 점수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 7일 정책공약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국민보고회'란 이름의 발표회에서 박진, 박찬주,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장기표, 장성민,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가나다순) 후보 등 12명이 참석한다. 후보자들의 대표 3대 정책공약을 7분씩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며 2분간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기존에 정해진 질문자가 1분간 질문하고, 답변자가 1분간 답을 하는 형식이다.
이어 9~10일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 등 경선 일정이 잡혔다. 이 행사는 오는 15일 1차 컷오프 경선에 앞서 후보 면접관으로 신청한 국민들이 직접 후보들을 공개면접 보는 프로그램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 여론조사에 포함할지 이어져온 갈등 봉합
그간 대선주자들은 경선룰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 것인지를 두고 후보들간 유불리가 갈리면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역선택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본선에서 겨루게 될 경쟁 정당의 상대로 약체 후보가 올라오게끔 투표하는 행위를 뜻한다.
당원의 지지가 높은 윤석열 후보의 경우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 민주당 등 여권 지지층들이 여론조사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최재형, 황교안 후보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다 지난 4일 최 후보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선관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홍준표‧유승민‧하태경 후보는 오히려 여권 지지층들의 관여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 ‘중도 확장성’을 들어 방지 조항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정 위원장은 이 같은 갈등이 봉합된 것은 ‘발상의 전환’ 덕이라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역선택을 놓고 안을 만들다 보니 찬반이 자꾸 엇갈렸다”며 “발상의 전환을 해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얼마나 있느냐’는 시각에서 논의를 진행해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등 대선주자, 선관위 결정 수용 입장 밝혀
이에 대해 후보들은 선관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역선택 방지' 반대 후보들의 경선 보이콧 사태까지 파국으로 치달았던 국민의힘 경선 위기가 가까스로 봉합되었다.
윤석열 후보는 선관위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최종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 애써주신 정홍원 선관위원장님을 비롯한 선관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 룰을 정하는 데 다소 이견이 있었다"면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잘 헤아리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경선 후보들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대결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역선택 재논의' 입장을 밝혔던 정홍원 선관위원장에게 '공정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며 '사퇴'까지 촉구했던 유승민 후보는 결정 직후 SNS를 통해 "선관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한 문장을 남겼다.
윤석열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홍준표 후보도 '역선택 방지'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며 정 선관위원장을 압박했고, 선관위가 배제 결정을 내리자 홍 후보 측은 6일 입장문을 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선관위원 전원의 합의는 존중하겠다”고 역시 짧은 글로 입장을 밝혔다.
최재형 후보는 '역선택 방지 배제'가 결정 전날인 5일 페이스북에 "저희 캠프 역시 역선택 방지를 주장한 바 있으나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이 저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멈추기로 했다"며 "저는 처음부터 당이 정하는 대로 하기로 하고 들어왔다. 그간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하다"고 '역선택 주장' 입장을 철회 했다.
역선택 문제에 말을 아끼던 원희룡 후보도 페이스북에 6일 "선관위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당이 분열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누차 밝힌 것처럼 당헌당규상 경선 관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선관위 결정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며 "이제 룰은 정해졌고, 선수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뿐이다. '누가 이재명과 맞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을 차례"라고 했다.
'역선택 방지'에 반대했던 하태경 후보는 "우려와 염려를 앞세워서 경선을 파행으로 몰고 간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하태경은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경선 일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정홍원 선관위원장 사퇴 소동…유승민 등 공정성 문제제기
선관위 회의 전, 정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 등 경선룰과 관련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당내 반발기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유 후보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기어코 윤석열 후보를 추대하려고 역선택방지를 경선룰에 넣으려는 모양"이라며 "정홍원 선관위원장에게 세 번째 경고한다. 윤석열 후보를 위해 경선룰을 바꾸겠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윤석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가시라"라고 글을 올렸다.
또 지난 5일 ‘공정경선 서약식 및 간담회’에에는 유승민, 홍준표, 하태경, 안상수 후보가 항의의 뜻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4일 설명서를 통해 “절대적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장이 특정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경선 룰 뒤집기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 위원장의 사퇴를 만류했다. 그는 “당 선거 관리의 전권을 부여받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에 다소간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의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지도부의 무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본선 경쟁력’ 측정 방식 두고 후보들간 대립 불씨 남겨
이 대표의 만류에 정 위원장은 예정된 선관위 일정에 복귀했다. 정 위원장은 경선룰 결정이 내려진 후, 향후 본선에서 여당 후보와 붙었을 때의 경쟁력을 반영하도록 문항을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최종 결정 단계인데, 누가 가장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가를 측정해 득점한 비율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선경쟁력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문항은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라면서 "예를 들어 여권 본선 진출 후보와 우리 후보를 1대1로 놓았을 때 어떻게 나오느냐를 측정하는 걸 말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항은 어떤 게 가장 적절한지는 앞으로 여당 경선도 진전이 달라져 가니까 그에 따라 연구해가면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선경쟁력 측정 방식을 두고도 후보들간 유불리에 따라 또다시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갈등 상황은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3차 최종투표에서 여론조사 문항 설계 부분의 경우 구체적인 문항 설계 등을 두고서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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