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尹대통령 중간평가’, 30%대 尹지지율 ‘야당심판’보다 ‘정권심판’ 가능성 높아
총선 최대변수 경제·민생, 무역적자 심화 경제성장률 1%대, 서민물가 부담 가중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벽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스스로 ‘식물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만큼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절박한 인식을 이 말 속에 담았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 선거구제와 관련해 “지역 특성에 따라 (국회의원을)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꺼냈다.

이 또한 내년 총선을 골똘하게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명분은 진영 양극화 해소에 맞췄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 기존 소선거구제로는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진영정치의 해소를 위한 ‘통합과 협치’를 일찌감치 외면한 것을 상기하면 ‘총선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에 몰입해 있다. 반드시 혐의를 찾아내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결의가 보인다. 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이 대표를 만나주지 않았다. 야당과의 타협과 협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정적 제거 의미를 넘어 ‘총선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프레임’이 야권 분열을 도모해 선거구도를 국민의힘에 유리한 ‘일여다야(一與多野)’로 짤 수도 있고 이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민주당 지지율을 30%선 아래로 묶어 놓으면 여당의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의 ‘진영대립 정치’의 전개는 윤 대통령이 총선전략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총선에 대한 인식은 ‘여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식물 대통령’을 넘어선 불안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3월 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윤심(尹心)’의 작동은 강박적 정치행위에 가깝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윤석열당’, ‘친윤’을 넘어 ‘진윤’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100% 당원투표와 결선투표를 도입했고 새해 들어 당심의 지지를 받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막았다. 나 전 의원은 ‘친윤’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진윤 윤석열당’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로 치부했다. 대통령의 당무개입이라는 비판조차도 아랑곳 않고 집권여당을 거칠게 단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의 면모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여당을 단속하는 데는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당시 새누리당의 분열 때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자신의 판으로 짜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을 동원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약화시켜 총선에 유리한 선거지형을 만들고 여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을 과거 ‘제왕적 총재’ 수준으로 만드는데 있다.

총선은 ‘尹대통령 중간평가’, 30%대 尹지지율 ‘야당심판’보다 ‘정권심판’ 가능성 높아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자신의 주도 하에 치르겠다는 의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16일 비대위원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은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질 선거”라며 “당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라고 말한 것은 빈 말이 아니다.

이는 달리 윤 대통령이 여당의 간판이자 선수로 뛴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야당에 대한 검찰수사, ‘이재명 사법리스크 프레임’에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여당의 총선 승리, 특히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쉽지 않다.

정 비대위원장의 지적처럼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중간평가’다. ‘이재명 리스크’보다는 윤 대통령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여부가 선차적이라는 의미다. ‘야당 심판론’은 보조적 프레임으로 작동하겠지만 윤석열 정부 평가에 따른 ‘정권심판론 대 국정안정론’의 규정이 1차적이다.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50% 내외는 돼야 한다. 지난 2020년 총선 무렵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으로 55%, 56% 수준이었고 결과는 민주당 완승이었다. 지난 2016년 총선 무렵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선에서 움직였고 결과는 새누리당 의석은 122석으로 원내 제1당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윤 대통령의 한국갤럽 1월 3주차 지지율은 36%다. 내년 총선까지 1년 이상 시간이 있어 50% 수준까지 올라갈 여지는 있으나 확률적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진영 대결’의 정치지형이 빠르게 고착화돼 정치적 유동성이 그만큼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여권은 ‘윤 대통령지지 35% 대 반대 55%’의 거의 고착화된 지형을 깰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정치는 치수(治水)에 비유된다. 윤 대통령은 민심의 물꼬를 막는 ‘사정(司正) 통치’로 일관했다. 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검찰수사,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강경대응, 비판언론에 대한 압수수색, 10.29참사 책임문제 외면 등 민심을 통제하려는 데만 급급했다. 야당과의 협치와 정치적 타협을 통해 민심의 에너지를 관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지층을 향한 정책에 우선해 ‘진영 정치’를 부채질했다. 법인세 인하, 부동산세제 완화 등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한 반면 노동개혁 등을 통해 자신에 적대적인 계층에 대해서는 사정권력을 휘둘렀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정치행위들이 지금의 고착화된 ‘35% 대 55%’의 정치지형을 만들었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검찰 사정통치를 중단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도모해야하나 선택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 기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이를 중단하면 여당의 총선전략 전체가 흔들리고 여권 지지층 내부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민 신뢰를 얻는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 노동, 연금, 교육개혁 의제 제시는 그 방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수록 정치적 효과는 반감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서민과 약자 보호’를 내세우는 ‘친서민 행보’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총선 최대변수 경제·민생, 무역적자 심화 경제성장률 1%대, 서민물가 부담 가중

총선까지 1년 동안 윤 대통령 국정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정책분야는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국정운영이다. 그러나 이 두 개 분야의 국정운영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고 향후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경제와 민생은 적색경보다.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2년 6개월 만에 전분기 대비 0.4% 마니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1월 26일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통해 코로나19가 있던 지난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2%) 역성장 후 10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2.6%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우려까지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지만 이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위축 본격화, 부동산 가격 하락, 환율 등 거시지표 악화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건전성은 무역수지에 달렸다. 그런데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폭은 472억 달러다. 윤 대통령 취임 후 5월 이후부터 보면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출’을 강조하며 수출전략회의도 주재하고 있지만 결과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일~20일 무역수지 적자는 102억6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0억 달러가 넘었다. 수출 감소는 중국(-24.4%)에서 가장 많았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경상수지 악화와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악화의 원인은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반도체 경기 위축에 있다. 공급망 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제 갈등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추구해야 할 우리 무역관계를 미국 주도의 ‘가치 연대’ 쪽으로 몰아가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중 수출 감소는 미국 주도의 대중봉쇄가 원인이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대응한 중간재와 부품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면서 우리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미국 편에 선 한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하면서 대중 수출환경은 악화됐다. 미국 주도의 ‘자유 가치 연대’에 편승은 이를 부채질하는 형편이다.

올해 역성장의 우려까지 나오는데도 정부는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제2 중동 붐’과 ‘원전수출과 생태계 복원’을 계속 강조할 뿐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하나 중국, 이란 등을 보면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뛰겠다지만 ‘이념적 편향’에 휘둘려 우리 수출기업의 입지는 반대로 좁아지는 위험에 처했다.

이러한 가운데 민생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은 예고편이다. 올해 중 추가적인 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고 전기요금 인상까지 감안하면 더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4월부터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을 잇는다.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1월 5%를 넘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여당의 대응도 미숙했다.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요금인상에 따른 취약층에 대한 대책 등을 함께 내놓아야 했음에도 민심의 분노가 표출되자 뒤늦게 발표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가스요금을 제 때 안 올렸기 때문이라는 ‘전 정부 탓’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맞이한 정작 중요한 난제는 올해 들어 더 불안해진 경제와 민생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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