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김남국 코인에 실망한 호남 민심 공략 나서
본선보다 치열한 당내 경선 예고.. 당내 견제·대의원제 폐지 등이 변수

전당대회 돈봉투·김남국 코인에 실망한 호남 민심 공략 나서 [사진=연합뉴스]
전당대회 돈봉투·김남국 코인에 실망한 호남 민심 공략 나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과거 민주당의 주축이었던 ‘올드보이’들이 호남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의 국회 재입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내년 총선 지형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과 더불어 최근 친명과 비명의 계파 싸움으로 생기는 빈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주당은 현재 기존 의원들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들, 내각에서 일한 고위 관료, 공기업 임원, 자치단체장 등 출마를 고민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실직 상태’인 상당수가 내년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호남과 수도권 등 민주당 강세 지역은 벌써부터 본선 보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는 이전 정부 장관 출신의 ‘올드보이들’이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사태 등으로 현재의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뒷받침 된 덕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4% 포인트 하락한 41%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 이후 민주당에 복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남 목포 또는 고향인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양향자 의원의 탈당으로 무주공산이 된 광주 서구을 출마 가능성이 높다. 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병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미 차기 총선 출마를 확정 짓고, 출마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5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그동안 내가 현실 정치로 나간다, 어디 출마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어제부로 확실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나를 그렇게 내보내준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전북 전주병 출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지난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들의 가장 높은 기준은 ‘도덕성’이라며 현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의 핵심 전통 지지층이 40대 그리고 호남인데 지지율이 떨어지잖아요. 그거는 뭐냐? 바로 이 도덕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치 개혁과 도덕성에 있어서 늘 지금의 여당을 견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뭐 변별성, 차별성이 없어졌는데 엄중하게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재명 대표를 흔드는 것은 지금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서 정부의 외교 실정과 경제 실정을 바로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하며 친명계에 손짓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올드보이’, 도덕성 강조하며 호남 민심 공략.. 대의원제 폐지 여부 변수

천정배 전 의원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 출마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지역 정계에 따르면, 천 전 의원은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고 이미 선거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건에 대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 저는 도덕성, 정의감 이거라고 자부하고 있다”며, “민주당으로서는 절대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든가, 더 나아가서 내로남불식으로 나간다든가. 이런 방식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은 이 사태, 이 사건들을 얼마만큼 제대로 처리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지. 코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종걸 전 의원과 박병석 의원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당 내부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한 견제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또, 현재 대의원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경우 ‘올드보이’들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지원 전 원장의 출마를 비판하며 "압수수색과 정치가 무슨 관계인가"라며 "정치인 생활 16년 동안 검찰로부터 잘 대우받고 안전하게 살았나 보다. 그래서 법사위를 선호했나"라고 전했다.

이어 "별 추접스런 핑계를 다 본다. 꼭 목포에 출마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친명계와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들이 ‘대의원제 폐지’를 추진 중인 것도 변수이다.

민주당 현행 당규에 따르면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60명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가 이러한 ‘대의원 과다대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대의원제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기존 대의원 중심의 지지세가 강한 ‘올드보이’들에게는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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