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여야 극한 대치 어디까지 가나
2000-09-04 박혜경 기자
지난 국회운영위원회 날치기 통과로 빚어진 여야 대치정국은... 지난 국회운영위원회 날치기 통과로 빚어진 여야 대치정국은 '윤철상 발언 파문', '송자 교육부장관 도덕성 파문',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본격 전개하는 등 여야간 대치정국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부 당직개편 예상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인사를 유임시키는 한편, 9월 3일 방송의 날 기념 특별회견에서 정기국회 파행과 관련, '국회는 합의가 안되면 표결로 하는 게 원칙이다'고 '원칙론'을 재천명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 최고위원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의혹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따질 수 있다'고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더불어 4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가 표류하는 것은 정치인의 잘못이다'며 한나라당을 겨냥해 비판했다.
김 대통령은 장외투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의 주장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돌파 하겠다는 강경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장외 투쟁에 맞서 단독국회 불사방침을 흘리면서 강경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국회법 날치기 처리와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과 관련, 날치기 원천무효,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제 실시 등 야당의 주장을 공식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이후 연말까지의 남북관계 추진 등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자신하고 있으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야당 비판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강경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9월 4일 인천 부평에서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대중 정권 국정파탄 규탄대회'를 열었고, 수원에서 가질 계획이던 7일 장외집회를 서울역으로 변경했다. 청중동원의 자신감과 집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세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회창 총재가 직접 인천 부평 집회 준비를 독려하는 등 장외투쟁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대선후보 이미지를 생각해 마냥 장외에서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말은 원칙일 뿐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며, "곧 야당과의 대화복원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대통령의 강경기조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감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야 정치권의 대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른 측면도 있다.
과거 극한 벼랑끝 대치 속에서도 정국을 풀어 나갔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 대치국면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추석 이후에도 오랫동안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현 대치정국은 여당이 자민련을 원내 교섭단체 의석 수를 무리하게 줄이려다 파생됐으며, 여권의 선거실사 개입 의혹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여권 핵심부 개입 의혹 등 국민적 의혹을 촉발시키는 문제로부터 여야관계가 더욱 악화돼 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민 감정에 편승해 대여 강경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나, 적극적으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부재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의혹의 진실을 국민에게 밝히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를 정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여권이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극한 대치국면으로 들어선 여야관계 개선의 기회는 천상 대통령이 만들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13 총선 직후 상생의 정치를 여야영수회담에서 약속했듯이 상생의 정치, 큰 정치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추경예산안, 금융지주회사법,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시한을 넘긴 주요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kimys67 기자