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파편화 금지 계약' 강제해 사실상 통제
OS미출시 분야도 경쟁제한…3번 심의끝 결론

구글이 5년만에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LLC와 구글 아시아 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개 회사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불공정거래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7월 공정위가 구글코리아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 지 5년여만에 내린 결론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며 "이번 조치로 모바일 OS 및 앱 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로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인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판단했다.

또 제조사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 금지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AFA에 따르면 기기제조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출시하는 모든 스마트 기기에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 구글은 포크용 앱 개발 도구(SDK) 배포를 금지해 다른 앱 생태계 출현 가능성도 차단했다.

기기제조사 입장에선 등록앱 수가 작년 3월기준 287만개에 달하는 플레이스토어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일정 제약이 있음을 알고도 AFA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구글은 제조사가 기기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를 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 승인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여부를 철저히 검증·통제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심의를 하며 구글이 규제당국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했다"며 "일종의 사설 규제당국"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승인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면제기기'로 출시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앱만 탑재할 수 있고 앱마켓, 제3자 개발 앱은 탑재할 수 없어 사실상 '깡통기기' 출시만 가능했다.

공정위는 이에 구글에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기기제조사에 통지해 기존 AFA계약을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할 것을 명령했다. 조치 실효성과 비례의 원칙, 국제 예양 등을 고려해 적용범위는 국내 제조사, 국내 판매분에 한정한 해외 제조사로 했다.

과징금은 2011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앱마켓 수익을 기초로 관련매출액을 계산하고,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되는 부과율로 2.7%를 적용해 산출했다. 마지막 심의가 있던 9월까지의 관련매출액을 더할 경우 과징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이미 출시된 경쟁 상품의 원재료 구입을 방해하거나 유통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구글의 행위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쟁제한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018년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43억유로(약 5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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