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궁·춘추관 인근에 출입구 생겨…대통문 거쳐 창의문·숙정문 연결
삼청동 주민 "섭섭함·기대감 공존"…문정희 시인 창작시 낭독

     청와대 권역이 10일 시민 품으로 돌아오면서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인 명승 백악산(북악산)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 완전히 개방됐다.

    1968년 1월 남파 무장공작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으로 한양도성을 이루는 네 산 중 도심에서 보이는 북쪽 백악산과 서쪽 인왕산은 한동안 일반인이 오를 수 없었다.

    인왕산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대부분 개방됐고, 백악산은 노무현 정부가 개방을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이날 오전 6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인근 주민 약 160명을 초청해 조촐한 개방 기념행사를 열었다.

    백경순 삼청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대통령이 떠나는 것은 서운하지만, 이로 인해 여러 규제가 사라지면 좋을 것 같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역 상권이 침체했는데, 백악산과 청와대 개방으로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규 한국문화재재단 해설사는 "백악산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지만, 상당수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나오는 대은암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정희 시인은 '여기 길 하나가 일어서고 있다'라는 창작시를 낭독했다. 그는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 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 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 상징처럼 돌아와/ 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읊었다.

    이어 오전 7시께 주민들이 북소리를 들으며 일제히 춘추관을 통과해 백악산 쪽으로 걸었다. 담장과 철책 사이에 난 길은 상당히 가파른 편이었다.

    새롭게 문이 열린 백악산 등산로 기점은 청와대 권역 동쪽 춘추관과 서쪽 칠궁 근처에 각각 있다. 길은 백악정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백악정부터는 이전까지 굳게 닫혀 있었던 대통문,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를 잇는 짧은 순환 코스를 걸어볼 수 있다.

    대통문을 빠져나가면 만세동방을 거쳐 청운대 쉼터까지 이동하게 된다. 청운대 쉼터에서 서쪽으로 가면 창의문이 나오고, 동쪽에는 한양도성 북문인 숙정문이 있다.

    백악산에는 한양도성 축성의 시작점인 백악마루, 촛대를 닮은 높이 13m 바위인 촛대바위, 1950년대 한 스님이 절을 세우려 했던 법흥사 터 등이 있다.

    칠궁이나 춘추관 부근에서 창의문까지 걷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숙정문까지는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백악산은 숙정문 관람이 2005년 9월 허용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졌고, 2007년 4월 5일부터 한양도성 백악산 구간 4.3㎞를 오갈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일부 구역만 통행할 수 있었던 백악산의 나머지 지역을 순차적으로 개방했다. 백악산 성곽과 북악스카이웨이 사이 북측 구간을 2020년 11월 공개한 데 이어 퇴임을 한 달 남짓 앞둔 지난달 6일 남측 구간 산행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삼청공원 인근 삼청안내소에서 백악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 새로운 명소가 됐다.

    백악산이 개방된다고 해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이어서 드론 비행과 촬영은 금지되고, 흡연과 음주도 할 수 없다. 개방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며, 5∼8월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산할 수 있다.

    또 청와대 개방 행사 기간인 22일까지는 춘추관으로 다닐 수 없고, 금융연수원 인근 출입구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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