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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곱씹기] 그 많던 '샤이 안철수'는 어디로 갔을까?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안철수 지지자들, 그들의 표심은 어디로?


지난 대선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사항 중 하나가 ‘샤이 보수’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치러진 일종의 대통령 보궐선거였기 때문에, 선거 초반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보수정당과 보수 논객을 중심으로 나온 이야기가 ‘샤이 보수’였다. 보수를 지지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보수를 지지한다고 응답하지 못하는 계층이 상당히 많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논리는 대선이 끝난 뒤 말 그대로 ‘뇌피셜’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수는 785만2849이다. 득표율로 환산하면 24.04%에 불과했다. 2012년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577만3128표를 얻은 사실을 상기해보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지지를 철회한 셈이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샤이 보수’가 아닌 ‘샤이 안철수’ 현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99만8342표를 얻어 21.4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10%만 조사되고 있다.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나머지 10%는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안 후보의 실제 지지율을 추정해보면 대략 10%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지지율 10%를 실제 표로 환산해보면 대략 350만 표 가량 된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492만5591표를 얻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가 대선에서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350만 표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 후보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어느 정당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어느 정당과 손을 잡아야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다,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안 후보 지지를 철회한 350만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안 후보의 선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표는 350만 표가 아니라, 700만 여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선택이 대선 막바지 시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카운터 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능성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선회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을 가능성, 마지막 가능성은 무당층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42만3800표를 얻었다. 이 수치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얻은 1469만2632표보다 대략 130만 표가 적은 수치다. 2017년 대선에서 문 후보의 호남득표율도 2012년과 비교해서 상당히 떨어진다. 2012년 대선에서 문 후보는 호남에서 90%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2017년 대선에서는 6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보수정당에 표를 던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맹목적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호남에도 30%가량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는 코트테일효과(coattail effect)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중도 성향의 호남 유권자들이 진보 정당에 대한 염증을 느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히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호남에서 대략 60%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의 대선 완주는 이 후보에게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호남 득표율이 60% 내외에 그친 것처럼, 이 후보의 호남 득표율이 60%대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의 호남 구애 전략은 ‘헛발질’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탈이념’ ‘실용주의’ 등의 성향을 보인단는 점을 감안 할 때, 이 후보의 호남 구애 전략에서 탈이념, 실용주의 노선이 뚜렷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후보와 관련한 항목을 보면 또 다른 재미난 특징이 나타나는데,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상에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5%내외이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0% 내외다. 중도 지향의 유권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가량이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바라거나, 정권교체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을 지지하지만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정권교체’에 더 공감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사항들을 모두 고려해보면, 호남의 안철수 지지층은 관망으로 돌아섰고, 영남 또는 타 지역의 안철수 지지층은 보수에 대한 전략적 투표계층과 무당층으로 분리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추론이기에 ‘데이터’로 입증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이다. ‘샤이 안철수’ 유권자들에 대한 추적 조사 없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 모두 정교한 전략과 전술을 입안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 국민의당 또한 정교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정확한 주판알을 튕길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추적 조사 결과가 있어야, 어느 정당과 단일화를 했을 때 이익이 극대화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샤이 안철수’에 대한 갈증은 과연 어느 정당이 더 느끼고 있을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민주당이 샤이 안철수에 대한 갈증을 더 강하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후보와 정당이 그런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경환 기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팩트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팩트와 데이터에 기반한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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