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가는데 바다의 생물자원은 생명 유지의 기본이 되니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은 ‘물’이다. 최근에는 저수지를 조성한다든지, 육지에서 송수관을 연결하여 물을 보급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물 존재 여부에 따라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인도와 무인도가 결정되었다.

어족자원이 풍부해도 고기를 잡을 방안이 없다면 난감할 것이고, 물이 넘쳐도 담을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면 더욱 곤란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섬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전통지식은 ‘돌의 사용’이다.

첫째, 민물과 썰물의 드나듦인 조차(潮差)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방법인 ‘돌살(독살)’이다. 한자로 석방렴(石防簾)이라 하는 이 원시적인 어업방식은 물이 들어올 때 함께 들어오는 물고기들을 잡으려는 방안으로 쌓인 돌은 마치 그물의 역할을 한다. 쌓인 돌의 모양새는 다양하지만, 민물 때 물고기를 유인하여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독살을 이용하는 원시 어업은 우리나라 서해, 서남해 각지에서 사용되었고, 일본, 베트남, 대만, 영국, 인도네시아, 북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칠레 등 세계 각지에서도 찾을 수 있어서 거의 전 세계 어민들의 전통적인 고대어업의 공통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石干見(이시히비, stone tidal weir)라고 하여 오키나와를 비롯하여 서일본 해안에서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원시 어업방식은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간헐적으로 어촌체험마을에서 그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신안군 자은면 독살(2017년 촬영)
▲ 신안군 자은면 독살(2017년 촬영)

두 번째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길, 즉 노두(路頭, 징검다리)이다. 우리나라 바다는 조차가 크고 물때를 잘 맞추면 드러난 갯벌을 메울 수도 있고, 또 돌을 쌓아서 길을 낼 수 있다. 갯벌이 많이 분포하는 전남 신안군 섬에는 돌을 정성스럽게 쌓아서 길을 놓은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암태면 추포도, 증도면 화도리 등에는 과거 노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젠 이러한 원시적 징검다리, 노두를 대신하여 연도교가 건설되고 있다.

신안군 증도 노두(2005년 촬영)
▲ 신안군 증도 노두(2005년 촬영)

세 번째는 우실이다. 민속학자 최덕원교수에 의하면, 우실은 우리말로 ‘울실(鬱室)’이라 하고, 마을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말한다고 했다. ‘우실’은 지역에 따라서 우슬, 우술, 마을 돌담, 돌담장, 당산거리, 방풍림, 방조림, 정자나무거리, 노거수림으로 불린다(최덕원. 1989. 우실의信仰考. 한국민속학). 우실은 마을 출입구에 나무를 심거나 토담, 혹은 돌담 형태로 축조하여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 집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에 전통지식으로 창안된 우실은 최근 현대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온 조절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돌을 겹쳐 쌓은 우실은 특히 기온을 조절하기도 하고, 방풍의 효과도 있어서 안전한 마을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신안군 비금도 내월우실, 암태면 신석리와 송곡리 우실, 진도군 관매도 관호마을 우실 등 다양한 형태의 우실이 있다. 개발로 사라졌던 우실이 최근 어촌마을의 미적 풍경과 정서적, 풍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관 요소로 다시 자리 잡고 있다.

신안군 내월우실(2009년 촬영)
▲ 신안군 내월우실(2009년 촬영)

끝으로, 돌담이 있다. 돌로 쌓은 담, 울타리를 말하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돌담이다. 그러나, 억센 해풍을 막아내고, 집안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돌을 쌓는 방법부터, 쌓인 돌의 조밀함까지 면밀하게 계산하면서 축조를 해야 무너짐이 없이 오랫동안 보전한다. 신안군 14개면의 돌담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쌓은 방법도 다르지만, 섬마다 돌의 색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강암, 퇴적암, 철분이 많은 돌, 역암 등 돌의 재질에 따라서 돌을 쪼갠 방식이나 축조 방식이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려서 불안하지만, 그러한 구멍을 통해 바람의 양을 조절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생물의 서식처, 즉 비오톱의 역할도 수행한다.

완도군 여서도 돌담(2017년 촬영)
▲ 완도군 여서도 돌담(2017년 촬영)

섬이 개방되고,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관광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섬의 원초적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러한 전통경관은 사라지고 있다. 노두는 연도교로 대체되고, 돌담으로 둘러싸였던 가옥들은 현대식으로 개조되고 있으며, 독살은 이름조차 기억을 못 하는 섬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섬의 돌 문화는 우리나라 섬 고유의 전통지식만은 아니고, 전 세계 섬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지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남겨줄 ‘섬의 지식문화’는 무엇일까, 변화하는 생태문화 지식에서 그 원초적 단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홍선기 교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과 교수(생태학 전공). 도서문화연구원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 섬생태문화다양성 연구분야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유인도와 무인도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조사와 연구, 생물문화다양성 이론 개발을 해 오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섬 생태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도서연안의 생물문화다양성과 생태가치』, 『島嶼学』, 『섬 생태계 : 자연과 인간의 공생경관』, 『海人의 世界』 등 국내외 다수의 저역서와 논문이 있다. 세계생태학회(INTECOL) 상임이사와 세계지리학회 섬 위원회(IGU-COI) 위원, 목포대학교 SCOPUS 국제학술지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