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이사 3명 모두 교체,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60대 '3인 수뇌부'→50대 후반 투톱으로…성과주의-세대교체 인사 단행 해석
기술융합 흐름 맞춰 소비자가전-IT모바일 통합…DS·세트부문 체제로 재편

왼쪽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SET(통합) 부문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 부문장. (사진=연합뉴스)
▲ 왼쪽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SET(통합) 부문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 부문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2인의 투톱 체제로 바뀐다. 

삼성전자가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7일 단행하고 김기남 반도체 부문 부회장을 비롯한 김현석(소비자가전)·고동진(스마트폰) 대표 등 기존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 TV사업부를 이끌던 한종희 사장을 새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10년간 유지해왔던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부문 체제를 급격한 기술융합 흐름에 맞춰 DS와 세트(CE·IM) 2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이에 따라 CE(소비자가전)부문과 IM(IT·모바일)부문은 세트 부문으로 통합, 한종희 사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또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대표에는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를 선임했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이사로 선임된다.

삼성전자가 CE부문과 IM부문을 통합하는 것은 2011년 말 조직개편에서 TV와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트 부문을 CE와 IM부문으로 분리한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가전과 스마트폰 등의 연결성이 부각되면서 두 사업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키우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 (사진=연합뉴스)

IM과 CE 부문은 한 부회장이, DS 부문은 경 사장이 총괄하는 '투톱 체제'가 사업뿐만 아니라 인사, 유연한 조직 문화 등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TV 부문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이라며 “TV·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을 총괄해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융합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원)인 반도체 부문 수장에 오른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D램·낸드플래시·메모리 설루션(소프트웨어) 등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부터 삼성전기 사장을 맡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소통을 확대하고 새 인사제도를 정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존 사업부문 대표는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DS부문을 이끌어온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김 신임 회장은 경영이나 현업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경륜,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기술 개발에 대해 조언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에서 총수 일가를 제외한 회장 승진은 김 회장이 8번째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파격적인 인사 조치는 최근 미국 출장에서 돌아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글로벌 산업 재편이 가속화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온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세트부문 통합 결정 자체가 갤럭시 신화로 이어졌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2011년 CE·IM 분리 결정을 되돌리는 조치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무선사업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전날 중동 출장을 떠나기 전까지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애플을 겨냥한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 부문의 비스포크 콘셉트를 스마트폰에 이식한 제품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삼성 제품의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애플 생태계 따라잡기에 나섰다. 애플은 기기간 연결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제품 생태계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으로 꼽힌다. 한 부회장은 올초부터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과 삼성 생태계 구축을 위한 회의를 꾸준히 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역대급 매출을 거둔데다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대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기존 3인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사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반도체는 메모리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 미국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결국 '이재용표 뉴삼성'의 도약을 위해서는 조직과 인사 양대 부문에서 모두 쇄신과 파격이 필요하다고 판단,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로 집약되는 인사교체가 단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밖에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세트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박학규 반도체 부문 경영지원실장이 맡는다. 삼성전자 북미총괄 최경식 부사장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박용인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법무실 송무팀장 김수목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트 부문 법무실장을 맡는다. 또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어온 강인엽 사장은 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CFO인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임 전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에는 반도체 개발 전문가인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됐고, 남궁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장(사장)은 에스원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6일 오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6일 오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번 인사에서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계속 부회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중인데다 취업제한 논란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더 부회장 직함으로 그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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