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유족 중 안중근 의사와 가장 가까운 유족, 가난과 병치레로 고된 삶 
보훈 수당 월 50여만원에 4인 가족 생활, "보훈정책의 사각지대" 지적

안중근 의사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 별세 (사진=연합뉴스)
▲ 안중근 의사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 별세 (사진=연합뉴스)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가 향년 91세로 29일 별세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의 발인식이 25일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영결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발인식은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의 미사로 진행됐으며 고인의 친인척과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 이종수 연세대 교수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고인은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정근(1885∼1949) 지사의 며느리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안중근·정근·공근 형제의 유족 중 안 의사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여사는 다른 안정근 지사의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가난과 병으로 어려운 삶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여사의 남편인 안진생 씨는 일제강점기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해외에서 지내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 제의로 귀국해 정착했다.

이후 해군에 입대해 장교로 복무하고 1960년대엔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의 대사를 지냈다. 그러던 중 1980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본부 대사 재직 시절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됐고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얻어 1988년 사망했다. 

가족들은 가장의 뇌경색 투병으로 형편이 어려워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여사 측은 집을 기부하겠다는 제안에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한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박 여사의 두 딸과 손녀 등 4인 가족은 수권자인 장녀 안기수(66) 씨가 보훈처에서 매달 받았던 수당 50여만원과 박 여사의 기초연금, 지인들의 도움 외에는 별다른 수입없이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여사는 지난해 낙상 후 건강이 안 좋아졌으며 장녀 안기수 씨는 박 여사를 간호하다가 편찮았던 몸이 더 안 좋아져 지난 3월 별세했다.

가족들은 이날 바로 발인을 하고 고인을 경기 용인공원묘지에 안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박 여사의 남은 딸과 그 손녀도 몸이 아픈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훈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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