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이자수익 줄었는데 미수금 그대로

서울 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재학 기자] 올 1분기 대형 증권사 10곳 중 7곳은 이미 미수금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 30곳의 위탁매매 미수금은 2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3073억원) 대비 3.3% 줄어든 수준이다.

'위탁매매 미수금'이란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채권 등 거래에 따라 받아야 할 미수채권을 말한다.

대부분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그리고 일부 증거금만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매매할 수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등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1분기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신용거래가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수금은 과거부터 신용, CFD 등으로 누적돼 온 금액인데, 이자장사로 보는 이익보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신융융자거래 이자수익은 358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7.6%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16.6% 줄었다.

미수금 규모가 특히 많이 늘어난 곳으로는 지난해 9월 주식 신용융자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이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해 말 5700만원에서 2억2151만원으로 290% 늘었다.

이어 한양증권(123.2%), 흥국증권(46.7%), 유진투자증권(35.2%), 키움증권(34.7%), SK증권(26.0%) 등 순으로 위탁매매 미수금 증가율이 높았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대형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키움증권의 미수금 증가율이 30%를 넘어섰다.

이 밖에 대형사들 중 삼성증권(14.2%), NH투자증권(1.29%), 신한투자증권(10.2%), KB증권(5.1%), 한국투자증권(4.9%), 하나증권(2.6%) 등의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가 늘었으며 대신증권(-2.3%), 미래에셋증권(-9.3%), 메리츠증권(-49.0%) 등은 감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분기에 다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신용융자 거래가 늘었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 전반의 위탁매매 미수금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한가 사태에 따른 미수금 리스크는 2분기에야 본격화 돼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22일 다수 CFD 계좌를 통해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8개 종목이 연일 하한가를 맞으면서, 고객으로부터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고스란히 리스크를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CFD 거래에서 증권사들이 매매 수수료와 차입 이자 등을 수취하는 수익구조를 고려하면 2분기 CFD 관련 손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폭락 사태로 CFD 관련 증권업종 전반적인 손익 악화 우려가 크다"며 "직접적인 손실로는 미수채권 발생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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