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지지율 10%대 근접…'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국민 피로·실망감 반영
지지율 '휘청' 尹, 후보교체론까지…이탈 보수층 상당수 安으로 넘어가
安 혹평하던 김종인도 "일정 부분 도움될 것" 단일화 긍정 평가
李, 통합정부론 띄우며 '야권 단일화' 방어…송영길은 연대 제안
安 "제가 정권교체해 더 좋은 대한민국" 단일화 가능성 일축
전문가 "安, 촉매제 역할…어떤 식으로든 대선에 영향 미칠 것"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역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 아이콘'으로 선거 판도를 바꿨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단일화'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해 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안철수-문재인의 후보단일화 추진 중 중도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와 단일화가 성사됨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탄생됐다. 또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해 오 후보를 당선시켜 10년만에 서울의 정권교체를 해내는데 성공했다.
그가 단일화로 손잡은 후보는 모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역대 선거에서 입증된 만큼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이번 대선에서도 그 진가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내걸고 대선출마를 했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단일화 성사도 '정권교체'를 위한 결정이었다. 때문에 그동안은 국민의힘과 범야권단일화 가능성을 전망했으나 그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민주당도 안 후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대에 근접했다. 안 후보는 그간 제3지대에서 5%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높아지는 안 후보 몸값에 일각에선 그가 내년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여야는 안 후보를 연대·연합 대상으로 점찍어 놓고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단일화를 비롯한 연대·연합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선 완주'를 목표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월 27~28일 실시한 차기 대선 4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9.3%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20~21일) 조사와 비교하면 1.8% 상승해 10%선에 근접한 것이다.
또한 한길리서치가 지난 12월 25~27일 차기 대선 야권후보 단일화 조사결과 윤석열 후보 35.0%, 안철수 후보 21.4%를 기록, 안 후보의 단일화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단일화 평균 찬성 여론이 45.5%로 반대(39.6%)보다 높았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80% 이상이 단일화에 찬성했다.
한길리서치의 같은 조사에서 여야 대선후보 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 56.6%, ‘필요없다’ 36.4%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후보교체 필요에 70.4%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연이어 보도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간 날선 공방과, 양측 후보의 가족 리스크 등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민들이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을 느끼면서, 안 후보가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 민심을 흡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층 공유' 윤석열에 타격…혹평했던 김종인도 '단일화' 긍정 평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보수층을 공유하는 윤 후보 입장에선 적지 않은 타격이다. 특히 윤 후보를 이탈한 2030세대가 대거 안 후보에게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윤 후보(9.5%)의 2배 가까운 18.9%를 기록했다.
여기에 보수 진영에선 당장 국민의힘 '후보 교체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 친박 인사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다 선수 교체가 맞다고 본다. 양쪽 후보 모두 50% 이상이 교체하라는 것 아니냐"며 "신년에 홍준표 전 대표나 여러 사람을 만나볼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고, 윤 후보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과거 국정농단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70.4%가 후보 교체를 바라는 응답이 높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은 이미 안철수 후보를 연합 대상으로 선정,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안 후보의 측근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른바 '안철수계'로 알려진 김 교수는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안 후보를 도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뉴스1과 인터뷰에서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면서도 "(윤석열 후보와 안 후보가 합치는 것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에 대해 혹평으로 일관했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날 대구·경북(TK)을 방문한 윤 후보도 안 후보에 대해 "한국 정치 발전에 역할을 많이 해오셨고 상당히 비중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며 "저와 안 후보는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은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송영길 연일 '러브콜'…안철수와 연대 가능성 열어둔 이재명
이 같은 상황에 이재명 후보는 통합정부론을 띄우며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방어에 나섰다. 이 후보는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진영과 무관한 실용내각과 책임총리제 실현 의지를 밝히며 "일종의 협치 체제, 크게 말하면 통합정부 이런 것들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지만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안 후보의 야권 합류는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에도 안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 "가급적 협력하는 틀을 만들어내는 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데펴는 안 후보를 향한 연대의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송 대표는 연일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분"이라고 안 후보를 추켜세우며 손을 내밀었다. 송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는 데 같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생각이 유사하면 합해서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며 "안 후보의) 노(NO)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새해 메시지를 통해 국민통합의 미래를 제안할 것"이라며 "대연정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계실 때 제1야당과의 대연정은 맞지 않는다. 나머지 분들과 유사한 정책적 연대를 통한 연정이나 통합정부를 구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작 안철수는 "당선되기 위해 나왔다" 단일화·연대 선 그어
그러나 안 후보는 지지율 상승을 바탕으로 후보 단일화에 또 다시 선을 그으며 독자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강북구 수유 재래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단일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당선되기 위해 나왔다. 제가 정권교체 해서 반드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29일에도 연대를 제안하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 "헛된 꿈 꾸지 말라"면서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고려도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제가 출마한 이유는 당선되기 위해 나왔고 정권교체를 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권은희 원내대표도 최근 페이스북에 안 후보와 이 후보의 '연합'을 거론한 송 대표의 인터뷰를 첨부하며 "부도덕·부패 연루 의혹에 갇힌 이재명 후보의 자력갱생이 어려우니 이런 달콤한 헛꿈을 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문가 "대선 승리 위한 중요한 촉매제 역할 할 수도"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든 안 후보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연정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안 후보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사실 제 3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독자적인 정치적 힘은 없다고 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폴리뉴스 좌담회>에서 "양(민주당, 국민의힘) 후보가 지루하게 박빙 상황으로 간다면 야당에서는 '후보 단일화' 문제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지난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그 폭발력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카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소장은 "그런데 처음에는 단일화로 나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되면, 즉 윤 후보가 계속 문제가 되는 쪽으로 가면 그때 가선 '(후보)교체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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