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수위 권영세‧원희룡‧윤한홍 외교부‧국방부 청사 현장답사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법'도 조속 처리
민주당 “용산에 군사시설 다수, 국방 안보에 문제 발생할 것”
국민의힘 “제왕적 대통령 시대 끝내고 국민 속으로 가려는 것”
박주선‧임태희 “이전 시기 변경할 수도…시급한 일 아니다”

18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
▲ 18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는 취지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검토하는 중에, 어느 곳으로 옮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 현판식과 공식 출범을 한 18일 하루종일 모든 관심은 차기 정부 국정과제가 아닌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쏠려버렸다.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후보군이 압축됐다가, 이중 국방부로 옮기는 방안이 윤 당선인의 의중에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초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미이행했다는 지적과 '졸속 이전' 문제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통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내부에서도 집무실 이전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라며 ‘속도조절론’이 제기돼 이전 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인수위 공식 출범 첫날인 18일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취재진 공지를 통해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윤한홍 청와대 이전 TF팀장을 비롯, 외교안보·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들이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를 현장답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들의 종합적 의견을 듣고 청와대 이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속도감있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의 인수위 보고서에 의하면, 외교부 이전 비용은 1000억으로 국방부 이전 비용 500억에 2배에 달한다. 

한편, 윤 당선인은 국방부 및 외교부 청사로 청와대 이전 검토 뿐만아니라 대선 공약인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도 빠른 시일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현판식을 마친 뒤 오찬하는 자리에서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자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전했다.

정 부의장은 “오늘 오찬자리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오는 6월1일 지방선거 전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법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윤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지방자치를 더욱 강화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고, 지역 균형발전을 역점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 김은혜 “봄꽃 지기 전 국민께 청와대 돌려드릴 것”

앞서 이날 오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봄꽃이 지기 전에 국민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께 힘이 되는 대통령으로서 이전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세부적인 문제에 들어갈 때는 국민 한 분이라도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한 분이라도 더 만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조정에 들어가다 보니 더 고심하게 되고,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부지가 어디가 되든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을 어느 공약보다 우선순위에 두며 당선인 직속으로 청와대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 총괄역에 최측근인 윤한홍 의원을 임명했다.

윤 당선인이 특히 국방부 신청사를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군 시설 내 있어 도청‧감청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사시 청사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사용할 수 있다. 또 2대의 헬기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도 갖추고 있다. 이전 비용 측면에서 외교부 청사보다 유리하기도 하다.

반면 집무실을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면 국방부 주변 지역에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어 전력자산이 분산되는 등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시민들과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정부서울청사와 떨어진 거리라 업무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신청사를 리모델링하려면 1000여 명의 직원이 1∼2주 안에 이사를 해야 한다.

■ 민주당 “국방 안보에 문제 발생…우선순위 분간 못해”

국방부 청사 모습...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에 국방부가 청사가 더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
▲ 국방부 청사 모습...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에 국방부가 청사가 더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

더불어민주당은 집무실 국방부 이전에 안보와 비용 문제를 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용산 지역에 군사시설들이 많이 있고 국방부만 있는 게 아니라 합참도 있고 경비부대, 사이버사령부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 국방 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우리 대통령이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꼭 가야겠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청사 이전’ 방안에 대해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방부 부지는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 내에는 고도의 전략자산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 이전하려면 수천억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며 "코로나로 민생이 위기인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데 그게 집무실 이전이냐, 즉 살 집이라든지 책상을 어디 둘 것이냐는 게 그리 중요하겠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의원 일동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 이전으로 야기될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들은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현재 국방부 내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는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와,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일부 부대에서는 갑작스런 부대 이전 준비로 야근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협이 가중되어 대비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어 “국방부는 군사시설로 지정되어 전면적인 개방이 제한되는 지역이다. 국방부 주변 고층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동시에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따라야 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의 기본권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현재 청와대 주변지역은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의 건축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용산지역개발계획과 재건축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며 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윤석열 정부가 5월10일이면 출범을 할 텐데 일의 우선순위를 좀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산불 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됐는데 이 부분도 챙겨야 되고, 코로나 위기 극복에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내야 되는 일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또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참모들한테 둘러싸여 민심으로부터 동떨어져 고립돼 있다는 것, 그다음에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틀어쥐고 앉아서 결정을 다 해버리니까 이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핵심"이라며 "이게 청와대를 옮기면 해결될 문제냐, 도서관에서 공부 안 된다고 독서실로 옮기겠다는 경우"라고 쏘아붙였다.

■ 국민의힘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 시대 끝내려는 것”

18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인수위원들은 국방부 청사 방문에 앞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외교부 청사를 방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
▲ 18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인수위원들은 국방부 청사 방문에 앞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외교부 청사를 방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

민주당의 집단 총공세에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안에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해 집무실 이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집무실 후보군 선정에 대해 "아직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더 집중하는 구조", "비서동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시간 소요" 등을 들어 집무실 이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전 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급적 최소한으로 절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떤 식이든 국민 소통과 함께하는 대통령실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최우선 가치를 국민에 두고 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판한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향해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 선거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시나"라며 "용산이 '오욕의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싸잡아서 비하하신 거라면 당장 용산 주민들에게 사과하라. 애초에 청와대 부지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청와대의 가장 큰 이미지가 군림하는 대통령 이미지가 강하잖나. 고립된 대통령 환경이고 청와대에서 나온다는 당선자의 판단은 잘한 거 같다"며 "청와대 시대를 끝낸다,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국민 속의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당선자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나오자는 것에 저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구중궁궐을 넘어서서 근무환경이나 모든 것이 그렇게 되어 있고, 청와대를 처음 만들 때 조선시대 궁궐과 같은 모습과 구조로 만들어가다 보니까 이게 왕조시대처럼 그렇게 굴러가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 인수위 내 시기조절론 나와…“시기 변경 예견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수위 내부에서도 시급한 일은 아니라며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박주선 당선자 취임식 준비위원장은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기가 좀 유연하게 조정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면서 “어차피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진다 할지라도 내부 고치고 손 봐야 할 것도 있고 그러지 않겠나. 또 구조도 변경을 하고 그러려면 그런 상황도 예견이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미뤄지는 걸 가지고 ‘왜 이렇게 공약을 안 지켰느냐, 약속을 안 지켰느냐’ 이런 얘기를 하겠냐”고 덧붙였다.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특별고문도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 상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고문은 “산불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 비상대책회의까지 해가면서 비상하게 대응했던 코로나, 그로 인해 피해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민생이 시급하다”며 “국제적인 환경 변화까지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을) 시한을 정해놓고 하기 보다는 우선순위를 점검해가면서 해야 한다”며 “청와대 근무하는 분들도 일반 시민들과 외부에서 의견을 주는 분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에 가깝게 나오려는 의지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는 장소적인 문제보다 자세나 시스템 운영, 경호 자세가 영향을 많이 준다”며 “집무실을 이전하더라도 이런 부분의 개선과 노력은 반드시 병행돼야지, 그게 뒤따르지 않으면 ‘장소만 옮겼지 불통’이라는 소리가 여전히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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