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왜 입에 미군 철수 달고 사냐' 묻자 ‘국내 정치용’이라고 해"
"北, 중·러·일 불신, 코리아 패싱하고 미국과 직거래 하고 싶어해"
"난방비 두 배 나와, 윤 대통령 이러다 큰 일 난다"
나경원 불출마 "윤석열 당 만들려 칼질...유승민 출마해야"
이재명 검찰 출석 "잘 한 것, 비명 계파 모임? 정신 못 차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라디오 출연해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사진=SBS ‘김태현의 정치쇼’ 캡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라디오 출연해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사진=SBS ‘김태현의 정치쇼’ 캡처]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을 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한테 그랬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출간된 '한 치도 물러서지 마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2018년 3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자신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면서 “’중국을 굉장히 불신하고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원하고 있다’ 이 말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전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한 말”이라며 “(김정은 발언과) 똑같다. 당시 제가 옆에서 들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이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야 됩니다’라고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굉장히 불신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높았다”고 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

박지원 전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러면 왜 그렇게 입에 미군 철수를 달고 삽니까?’ 그랬더니 김정일 전 위원장이 씩 웃으면서 ‘국내 정치용입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며 “그래서 이걸 보면 김일성 주석이 내려준 유훈을 김정일도, 김정은도 이행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박 전 원장은 "대통령의 지시로 김정일 전 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봤을 때도 대답은 똑같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중국을 불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일이 중국, 러시아, 일본은 항상 우리 한국을 가져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김정일이) 굉장히 중국, 러시아, 일본을 불신한다”고 회상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또 “폼페이오 전 장관을 국정원장 때 만났다”며 “만나서 폼페이오 당신이 김정은을 제일 오랫동안 서방세계에서 만나서 얘기해 봤고, 내가 김정일을 가장 오랫동안 얘기해 본 사람인데 그 부자 간의 성격을 한번 비교해 보자고 해서 토론을 해 보니까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똑같았다”라고 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김정일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솔직하고 구김살 없이 일을 하는데, 김정은은 자기 아버지하고는 달리 굉장히 냉철하고 조직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라며 “훨씬 차갑다. 김정일은 우리에게 비료도 달라, 쌀도 달라, 뭐든지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지만 김정은은 중국한테도, 미국한테도, 우리나라한테도 뭘 도와달라는 이런 소리를 절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하고 똑같이 강대강으로 가면 결국 전쟁밖에 없다"며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미국처럼 처리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미 국무성이나 백악관 NSC에서는 똑같이 '규탄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을 침범하지 않는다.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 대화 테이블로 나와라'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같이 타격하겠다' 하면서도 뻥뻥 당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6월 북미 판문점 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는 폼페이오 전 장관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은 항상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박 전 원장은 "북한은 미국과 직거래를 하려고 하지 한국을 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코리아 패싱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하려고 한 거다”며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난방비 이슈도 언급했다.

그는 "난방비가 두 배 나왔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미 걸프전에서 승리해서 90% 지지받았지만 경제가 나빠서 아칸소의 무명의 클린턴 주지사한테 대통령 뺏겼다. 윤석열 대통령 이러다 큰일난다"고 경고했다.

"尹, 이준석·유승민·나경원 차례대로 저격...내년 승리 기약 못해"

박 전 원장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비롯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 전반에 의견도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엄포에 나 전 의원이 꽁꽁 얼어붙어 버린 것 같다. 도망쳐 버린 것"이라며 "그러나 거기에 가시는 하나 넣어 놓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무서운 분이다. 어떻게 당내 민주주의도 안 지키나. 북한식으로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안 된다, 당원들만 결선투표. 이런 걸로 하더니 전국적으로 보면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을 차례대로 저격시켜 버린다"며 "국민의힘이 민주정당인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승리를 위해서, 윤석열 당을 만들기 위해서 칼질을 하는 것은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이 결코 역사적으로 평가받지 못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맹비난했다.

박 전 원장은 "민심을 가진 유승민, 당심을 가진 나경원을 제거시킴으로써 윤심을 작용시켜서 내년 총선에 완전히 공천을 윤석열 대통령이 장악하겠다는 포석이 지금부터 시작됐다. 칼질이 시작됐다"며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 전 원장은 "그래서 윤핵관들이 나서서 저렇게 칼춤을 추는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는 어떤 강한 권력도 민심을 따라갈 수 없다. 경제는 시장을 못 이긴다. 국민을 얕보고 저런 행동을 하는 건 결코 윤 대통령의 내년 승리를 기약하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또 박 전 원장은 나 전 의원이 불출마로 손해만 많이 봤을 것이라며 "사람 손은 둘인데 떡을 셋 잡으려다 셋 다 놓쳐 버린 격"이라고 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공천을 받으려면) 윤비어천가를 불러대면서 사랑을 고백해야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힘 전당대회 구도를 놓고는 "김기현 의원이 유리할 것 같지만 안철수 후보가 정치를 오래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가시 돋힌 발언들을 하니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민심을 얻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유 전 의원은 출마해야 한다. 당선되면 대박치는 거고, 지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꿈틀거리는 그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출마를 부추겼다.

그러면서 "안 의원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아무리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통령 말을 잘 듣는 DNA가 발전됐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저렇게 하시면 꿈틀거린다"고 했다.

"민주, 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서 일하면서 싸워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 관련해서는 "잘 가는 거다. 검찰에서 오라는데 안 갈 사람이 어디 있냐"며 "이 대표는 변호사 한 사람하고만 가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의원이나 지지자들이 동조해서 가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전 원장은 "검찰이 이 대표를 부르는 딱 떨어지는 혐의가 없다"며 "몇 년간 대장동으로 하다가 성남FC로 가서, 소환해서 조사하고 나서 영장 청구한다고 했다가 못했다. 대장동 해서 하겠다. 또 쌍방울 김성태 회장 1년간 계속 변호사 대납이다 해서 태국에서 잡아와서 정작 기소했는데 또 변호사 대납은 빠졌다. 지금 뭘 가지고 한다는 건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처에도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민주당의 지지도가 답습하고 있다"며 "너무 한 쪽(사법리스크)에 치우쳐서 대응을 하고 있다. 일하면서 싸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서 한심하다"고 했다.

또 "현재 민주당은 풍전등화, 백척간두에 서 있기 때문에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싸워야 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오늘 민주당은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된다' 이 정신이 필요한데 계파 모임을 하는 건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라며 비명계 의원 30여 명이 주축이 된 '민주당의 길' 모임 발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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