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4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4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 "저는 '하방'을 결심했다", "10년전 경남지사로 '하방'할 때보다 한결 맘이 편한 느낌이다", "'하방'을 하더라도 TV홍카콜라와 청년의꿈은 계속할 것"이라며 '하방(下放)'을 선포했다. 

이를 정계에서는 홍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홍 의원은 자기 삶의 스타일을 두고 '도꾸다이'라고 자주 자평한다. 일본말 도꾸다이는 '홀로 싸우는 싸움꾼'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일명 '모래시계' 검사시절이 딱 그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치란 '여럿이 함께' 어울려 협잡(?) 또는 협치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홍 의원의 정치 활동에는 늘 '도꾸다이의 파열음'이 쟁쟁거린다.  전 경상남도 도지사 시절을 소환해봐도 알 수 있다. 당대표도 맡았지만 여지껏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 대통령선거 도전 2연패 또한 그의 '도꾸다이 행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하방'이란 뭔가? 단순히 말하면 '밑바닥에서 빡빡 기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개고생'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하방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 공산당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관료화되는 걸 막기 위한 일종의 정풍, 정화운동이다. 

중국 관료들은 일정한 기간, 의무적으로 농촌, 어촌, 탄광, 산간벽지, 공장 등 산업현장에서 '막노동'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라는 뜻이다. 민중들의 아픔을 현장에서 함께 느껴보라는 뜻이다. 1957년 정풍운동에서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기'를 떠올리면 되겠다. 

시진핑에게도 중국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하방'의 경험은 특별했다. 물론 아버지 시종쉰의 유배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민과 동화된 삶을 살았다. 모택동의 '대약진운동'이 시작됐다.  

1958년부터 1960년까지 인민의 먹거리, 곡물 생산과 산업 개발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집집마다 쇠붙이 솥과 그릇, 숟가락까지 공출해갔다. 하여 밥 지을 솥이 사라지자 농가의 부엌이 사라졌다. 대신 '인민공사대식당'에 모여 끼니를 해결했다. 그리고 (집단농장)농토에는 참새가 사라졌다(초근목피로 견뎌야했던 인민들에게 들판의 참새는 엄청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가 들판의 알곡을 모두 갉아먹어버렸다(펄벅의 대지에도 메뚜기떼의 침공이 잘 묘사돼 있다) 자연의 순환고리가 끊어졌다. 메뚜기떼의 출현,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대흉년이 덮쳤다. 밥 지을 곡식도, 밥 지을 부엌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기근이 덮쳤다. 중국 인민 4000만 명이 아사했다.

이때 시진핑의 나이 15세였다. 아버지의 고향, 섬서성 농촌에서 강제노역을 하면서 초근목피로 목숨을 버티다 못해 북경으로 도망쳤다. 나중에 시진핑 어머니의 설득으로 자수하기는 했지만, 농촌을 벗어났다고 해서 노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시진핑은 하수관 매설 노동을 했다. 시 주석은 지금도 북경 도심을 걸어다니면 수도관 위치를 다 안다고 말할 정도다. 

시 주석은 이 고난의 과정에서 도망친 자신을 크게 반성하고 "비겁한 삶을 사느니 다시 도전하겠다"며 '하방'을 선포한다. 섬서성 연천으로 가서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그리고 "최말단 농민들과 같이 살겠다, 민중의 바다에서 헤엄치지 못하면 난 죽는다"는 각오로 7년을 버텼다.

훗날 시 주석은 이때를 회고하며 "그때 나는 무엇이 실질적 일이고 누구를 민중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며 "하방 7년이 나를 키웠다"고 고백했다. 

'하방'으로의 진격... 고난의 행군이 현 시진핑 주석을 세계의 중심,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의 위치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된 것이다. 

2022년 봄, 대한민국이 리더십 선출로 온통 뜨겁다. '낙방'한 자들이 많을 것이다. 낙방으로 '낙망'한 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낙방'의 깊은 이유는 진정한 '하방의 세월'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3월9일이 지났다. 그리고 6월1일이 곧 온다. '낙방'이 오고 '하방'도 올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 대구시장 출마선언이 '하방'인가...? 누구를 위한 하방인가...?  바이러스 속으로~ 재난 속으로~ 가난 속으로~ 불평등 속으로~ 차별 속으로~ 누가 먼저 달려가고 있는가? 

이제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그저 주어지는 봄은 없다.  진정한 '하방(下放)'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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