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블랙리스트' 재판, 행정부시장 증언, "오거돈 당선인이 '시키는 대로 해라' 압박"
당시 기획관리실장 이병진 현 부산시 행정부시장 증언, "오 전 시장 당선인 비서실장과 부실장이 공공기관 임직원 일괄 사퇴 요구". "오거돈 당선인이 전화해 '시키는 대로 하라'며 호통쳐..."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이 8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공공기관 임직원 사표 종용 사건(일명, 부산판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판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이 8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공공기관 임직원 사표 종용 사건(일명, 부산판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판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당선 초기인 2018년 7월 1일을 전후해 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직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위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이병진 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이 취임 전 자신에게 전화를 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라'고 호통을 치는 등 공공기관 임직원 사직 종용과 관련해 압박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김태업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이 행정부시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당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인사 등을 총괄하는 기획관리실장이던 이 부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한 검찰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했다.

이 부시장은 "오 전 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된 직후 최측근이던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특보와 신진구 전 대외협력보좌관이 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선인 비서실장과 부실장이던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이 전화와 구두상으로 수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임직원의 일괄사퇴를 받으라"고 종용했다는 증언이다.

이 부시장은 "인수위 측으로부터 공공기관장 일괄사퇴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며 "당선인 비서실장과 부실장으로부터 (시장) 취임 전까지 사직서를 받으라는 말을 유선과 현장에서 들었다"고 밝혀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선인 신분이던 오 전 시장도 이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부시장은 "전화를 받으니 (시장께서) 다짜고짜 '똑바로 안 하냐? 시키는 대로 안 해? 니가 없어도 부산시는 돌아간다. 기획관리실장 자리 없앨까?'라며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행정전문가로 자부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발탁으로 전략공천을 받은 오 전 시장의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이어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주말이었는데, (시장께서) 호통을 치니 나도 모르게 크게 대답을 해 그 소리를 들은 아내가 놀라서 뛰어오기도 했다"고 말해 억압적인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의 강압적인 사퇴 압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부시장은 "'시장 권한에 속하는 사항들만 사직을 받고 나머지 권한이 아닌 것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서 했다"며 "하지만, 박 특보가 '그거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기획실장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당선 직후 정무라인들로부터 심한 모멸을 당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날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 오 전 시장은 혐의를 부인했고,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공공기관 임원 사표와 관련한 직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일부 기관장의 경우 시장 취임 전 사직서를 제출해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시장에 이어 당시 사직서를 제출한 공공기관 임직원과 관련 공무원 등 10여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정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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